011.서바이벌 게임(8)

11화




11화-서바이벌 게임(8)





주요 멤버와 상진과 신우성이 동굴로 돌아오자 비전투 인원이 모두 동굴 밖으로 나와 있었다.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시현..씨…. 시현 씨!!!”

주요 멤버와 상진과 신우성이 동굴로 들어가자 그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펼쳐져 있었다. 동굴을 나가기 전 동굴에 남아 있었던 남자 둘과 유시현이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녀의 옆에서 유지아가 그녀의 상처를 압박해 지혈하고 있었다. 이를 본 박명현이 그녀에게 달려갔다.

“시현 씨…! 이게 무슨…!”

자신을 부르는 박명현의 목소리에 그녀가 힘겹게 눈을 뜨곤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곤 그의 얼굴에 자신의 손을 가져다 대고는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아…. 좀 더 옆에 있고 싶었는데…. 이제 더는 못 보겠죠?”

“그게 무슨 소리야…! 시현 씨…! 정신 차려요! 죽으면 안 돼….”

박명현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눈물을 흘렸다. 그의 눈물이 그녀의 손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러자 그녀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명현아…. 너는 죽지 마. 나 보러 오더라도 정말 나중에 와야 한다?”

그녀의 말에 그가 흘리는 눈물의 양이 더 많아졌다. 그가 턱 하고 막힌 말문을 억지로 열었다.

“시현아…. 늘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 늘 챙겨줘서 고마워…! 언젠가 꼭 보러 갈 테니까…! 나도….”

사랑하니까…! 라는 말은 끝내 뱉지 못한 그였지만 결국에는 눈을 감아버린 그녀를 보고는 두 사람의 옆에서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던 유지아에게 물었다.

“시현이는 제 말 전부 알아들었을까요…?”

유지아가 그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네. 보세요. 이젠 미련 없다는 얼굴로 편히 자고 있잖아요.”

그녀의 말에 박명현이 그녀의 얼굴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그러고는 유지아에게 말했다.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알려주세요.”




* * *




-상진 일행이 동굴을 나선 직후 동굴 안-


“지아 씨. 상진 씨랑 우성 씨하고는 무슨 관계예요?”

유시현이 동굴을 나서는 상진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유지아에게 묻자 유지아가 답했다.

“아. 제가 X의 공모자들에게 쫓겨 죽을 뻔한 적이 있거든요. 그때 상진 씨하고 우성 씨가 저를 구해줬어요. 그때부터 같이 다니게 되었죠.”

유지아의 답에 유시현이 깜짝 놀라 말했다.

“어머, X의 공모자들한테요? 그거 큰일이었겠네요.”

“네 그렇죠. 아무래도 세 명이나 쫓아오던 상황이었고 자칫하면 세 명 모두 죽을 뻔했으니까요. 둘을 만나기 전에 제 동료들도 녀석들에게 당해버렸고요….”

“에고…. 그런 일이…. 많이 힘드셨겠어요.”

“아하하…. 아. 저도 시현 씨한테 궁금한 게 있어요.”

“어떤?”

“그 명현 씨하고는 무슨 관계예요?”

유지아의 질문의 유시현의 얼굴이 빨개지더니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횡설수설하였다. 그러더니 이내 제대로 말문을 열었다.

“그...사실은 고등학교 동창이에요.”

“어머, 동창이구나.”

“네…. 근데.. 제가 사실은 명현 씨를 고등학생 때부터 좋아했거든요….”

부끄러운 듯 얼굴이 빨개진 채 말하는 유시현을 보곤 유지아도 덩달아 얼굴이 빨개지며 신이 난 듯 말했다.

“어머, 어머. 짝사랑이었던 거예요? 로맨틱해…!”

“네…. 아무래도 그렇죠…? 고등학교 3년 내내 좋아만 했었어요. 그러다 졸업 후에도 자주 만날 기회가 생겼거든요. 이야기도 자주 나누고 하다 보니 그...고백도 하게 됐어요….”

유시현의 말에 유지아가 콧김을 거세게 뿜으며 흥분한 듯 말했다.

“..고백!!! 그래서요? 어떻게 됐어요?”

그녀가 흥분한 듯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유지아를 보며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답했다.

“그게…. 조금 고백 멘트가 ‘난 네가 좋아.’ 이런 느낌이었거든요. 이 말을 듣고는 멈칫하더니 ‘나도 네가 좋아.’ 이러고 그냥 획 돌아서 계속 걷더라고요….”

“허얼…! 눈치 없어…! 뭐야 못 알아들은 거예요…?! 심하다…! 여자가 먼저 고백했는데…!”

유지아의 말에 유시현이 살짝 웃어 보이고는 이어서 말했다.

“저도 처음엔 어떻게 그렇게 눈치가 없는 건지 화나서 심술도 부려보고 그랬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같이 술 마실 일이 있었는데 그때 걔가 취해서는 자기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소방관이라 누군가를 사랑하기 무섭다고 하더라고요.”

“아…. 음. 뭔지 이해는 가네요.”

“그때 이후로 저도 모르게 명현이보고 명현 ''씨''라고 불러버렸어요. 대체 왜 그랬는지….”

유시현의 말에 유지아가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했다.

“아이…. 전 처음에 두 사람이 썸 타는 줄 알았어요. 명현 씨나 시현 씨나 약간 서로에게 더 신경 쓰는 느낌이어서 썸인가 했는데…. 그건 아니었네요.”

“하하 뭐 다른 사람들보다도 더 신경 쓰는 건 맞을 거예요.”

두 사람이 연애 이야기를 하며 친해지던 그때 두 사람의 눈앞에서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동굴에 남았던 남자 한 명이 총소리와 함께 쓰러졌다. 총소리가 난 방향에는 쓰러진 남자를 조준한 채 웃음을 짓고 있는 다른 한 남자였다.

“꺄아악!!!”

쓰러진 남자를 보곤 다른 여자들이 공포에 찬 비명을 질렀다. 유시현과 유지아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자가 유시현과 유지아를 향해 총을 겨누었다.

“이게 무슨…!”

유지아가 남자에게 소리치려 했지만, 그녀는 말을 끝까지 이을 수 없었다. 유시현이 그녀를 밀쳤고 총성과 함께 그녀가 서 있던 곳 뒤의 동굴 벽에는 총알에 의해 파인 흔적이 생겼다.

유시현이 나이프를 꺼내 들어 남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남자가 그녀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려는 그 순간, 총성과 함께 남자가 어깨를 움켜잡았다. 유지아가 그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 것이었다.

유시현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남자의 총을 든 손을 붙잡고는 소리쳤다.

“모두 도망쳐요! 동굴에서 나가…!!”

유시현의 외침에 비전투 인원들이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굴 입구 쪽으로 달려 나가려 하자 남자가 유시현을 떨쳐내기 위해 격하게 움직였다. 격한 움직임에 유지아 역시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었다. 함부로 총을 쐈다가 유시현이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남자가 유시현을 주먹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유시현은 그를 놓치지 않고 악착같이 버텼다. 그러나 남자는 섬뜩한 웃음을 지었고 동굴에 한 번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

“시현..씨….”

유시현의 복부에서 새빨간 선혈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녀가 피를 토해내고는 복부에서 밀려오는 고통에 이를 악물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손에 들린 나이프를 보곤 유지아에게 말했다.

“..지아 씨도 어서 도망쳐요….”

유지아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이를 본 유시현이 한 번 더 피를 토해내고는 자신의 손에 들린 나이프를 꽉 쥐었다. 그러고는 그대로 남자의 복부를 향해 자신의 체중을 실었다.

-푸욱!

유시현이 남자의 복부에 박힌 칼을 강하게 뽑아냈다. 남자의 복부에서 뜨거운 피가 쏟아져나왔다. 남자가 그대로 고꾸라졌다. 남자의 피와 자신의 피로 범벅이 된 유시현이 손에 들린 나이프를 떨어뜨리고는 그대로 다리에 힘이 풀린 듯 털썩하고 쓰러졌다.

유지아가 그녀에게 다가가 외쳤다.

“시현 씨…! 괜찮아요? 시현 씨!!”

유시현이 아무런 대답이 없자 유지아가 자신의 셔츠를 찢어 그녀의 환부를 압박해 지혈하기 시작했다.

“지혈만 하면…! 지혈만 성공하면…! 이곳에선 살 수 있어…! 시현 씨! 좀만 버텨요…! 제발…!”

그때 동굴 입구 쪽에서 박명현이 뛰쳐 들어왔다.

“시현..씨…. 시현 씨!!!”




* * *




“그렇게 된 거군요.”

“네…. 이렇게 돼서 정말..죄송해요.”

유지아의 사과에 박명현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지아 씨가 사과할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여러분을 두고 떠난 제 불찰입니다….”

“명현 씨는 시현 씨를 어떻게 생각했어요?”

유지아의 질문에 박명현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소방관이 아니었다면…. 하고 생각할 정도로 너무 좋은 사람이죠. 만약 제가 그냥 시현 씨에게 사랑을 표현했다 하더라도 제가 죽으면 남겨진 가족은 정말 엄청나게 비참할 겁니다. 죽고 싶을 정도로 말이죠. 지금 저처럼요.”

“전 명현 씨가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지금 죽으면 시현 씨를 떠올리는 것조차 할 수 없잖아요?”

유지아의 말에 박명현이 생각에 잠겼다. 유지아가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명현에겐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해 보였기 때문이다. 동굴 밖에서는 점차 동이 트고 있었다.

“상진 씨.”

유지아가 상진에게 다가가 그를 불렀다. 상진이 그녀를 보고는 그녀의 뺨에 묻어있던 핏자국을 닦아주며 말했다.

“고생 많았어요. 그냥 동굴에 남을 걸 그랬나 싶네요.”

“아니에요. 그쪽도 엄청 아슬아슬했다면서요. 동굴에 남아서 바깥쪽이 당하는 결과였으면 어쩌려고요.”

“하하 그랬으려나요.”

상진과 유지아가 대화하는 모습을 보곤 신우성이 다가와 말했다.

“이제 하루 남았네요. 오늘 하루만 지나면 이 지겨운 게임은 끝이에요.”

신우성의 말에 상진이 말했다.

“정말 그냥 끝나주면 좋겠네요. 지금도 충분히 많은 사람이 고통받았는데….”

상진의 말에 신우성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때 박명현이 그들에게 다가와 말했다.

“다들 피곤하지 않아요? 마지막 날은 아마 대부분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을 거예요. 이 기회에 푹 쉬어요.”

박명현의 말에 신우성이 거들었다.

“그래요. 상진 씨 지아 씨. 좀 쉽시다.”




* * *




마지막 날 하루는 정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 조용히 날이 저물었다. 밤에도 이변 없이 비교적 평안한 밤이었고 곧 동이 트기 시작했다. 상진과 신우성, 유지아가 동굴 밖으로 나와 점점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았다. 상진이 입을 열었다.

“이제 끝이네요.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요?”

상진의 물음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모두 말없이 해돋이를 볼 뿐이었다. 그때 귀에서 치직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아. 잘 들리시나 모르겠네.

“...!”

X였다. 지난번과 같이 여전히 귀에 꽂은 이어폰처럼 선명하게 들려오는 목소리가 역겹기 그지없었다. 그때 신우성이 섬의 중앙 지역 공중을 가리켰고 그곳에는 X가 공중에 떠 있었다. X가 말을 이었다.

-이야. 14일간의 서바이벌 게임 종료입니다. 대단하네요. 설마 200명이 넘게 살아남을 줄은 몰랐는데요. 하나같이 살아남는 방법이 다양하네요. 누구는 아무도 죽이지 않으려고 하고, 누구는 사람들을 모으려 하고, 누구는 마치 이런 상황을 원했던 것처럼 살인을 즐겨주시고, 말이죠.

X의 말에 신우성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200명…. 이라고? 겨우 그거 밖에 살아남지 못 한 건가?”

신우성뿐만 아니라 유지아와 상진 역시 X의 말을 듣고는 충격을 금치 못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X는 말을 이었다.

-첫날에는 400명 이상이 죽었는데 점점 죽는 사람의 수가 줄더니 200명이나 살아버렸군요. 뭐 좋습니다. 사람이 많으면 저야 더 즐거운 일이죠. 이제 테스트는 끝났습니다. 어떻게든 이곳에서 살아남은 여러분을 진짜 MAFIA GAME에 초대하죠.

“...뭐? 진짜…?”

X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섬에 퍼진 안개가 갑작스레 짙어지기 시작했다. 점차 눈앞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짙어졌다. 신우성이 상진을 향해 말했다.

“상진 씨…! 이쪽으로 붙어요! 지아 씨도!”

신우성의 말에 세 사람이 등을 맞대고 섰다. 잠시 후 세 사람은 점차 쏟아지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 * *




-상진의 실종 1일째-


“상진아…. 젠장…. 그때 무슨 일이 있어도 말렸어야 하는 건데…!”

상진의 매니저 백현우가 상진의 소속사 대표 박진형을 노려보았다. 평소 같았으면 절대로 이런 짓을 할 수는 없었겠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박진형 역시 백현우에게 뭐라 할 수 없었다.

“설마…. 상진이가 집에 들어간 걸 확인했는데 다음 날 바로 실종이라니…. 어떻게 된 거지.”

혼자 중얼거리는 박진형에게 매니저 백현우가 소리쳤다.

“육성에게 연락해서 어떻게 된 건지 얘기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의 말에 박진형이 그를 바라보곤 말했다.

“이미 연락은 넣어놨습니다. 하지만 육성 측에서도 아는 것이 없다는 눈치예요.”

“그게 무슨…!”

“진정하세요. 매니저님. 일단은 육성 측에서 조사해본다고 했으니 조금만 기다려 보죠. 무슨 일이 있어도 찾아낼 겁니다. 우리 상진이를 이렇게 쉽게 잃진 않을 거예요.”

박진형의 말에 매니저 백현우가 분한 듯 주먹을 꽉 쥐었다.







TO BE CONTINUED...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


첫날의 난리

-섬에서 서바이벌 게임이 시작된 첫날, 게임이 시작된 그 순간 다수의 X의 공모자로 인한 대규모 난전을 말한다. 섬의 해변에서 1,000명의 사람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였다. 몇몇 소수는 난전 초반 숲으로 빠져나갔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난전에서 피아식별 없이 싸워야만 했다. 여럿이 뒤엉킨 싸움이었기에 첫날 난리의 피해자는 무려 400명이 넘어간다. 첫날 난리의 영향으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경계하게 되었고 이러한 모습은 작중에서 자주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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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2-10 23:04 | 조회 : 744 목록
작가의 말
KJP

두 번째 에피소드 끝입니다! 이제 정말 본편으로 들어가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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