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게 무슨 일이야

소년은 학교에 도착해서야 과제가 든 USB를 집에 놓고왔다는 사실을 눈치챘고 생각했다.

'아.....다시 집에 갔다와야하나.....시간이 아까 전으로 되돌아가면 챙겨서 나올텐데.'

그러자 갑자기 자신을 제외한 모든 학생들은 뒤로 걷고, 바람은 반대로 불고, 나뭇잎은 올라가서 가지에 붙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무슨일이 일어난건지 파악이 안된 소년은 난생 처음보는 광경에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고 있을 뿐이었다.

멍하니 있다가 설마하는 마음에 시계를 보니 시간은 20분전으로 돌아가있었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여전히 알지 못하고 멍하니 서있던 시간만 3분.

소년은 속으로 '설마...그럴리 없어...' 라고 생각하며 있는데 갑자기 그의 어깨를 톡톡- 누군가 두드렸고, 그 손길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소년은 등을 돌려 누군가를 쳐다보았다.

"안녕??반가워!!나는 은율이라고 해!!"

멍청해보일수 있을 정도로 큰 눈. 옛날에 유행했다는 바가지머리. 하지만 얼굴이 보송보송해 보여서일까 전혀 촌스럽지 않고 잘어울리는 사람이 말을 걸었다.

"....??아....안녕하세요...?근데 누구...??"

"아!!일단 질문은 나부터!!!혹시 너 초능력 썼니??"

"....??네...???"

"음!!넌 아직 비각성 상태구나!!나랑 같이 어디 좀 가야겠는데?"

처음보는 사람이 무턱대고 자신을 데려가려하자 소년은 당황한 나머지 은율의 명치를 세게 치고 도망가려했지만 이어진 말에 멈칫했다.

"에...명치 맞으면 아프니까 그러진 말구!!금방 다녀올수 있는데 한번만 같이 가주면 안될까??"

'내가 명치를 치려는건 어떻게 눈치챈거지?'

당황한 소년은 은율을 당황한 눈빛으로 바라보기만 했고, 그에 은율은

"다 아는수가 있단다!!그럼 허락한걸로 알게!!가자!!"

라며 자신의 팔을 잡았다. 뿌리치려는 순간 주변공간이 우그러드는 느낌이 났고 이내 그 느낌은 사라졌다. 다시 주변을 둘러보니 대기업 본사같이 생긴 건물 안이었고, 소년은 그 자리에서 굳어버리고 말았다. 굳어있는 그를 은율은 어서 오라며 웃으며 이끌었고 너무 당황스런 나머지 소년은 굳은 채로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건물만 봐선 사람들은 정장을 입어야 할것 같았는데 의외로 캐주얼하게 입은 사람이 더 많았다.

"은율~하이!!근데 그 아가는 누구야??신입인가??"

"아 박팀장님!!안녕하세요!!아직 신입은 아니에요. 근데 꽤 큰 파장이 느껴져서요."

"오~근데 아직 학생인데....?"

"요즘 인력부족인거 아시잖아요. 저도 마음은 편치 않지만 위에서 까라면 까야죠 뭐."

"그래 수고해~아가도 조심히 잘가렴"

"수고하세요!!"

굳어있던 소년은 대화소리에 정신을 차린것인지 이내 은율의 손을 뿌리치고 말했다.

"당신 누구야. 방금 그건 뭐지?"

"음....앞으로 너의 선배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아직은 좀 낮설고 이상하고 그러지?그래도 좀만 참아줄래?윗층에 올라가면 다 설명해줄게"

"닥치고 다시 학교로 되돌려 놓기나 해. 지각했잖아"

소년은 언짢은 듯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러자 은율은 곤란한 듯 볼을 긁적이더니 말했다.

"학교에는 연락해놓을테니 오늘은 그냥 올라가주면 안될까...?"

강아지같은 눈으로 쳐다보며 은율은 말했고 소년은 어림 없다는듯이

"당신이 뭔데. 내가 당신 뭘믿고."

라며 냉정하게 말했다. 그러자 은율은 한숨을 쉬며 다시 소년의 팔을 잡았고 주변은 아까처럼 우그러들었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어벙하게 있는 소년에게 은율은 "이분이 다 설명해 주실거야." 라며 소파에 앉혔고 소년의 주의를 끈건 손가락 부딪히는 소리였다.

"학생, 잠깐 나 좀 봐줄래요?"

그제야 제 앞에 앉아있던 사람을 소년은 응시했다. 한눈에 봐도 고급인듯한 슈트에 비싸다는 롤X스 시계를 찬 날카로운 외모의 사람이였다. 표정이 굳어있고 근육이 경직되어있는 소년을 향해 앉아있던 남자는 자신을 소개했다.

"반가워요. 난 안시우에요. 아무런 소개나 설명없이 무턱대고 끌려와서 많이 황당하고 화날수도 있지만 내 이야기 좀 들어줄래요?"

"그런거 아시면 절 다시 데려다놓으셨으면 좋겠군요. 이야기 들어줄 상담사가 필요하다면 정신과에 가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라고 소년은 말하며 가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옆에 서있던 은율은 당황했음을 얼굴 가득 드러내며 소년을 막으려 문쪽으로 다가가는데 갑자기 미친것처럼 푸하하하하- 웃는소리가 들려오는 것 아닌가. 소년은 황당함을 애써 숨기려고 하지도 않은채 나가기 위해 문쪽으로 다가섰다.

"역시 너 연화의 자식이긴 하군. 성격이 톡쏘는게 아주 빼닮았어. 얼굴도."

라는 시우의 말에 소년은 문고리로 뻗던 손을 거두며 당황한 표정으로 시우를 쳐다봤다.

"그걸...어떻게...?너 뭐하는 놈이야."

"이제 이야기할 마음이 좀 생겨?앉아봐."

어느새 존댓말은 사라진 뒤였고 소년은 불신을 눈에 가득 담으며 시우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시우는 그 눈빛에 굴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얼굴은 잘 기억못하나보지?장례식장에서 마주쳤는데 말이야. 그 때.....도 물론 있었고."

충격받은 듯한 소년의 표정에 시우는 씁쓸한 웃음을 머금으며 입을 열었다.

"여긴 초능력자들이 근무하는 곳, ENO(Extrasensory perception Nongovernmental Organization) 한국지부야. 각 사람들이 가진 초능력을 개발하고 연구하고 좋은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힘쓰는 기관이지. 에노(ENO)는 어떤 초능력자가 설립한 전세계적 기관이고, 당연하게도 연화 그러니까 너희 엄마도 여기서 근무했었어. 아 나는 초능력자들을 관리하는 매니저같은 존재야."

표정은 나름 잘 숨긴다고 자부했건 소년이건만 너무나 당황스러운 사실에 감정을 고스란히 얼굴에 내비치고 말았다. 그렇다면 은율이라는 사람도 초능력자인것일까.

"맞아!!나도 초능력자야. 나는 마인드리딩, 쉽게 표현하자면 독심술과 공간이동을 사용할 수 있어."

그렇다면 여기 온 방식도 설명되긴 하지만....여전히 혼란스러운 소년이었다. 그런 소년에게 시우는 설명을 계속했다.

"초능력자들도 자기 능력을 얼만큼 발전시키고 잘 사용하냐에 따라서 등급이 매겨져. 알파벳으로. 게임에서 자주 접해봤을걸? S,A,B,C랭크...뭐 이런거 있잖아. 그리고 초능력 보유 갯수에 대해서도 급이 나뉘어져. 초능력 하나인 사람은 알파. 2개는 베타. 3개는 감마, 4개는 델타, 5개는 엡실론. 현재까지는 에노 설립자가 엡실론이라고 알려져있어. 그 이외엔 없고. 5개 이상 가진 사람이 없거든. 3~4개도 힘들지 뭐."

"우리 엄마가 초능력자였다고..?"

"너도 조금쯤은 짐작하고 있지 않았어?"

"....그래서 나는 왜 데리고 온거야"

"그야...너에게서 초능력이 발현되었으니까"

".....난 그런적 없어. 보내줘."

"정말?정말 그렇게 생각해?은율 만나기 전에 정말 이상한 일 안 겪었어?"

".............."

시우가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닐텐데...우리는 초능력자가 보통사람에게 그들의 능력을 들키지 않게 하기 위해 초능력 탐지 장치를 갖추고 있어. 정확도 100%를 자랑하지. 그것도 초능력으로 만들어졌거든. 근데 거기에 니가 걸렸어. 니가 초능력을 사용하면 주위 파장자체가 달라져. 그걸 이용해서 탐지하는건데 너만 빼고 니 주변 파장이....어마어마하게 변화했어."

"잘못된거겠지. 오류났다는 사실을 그렇게 인정하기 힘들어?난 지금까지 평범하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거야."

"과연? 인정하기 싫어하는건 너인거 같은데? 정 니가 초능력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다면 간단하게 테스트 받아보는건 어때?초능력자인지 아닌지 검증하는 테스트인데 검사결과가 아니라고 뜨면 바로 널 보내주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게 니 앞에."

"....만약 초능력자라고 뜨면?"

"넌 우리 에노 소속이 되어서 일하면 되는거지 뭐. 취직도 시켜주고 숙식도 제공해줄게. 어때?"

"거절하겠어.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취직도 안할거야. 다신 내 앞에 나타나지마."

"좋아. 연화이야기도 해주지. 너....연화가 마지막에 남긴말 뭔지 못들었지?그걸 들은 유일한 인간이 나거든."

"이 개새......좋아. 테스트인지 뭔지 한번 해보게. 대신 내가 평범한 사람이라 나오면 넌 맞는거로 하자."

은율은 소년의 나이답지 않은 날카로운 눈빛에 당황하며 어찌할 바를 몰랐고 시우는 은율에게 한솔이를 데려오라고 했다. 잠시후 들어온 한솔이라는 아이는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였다. 그리고 소년을 보며 시우는 말했다.

"간단해. 이 아이와 잠깐 손을 잡고있으면 되는거야. 이 아이보다 확실한 방법은 없지."

불신의 표정으로 그는 시우를 노려보다가 자신을 빤히 올려다보는 아이를 무표정으로 보았다. 그러자 그 아이는 갑자기 활짝 웃으며 말했다.

"오빠 안녕!"

"......안녕"

"오빠!잠깐 손 좀 잡을게!"

여자아이는 그의 손을 잡더니 눈을 살포시 감았고 이내 활짝 웃으며 말했다.

"확실해요!!근데...S랭크로 가야할 것 같은데요? 갯수는 둘째치고라도. 능력이 싱귤러(singular-희귀한,독특한)에요."

"....뭐?무슨 능력인데?"

"아니 잠깐 무슨소리야?난 초능력을 쓴적 없어"

그러자 여자아이는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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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2-27 02:02 | 조회 : 731 목록
작가의 말
전치4주

읽어주시는 모든 분께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완전 사랑해요ㅜㅜㅠ 오늘도 부족하지만 잘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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