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11
그 날의 시간은 빨리 지나갔다. 선배와 후배가 아닌 교수님과 학생이 되었으며,
어떻게 된건지 예준 선배는 사뭇 정문 앞에서 만났을 때와는 달리 많이 부드러워지셨다.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젠 물어볼 시간도 많이 지났다고 생각해도 된건지
선배도 항상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과거 갑자기 유학을 가버린 것에 대해선 이야기를 꺼내시지 않았다.
그저 나는 선배가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했지만 참을 수 밖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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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그 날, 선배가 하교를 따로 하자는 말씀 이후의 이야기다.
나는 매일 선배와 같이 이야기 나누던 교실에서도,
급식실에서도 학교 어느 곳에서도 선배를 보지 못 했다.
마지막 선배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기에 괜히 불안해 손톱을 끊임없이 물어뜯으며,
교실 책상에 앉아 선배가 어딜 갔을지, 혹시라도 아프지 않는지
아니면 유명한 집안인 만큼 혹시 무슨 일이 생기지 않았는지 하염없이 걱정만 들었다.
“오민우! 오민우 어딧어?”
다급하게 나를 부르며 뛰어오던 민재는 내 앞에 다 와선 숨을 헐떡이며,
계속해서 선배를 걱정하고 있던 나에게 혹시 모르고 있었냐며 선배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오민우 너 설마 아무 것도 모르고 있어? 너 그 선배랑 친했던거 아니였어?”
나는 도통 민재가 무슨 말을 하고 있었는지 몰랐고,
무언가를 알고 있는 듯한 민재의 말에 민재의 어깨를 다급히 붙잡고서는
선배가 어디 있는지, 혹시 아프지는 않는지 무슨 일이 생겼냐면서
끊임없이 대답 할 틈도 없이 질문을 했다.
“좀... 좀 진정해 민우 너 진짜 하나도 몰랐었구나 일단 좀 진정해”
“사람 애 먹히게 하지 말고 빨리 말하기나해”
드디어 진심을 나누고, 선배와 많이 친해졌다고 생각 했었는데
선배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있다. 내 앞에 계시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다.
무슨 일이 생겼다면 내가 도와 줄 수 있는데, 아프다면 병문안까지 갈 수 있는데
선배는 아무 말도 없이 사라지셨다. 그리고 내가 아닌 민재가 선배의 행방을 알고 있다.
“선배 유학 가셨대, 솔직히 심부름 때문에 2학년 복도 지나가다가 흘려들은 거였는데 네가 모를 줄은 몰랐지 나야...”
유학 이라는 말 한마디가 이렇게나 슬픈 줄은 몰랐다.
소설, 드라마에서만 나오던 상황을 직접 겪어보니 이렇게 눈물이 나올 줄 몰랐다.
까득하고 물어뜯고 있던 손톱을 멈추고선, 알 수 없는 텅 빈 마음에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울고 있는 나를 보던 민우는 교실에 누가 어떤 학생들이 지나가든
누군가 남자 둘이 껴안고 있다고 괜한 시비를 걸든
그저 슬픈 내 마음을 위로 해 주는 듯 누구보다 세게 껴 안아주었다.
“그 선배가 너한테 이렇게 상처를 준 것 정말 화나 하지만 너가 그 남자 때문에 이렇게 슬퍼하는게 난 더 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