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1
-
아직도 기억한다. 그와 함께 있었던 시간과 정말로 행복했던 매 순간을 매일 밤 잊지 못 한다.
그의 웃는 모습과 나를 바라봐 주던 매일을
*
“읏... 선배... 조... 조금만 천천히...”
점점 빨갛게 달아오르는 얼굴에 비례한 몸이 이젠 주체할 수 없었다.
나는 아픈 줄도 모르고 좋은 기분에 눈앞에 있는 선배를 끌어안았다.
선배도 그런 내 마음을 잘 알 듯, 누구보다 소중히 내게 키스를 해 주었다.
“흡... 선배를 누구보다도 제일 좋아해요.”
.
“나도”
*
어제도 오늘도 나는 그와 헤어진 그 순간부터,
매일 밤 눈을 감을 때마다 그의 꿈을 꾸곤 한다.
“아, 맨날 이런 개 같은 꿈을 꾸고 있자니 열받네”
꽃이 피고 지듯이 우리는 학생 시절의 아름다웠던 사랑을 이젠 잊어버렸다.
그럼에도 그가 자꾸 내 꿈에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니 나만은 아직도 혼자서 그 사랑을 추억을 잊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띠링-
지금 어디냐는 친구의 카톡에, 나는 화를 낼 틈도 추억을 되새김질할 시간도 없이
급하게 주위에 널브러져 있는 옷들을 주섬주섬 입고 집 밖을 나갔다.
“야! 오민우 너 내가 한 번만 더 늦으면 죽여버린다고 했지?”
**
학교 근처에 있는 버스정류장 앞, 나를 보자마자 휴대폰을 주머니 속에 넣고선
미간을 찌푸리며 다가오는 그는, 2년 동안 가장 힘들 때 곁에 있어주었던 고마운 친구다.
“여어 강재민 오랜만, 아침부터 조잘조잘 존X 말 많네”
물론 생각과 행동이 다른건 나조차도 어떻게 할 순 없지만 말이다.
“20살이나 쳐 먹었으면 적당히 늦장 부리지? 너 때문에 지각 일보 직전이야 조용히 뛰기나 해”
갑자기 헤집어있던 신발 끈을 단단히 묶더니 내 팔목을 잡고선, 파란색으로 바뀐 횡단보도를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정도로 열심히 달렸던 그였다.
나는 쉬지도 않고 뛰어가는 강재민이 버거워 그가 잡은 팔목을 놓아버리고, 따로 뛰어갔다.
그리고 조금은 지각에서 벗어나 여유롭다 생각하며 학교 정문 앞에 도착할 그 순간에,
퍽-
나는 지각을 했을 때 들어야 하는 교수님의 표정과 잔소리가 싫은 걸 알기에,
급하게 정문을 지나가다 처음 보는 한 건장한 남자의 어깨를 새게 쳐 버리고 말았다.
“야! 오민우 그럴 때 아냐 얼른 사과하고 와라! 먼저 강의실 간다!”
현재 내 상황보다 자기의 지각을 더 급하게 생각하는 저 바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서는 강의실로 뛰어 가 버렸다.
“아 씨.. 후... 죄송합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학생 보아하니 많이 늦으신 것 같은데 얼른 들어가 봐야 하지않나... 요?”
쓸데없이 근육만 많아선, 오히려 그의 어깨를 친 내 어깨가 더 아팠다.
알 수 없는 기분 나쁨에 어깨를 탁탁 털고서는 괜찮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을 보고자
조금은 정리가 안 된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본 순간 나는 알아채버리고 말았다.
“아뇨, 오히려 친 건 제 쪽인걸요 저야말로 죄송합...”
머릿속을 지나쳐가는 기억, 드라마에 나올만한 이 죽일 듯한 타이밍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이 남자는 다시는 못 볼 줄만 알았던,
기억 속에서 잊어버린 줄만 알았던 그다.
“예준... 선배...?”
그의 눈동자도 내 눈동자도 갈피를 찾지 못하고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예준 선배도 나도 지금의 서로를 알고 있다.
우리는 학생 시절의 아름다웠던 사랑을 잊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