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돈을 부르는 사나이

내 이름은 김돈복, 돈을 부르는 사나이다.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 돈복?福. 큰물 돈자에 복 복자를 써서 돈복이다.


내가 태어나기전 우리집은 찢어지게 가난한 빈털털이였다고 한다. 무슨일을 저지를 때마다 돈이 쑥쑥빠져나간다고···. 하지만 그건 아버지가 쟁여둔 빚때문이 아닐까?

그렇게 아버지의 어마어마한 빚에 너덜너덜한 생활을 이어갈때 어머니가 날 낳으셨다고 했다. 아이가 생기자마자 우리집은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고 한다. 물론 좋은 쪽으로 말이다. 그때를 어머니가 얘기하길, 어머니가 뱃속의 아기사진을 가지고 방문을 열었을때에 아버지는 펑펑 눈물을 쏟고 밖에 뛰쳐나가 아기가 생겼다며 동네방네 소리치고 다녔다고 했다. 솔직히 그때나 지금이나 단세포인 것은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변이 일어난 것은 내가 엄마의 다리 밑으로 얼굴을 들이밀었을 때부터였다. 아버지가 소유한 작은 시골 땅의 땅값이 기하급수적으로 치솟아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어제만 해도 100만원남짓이였던 땅값이 2억으로 치솟아 오른것이다.

우리는 날마다 오르는 땅값에 침을 꼴딱꼴딱 삼키며 손을 떨다가 5억까지 올라가자 재빨리 땅을 팔아치웠다. 이렇게 얼떨떨한 기분으로 졸부가 된 우리 가족은 우선 빚부터 갚아 가기 시작했다. 빚을 갚고서 우리는 대구의 번화가로 이사를 했다. 그렇게 아버지와 어머니는 함께 꿈이였다던 음식점을 열었다.

단출한 음식점이였던 돈복이네냠냠은 생긴지 10일만에 번성했다. 다만 성공한 이유가 인테리어라 문제였다. 돈복이네냠냠의 인테리어는 다른 음식점과 비슷했지만 단 하나, 독보적인 점이 있었다. 가게의 상표, 그릇, 탁보···. 더 많지만 계속 말하다보면 끝이 없을 것같다. 내가 말한 모든 것들에는 모두 내 얼굴이 프린팅되어있다. 어릴때의 나는 뭣도 모르는 아이라 마냥 좋았지만, 17살이 된 나에겐 좋지 않은 일이다. 우리 부모님은 날 수치사 할 셈인가?

어찌되었든 그렇게 하루하루 우리 가족은 가난이라는 단어를 떼어내고 있었다. 또 다른 사건은 내가 유치원에 입학하고 부터였다. 드문드문 유치원으로 봉사를 나오시는 언니, 오빠들은 항상 내게 과자와 작은 선물을 주었다. 같은 반 아이들 또한 내가 다가가면 방실방실 웃으며 제 몫의 간식을 나눠주는 것이였다. 난 초등 3학년이 될때까지 그 모든 것이 당연한 줄 만 알고 있었다.

이상함을 느낀것은 초등학교 3학년, 안동의 하회마을로 소풍을 갔을때였다. 난 들떠있었다. 우리 음식점 근처나 유치원에서만 돌아다녔던 내게 다른 지역이란 수많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난 붕붕버스를 타고 하회마을에 도착해 선생님들께서 말씀해주신 '3시까지 자유시간! 3시가 되면 반드시 이곳으로 돌아오세요!'라는 말을 지키기 위해 두 발을 재빨리 놀렸다. 내 발들이 향한 곳은 가게들이 잔뜩 몰려있는 곳이였다.

난 그때 처음으로 돈냄새를 맡았다. 그것도 배춧잎들의 꼬릿한 냄새말이다. 가게 사이사이를 지나칠때마다 내게 몰려오는 관광객들, 그들은 날보며 웃고 떠들더니 내 손에 돈을 쥐어주었다. 용돈, 그건 부모님이 주시는 500원짜리 동전이 아니던가. 난 물음표를 마구마구 머리속으로 그렸지만 결국 고개를 까딱이며 그들이 내미는 지폐와 물건들을 두손 가득 받아들었다.

그것을 가방에 가득 넣고서 집으로 돌아가니 눈을 휘둥그레 뜬 채 내게 물어오는 부모님이 있었다. 난 여행객들이 용돈이라며 주었다고 토로했다. 그러자 갑작스레 꺅꺅 소리를 지르던 부모님은 그 앞에 어리둥절 서있던 날 끌어안기시작했다.


···그때부터였을까, 난 지금 17살을 먹었음에도 주위의 사람들에게 용돈을 받고있다. 그 사람이 안면도 못튼 생 모르는 사람이라도 말이다.

"저···, 저기요!"

"네?"

"요, 용돈 필요하세요?"

난 속으로 되물었다. 누구세요. 하지만 그건 순전히 속으로 외치는 말일 뿐이였다. 속과 겉이 다른 내 입술은 꾹 다물린채 순순히 고개를 까딱일 뿐이였다. 예나 지금이나 난 부끄럼이 많은 김돈복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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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2-19 20:58 | 조회 : 1,726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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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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