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 이제 학생입니다 (3)


이제 앞으로 이 인간계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하면서 들으라고 있는 수업은 하나도 듣지 않고 고민을 할 뿐이었다. 곰곰이 고민을 하면서 공책에 펜을 움직여 아무거나 쓰고 있다 보니 1교시의 끝을 알리는 쉬는 시간 종이 울렸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나가시자마자 일어나며 왁자지껄 떠들기 시작했다. 나도 생각 없이 글을 쓰다 보니 일본어가 아닌 천계 언어를 사용하고 있어서 급히 지우개로 다 지웠다.

현재 나는 책이 없는 상태로 내 짝인 미도리마와 같이 책을 보았었다. 책은 내일 지급을 해 준다며, 오늘은 공책에 필기를 하라고 하셨다. 시간표를 확인하니 2교시부터 4교시는 미술이다. 미술 선생님의 사정으로 미술을 보충한다고 하더라. 미술은 미술실에서 진행한다며 아카시는 나를 보고는 따라오라고 했다. 미도리마도 그 너구리 도장을 들고 일어났다. 그거 하루 종일 들고 다니는 걸까.

“하야모토. 미술실은 여기야.”

“아, 네.”

조금 설명을 듣는 것은 귀찮은 일이다. 나 혼자 돌아다니고 설계도 같은 것을 보면 이곳 정도는 간단하게 외울 수 있다.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은 모양이니까. 그래도 우선 고분고분하게 말을 듣는 것이 나을 거야. 아마도. 언젠간 반항할 테지만. 미술실로 들어간 나와 아카시, 미도리마는 자리에 앉았다. 물론 교실 자리로. 그러니 당연히 내 옆자리는 미도리마다. 생각해보니 미도리마는 왠지 츤데레 기질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고민을 하면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미소로 수학 시간에 앉아 있었는데, 미도리마가 그걸 봤는지 자에게 이것저것 알려 주었다. 사실은 다 알고 있지만 말이야. 물론, 그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지.

수업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미술 선생님은 주변 사물이나 친구들을 가볍게 그리라고 한다. 딱히 그릴 것도 없는데. 뭘 그리지?

“하야모토.”

“에? 왜 부르시나요. 아카시 군.”

뒤에서 아카시의 목소리가 들려가지고 놀란 나는 들고 있는 샤프를 바로 바닥이랑 입맞춤 시킬 뻔했다. 위험했다. 기척은 내고 다니라고! 젠장. 그래도 나는 태연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대답을 했다. 아카시는 나에게 그릴 것을 고민하고 있다면 나를 그려주지 않겠냐는 요청을 해 왔다. 그럴 까.

“아카시. 하야모토는 당연히 짝인 나를 그릴 것이란 거다.”

“왜지? 먼저 요청한 건 나야. 미도리마.”

“······?”

왠지 모르게 미도리마랑 아카시는 작은 언쟁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나는 왜 갑자기 둘이 언쟁과 신경전을 시작했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오늘 미술 연속으로 3교시가 들었는데, 둘 다 그리면 되지 않을 까. 나는 저 다투는 것 같은 둘을 두고 고민을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그려주겠다고 한 적 없잖아?

“저기. 아카시 군, 미도리마 군.”

“왜 부르는 것이야.”

“왜 부르지?”

“난 둘을 그리겠다고 한 적이 없는데········.”

“-!!!!”“!!!!”

지금 와서 깨달았다는 얼굴은 하지 마!!

―결국 나는 누구를 그려줄 거냐는 질문에 둘 다 그리겠다는 대답을 해주었다. 그나저나 이것들은 오늘 처음 보는 나에게 왜 이러는 건지 정말 모르겠다. 농구공으로 뒤통수라도 맞은 건가? 그나저나. 잘생기긴 했네. 여자애들의 시선이 내 등을 푹푹 찌르고 있어.

시선은 곱게 무시하고 있는 나는 종이에 둘을 그리고 있었다. 2교시와 3교시 반 정도를 써서 다 그릴 수 있었다. 나머지 절반은 그 둘이 나를 그려주었다. 다 그리고 나서 그림은 선생님에게 제출했고, 점심시간 때 밥을 먹기 위해서 다 제 각각으로 흩어진다.

도시락을 먹는 아이들, 급식을 먹는 애들, 매점에서 이것저것을 사와 먹는 아이들. 그러고 보니 어머니는 내 건강을 걱정해서 도시락을 싸주셨다. 엄청 무거웠어. 아무리 설정을 건드렸을 때 공식까지는 다 건드리기는 애매해서 몸이 너무 안 좋아 미국에서 병원 치료를 받았다. 라고만 만들었었지. 그래서 어머니가 내 건강 걱정을 많이 하시는데 지극 정성인 것은 감사하지만 이건 너무 과한데.

내가 먹는 양에 5배를 초월하는 양을 보면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면 물어봐서 미도리마랑 아카시랑 같이 먹는 수밖에. 나 아직 그 둘 말고는 대화도 잘 안 나눴단 말이야. 좋아. 물어보자!

“저기! 아카시 군! 미도리마 군!”

“? 왜 부르냐는 것이야.”

“?”

“어머니께서 도시락을 너무 많이 싸주셔서······· 괜찮다면 너희들과 같이 먹을 수 있을까?”

여자애들의 눈총이 갑자기 또 날라와 나를 찌른다. 하지만 괜찮아. 무엇보다 나는 걔네들이랑 친구도 아니고 그렇게 미도리마나 아카시가 좋으면 먼저 말을 걸어서 점수를 따던가.

미도리마와 아카시는 흔쾌히 수락을 했고, 옥상에 가서 먹자며 나는 도시락 5단을 들고 옥상으로 올라가려는 찰나, 미도리마가 도시락을 대신 들었다.

“들어주겠다는 것이야.”

“무거울 텐데······· 괜찮아요?”

이미 뺏어 들었으면서 들어주겠다는 거야. 는 뭐냐. 나에게 좀 이유 좀 말해주지. 응?

“이 정도는 괜찮다는 것이야. 무엇보다 오늘의 행운의 물건을 만들어준 보답인 거다.”

“하하, 고마워요. 미도리마 군.”

힘 증가 버프를 걸면 그다지 무거운 것도 아니었다. 나는 우선 방긋 웃으면서 고맙다고는 말했다. 그리고 지금은 인간 모드니까 무거운 척은 해야겠지. 아무튼 도시락을 뺏어 든 미도리마 덕분에 옥상 까지는 가볍게 갈 수 있었고, 나는 뒤에서 아카시에게 건물에 대해 소개를 해주었다. 금방 외울 수 있을 것 같다. 여기 구교사도 있구나.

그렇게 나는 아카시와 미도리마 덕분에 금방 옥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옥상 문을 여니 파란색 머리, 분홍 머리 여자애, 보라색 키 큰 남자애가 있었다. 저거 머리 다 천연? 아,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어라? 야. 아카시. 미도리마. 그 뒤에 여자애 누구야?”

“처음 보는 여자애구.”

“귀여워어!!”

당연히 오늘 처음 왔으니 당연히 처음 보는 거겠지. 순서대로 파랑, 보라, 분홍이다. 솔직히 파랑보다는 남색에 가깝지.

“오늘 우리 반으로 온 전학생인 거다.”

“하야모토 오토메라고 해요. 반가워요!”

그리고는 어느새 이야기를 몇 마디 주고받더니 금방 친해졌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까지!

“반가워!! 난 모모이 사츠키. 농구부 매니저야! 혹시 토메쨩이라고 불러도 될까?”

“하하, 사츠키 양. 저도 반갑고, 그렇게 불러도 돼요!”

모모이는 나를 귀엽다고 끌어안고는 부비적 비빈다. 솔직히 말한다면 무진장 답답하다. 154cm의 작은 키인 나는 당연히 모모이가 끌어안으면 끼인다. 답답해 죽을 것 같다. 그래도 본인이 좋다고 하는데 내버려 두도록 하자. 그래. 그래야지.

“그나저나 미도칭― 그 도시락 통 처음 보구~ 그거 오늘 행운의 아이테엠?”

“미도칭이라 부르지 말라는 것이야. 그리고 이것은 하야모토의 것이다. 같이 먹자고 했던 게야.”

“하하, 어머니께서 음식을 너무 많이 싸주셔서요,”

도시락 5단이 뭐야. 난 한 단만 먹어도 배부른데, 결국 우리는 다 같이 나누어 먹었다. 빙 둘러 앉아 도시락을 펼쳐서 먹기 시작했다. 맛있고 휘황찬란한 도시락을 싸주신 어머니의 음식은 남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아직 토메쨩은 부 활동 안 정했지?”

“네. 농구부에 관심이 있어서 농구부에 신청하려고는 해요.”

“잘 됐다!! 나도 농구 부야! 같이 매니저 하자!”

“입부 신청서라면 여기.”

원래 목적도 농구부였고, 모모이도 즐거워 보이네. 인간계 첫 동성 친구구나. 기쁜 걸, 그리고 나는 아카시가 내민 입부 신청서를 받았다. 보통 이런 걸 항상 들고 다니나? 그렇지만 필기구를 나도 가지고 있지!

나는 입부 신청서에 빈칸을 채워서 아카시에게 돌려주었다. 아카시는 주장과 감독님, 코치님에게 말해 둘 테니 내일 아침 부 활동 때 오라고 했다. 매니저 보다는 선수가 더 좋지만 아무래도 키가 작고 여자라는 것 때문에 안 시켜줄 것 같은 느낌이다. 뭐, 일과가 끝나면 잠시 도서관에 들릴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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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2-22 13:41 | 조회 : 1,575 목록
작가의 말
백란l

어째서 점심 시간인데 필기구를 들고 다니냐고요? 제가 그럽니다. 주머니 뒤져보면 펜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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