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살아갈 수 있을까]

온통 피바다가 펼쳐진 폐허에서 하얀 소매가 움찔, 움직였다. 커다란 유리 파편들이 울긋불긋 가운에 박혀 흉부를 붉게 수놓았다. 몸을 일으키자 후드득 떨어지는 파편에 흉부가 아려왔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자 얼마 못가 흉부를 부여잡으며 몸이 서늘한 피투성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손을 덜덜 떨며 손바닥을 피자 붉은 피가 묻어온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커다란 파편을 잡고 조심스럽게 빼기 시작했다.

"..윽"

엄청 아프다. 그저 잠시 따끔거리는 고통이 아니라 살을 도려내는 통증에 눈을 질끈 감았다. 아슬하게 어깨에 닿지 않는 긴 단발이 목을 간지럽혔으나 너무, 너무 아픈 탓에 알지도 못했다. 단말의 비명과 함께 쨍그랑, 기다란 파편이 떨어졌다. 급한 불을 끄니 유리에 보이는 자신의 모습이, 그렇게 놀라울 수가 없었다. 누군가의 가지런한 잇자국으로부터 목선 위로 잿빛의 독이 스멀스멀 퍼진 것이다. 문득, 기억이 떠올랐다. 분명하다, 이건..

"..아이에게 물렸던 자국."

백발이 잘 어울리는 아이, 예쁜 눈을 가진 아이에게 물린 상처. 아직도 그 기억에서 와그작, 무언가를 무는 섬뜩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진정, 진정하자. 어눌한 걸음으로 일단 살고 생각하자는 듯이 부서진 건물의 주변, 서랍장의 손잡이를 잡고 힘껏 열었다. 아니나 다를까, 하얀 연구복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이건 남자 연구원들이나 키가 큰 연구원들이 입었던 것이였나, 소매부터 길이까지 바닥에 질질 끌리고, 소매가 손가락을 덮었다.

찬물 더운물 가릴 처지가 아니므로 그냥 입기로 했다. 이전에 입고있던 연구복은 소매를 뜯어 흉부를 꽉 압박했다. 일단, 여기를 빠져나가야 한다. 적어도 아이의 생사를 알아야 하지 않겠나. 벽을 손으로 짚어가며 그녀의 절룩거리는 걸음이 맞닿은 발자국을, 그 위로 뿌연 먼지가 소복히 쌓였다. 온통 난장판이 되어버린 출구, 벽의 파편들이 출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그럼에도 수석으로 연구계에 입사한 자신의 미운 머리는 이미 계획을 생각해 놓았다며 찌릿찌릿 아파왔다.

일단, 벽의 파편들은 생각보다 빈틈이 많다. 충분히 무언가를 그 사이에 끼워넣을 수 있다는 뜻이다. 뒤를 돌아보는 순간, 아슬하게 버텨준 벽이 우직, 위험한 소리를 냈다. 어머, 저거 위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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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7-05 21:56 | 조회 : 1,199 목록
작가의 말
자나가던 잡덕

으악.,..여자 연구원 넘ㅁ우 이쁩니다..(또륵))그럼 전 여러분들이 예쁜 댓글을 달아주실ㄹ동안 화장실을! 오타 있으면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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