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알오물) - 01. 상담실에서

어느 화창한 가을날, 알파 남학교의 학생들은 대부분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있었다. 딱, 귀찮아서 배가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벤치에 앉아있는 황상하라는 학생만 빼고는 심지어 선생님인 정현우까지도 운동장에서 뛰고 있었다.

이건 이 반의 담임인 정현우가 야외 수업을 하자는 학생들의 의견에 이기지 못하고 마련한 자리였다.

다른 남학생들보다 그다지 크지 않은 키를 가진 현우는 남학생들보다도 느려서 꽤나 눈에 띄었다. 빠르지 못함에도 제자들에게 뒤처지고 싶지 않은지 필사적으로 뛰는 현우의 모습은 상하가 픽, 웃음을 머금게 했다.

슬슬 학생들이 더워졌는지 상하가 앉아있는 벤치에 옷을 던져놓고 가기 시작했다. 빨간색부터 파란색, 검은색, 노란색, 하얀색의 다양한 색의 옷들이 벤치로 날아들자 상하는 눈이 뱅글뱅글 도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문득 상하의 무릎에 곤색의 옷이 툭, 하고 던져졌다. 왜 이게 무릎에 왔을까, 고민하던 상하의 의문을 해결해 준 것은 멀리서 들려온 목소리였다.

“야-! 황상하! 그거 내 옷이니까 잘 보관해라!”

오른손을 흔들면서 자신에게 말하는 담임의 모습에 상하는 피식 웃으며 옷을 옆에 던져 놓으려 했다. 하지만 자신에게 신신당부까지는 아니었지만 부탁한 담임의 말이 마음에 걸려 옷을 잘 개어 놓겠다고 상하는 다짐했다.

옷의 주름을 펴기 위해 옷을 문지르자 주머니에서 무언가가 빠져나와 바닥에서 굴렀다. 상하는 흙먼지를 뒤집어쓴 그 원통형의 물건을 바닥에서 주워들었다.

하얀색에 짤뚱한 원통형의 그 물건에는 무어라고 글씨가 프린트되어 있었다.

‘페로몬 억제제 - 열성 오메가용’

오호라. 상하의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가졌다. 알파들만 있는 이 학교에서 오메가가 있을 것이란 것은 아마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글씨 옆에 네임펜으로 쓰인 손글씨는 현우의 것이 분명했다.

‘매월 4일 꼭 먹기!’

4일... 이면 바로 내일이었다.

상하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약병을 품 안에 숨겼다. 내일이 꽤나 기다려졌다.

‘옷 보관비로, 이 정도는 받아야하지 않겠어?’

*

다음날, 4일.

상하는 하루 종일 무언가를 다급하게 찾는 담임의 모습을 빤히 주시하고 있었다.

현우가 상하에게 혹시 옷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것을 보지 못했냐고도 물었지만, 상하는 전혀 본 적이 없다고 잡아뗐다.

현우는 거의 울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상하는 자진해서 그 물건을 찾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했다. 몸에서 나는 달콤한 냄새를 가리려 이제는 아예 밖에서 사온 컵케익을 손에 들고 다니는 현우는 도움을 마다할 입장이 아니었다.

달콤하고 부드러워 생크림의 냄새와 같았던 그의 페로몬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저 컵케익의 향이 강하다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어제 선생님 상담실에서 지호랑 상담할 때 떨구신 것 아니에요?”

오늘 상담실을 아무도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하는 미리 알아 둔 상태였다.

상담실은 한 번도 뒤져보지 않은 현우는 그 말이 꽤나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미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던 현우는 그런 것을 따질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상담실에 다다른 현우는 상하에게 밖에 잠시 나가있으라고 말하고는 혼자 안으로 들어가 약병을 찾기 시작했다. 아마 상하에게 자신이 오메가인 것을 들키고 싶지 않은 것일 거였다.

그러자 상하는 재빠르게 바깥의 ‘들어오세요’ 팻말을 ‘상담 중’으로 뒤집어 놓고 조용히 문 안으로 들어가 안쪽에서 문을 잠갔다.

달칵, 소리가 나고 노을빛이 창문 사이로 새어들어오는 조용한 상담실에 상하와 현우 둘만이 남았다.

이상함을 느낀 현우는 초조하게 상하에게 물었다.

“읏... 상...하야? 무슨 일이야?”

이미 흥분감에 휩싸인 현우의 잇새에서 신음이 새어 나왔다.

농도 짙은 술처럼 취할 것 같이 풍겨오는 페로몬에 입혀진 신음소리에 상하의 이성이 순식간에 끊어졌다.

현우에게로 성큼 다가간 상하는 현우가 뭐라 할 틈도 없이 현우의 턱을 단단히 잡고 그의 입 안으로 거칠게 파고들었다.

상하를 밀어내려 한 현우의 손은 턱을 잡지 않은 상하의 손에 잡혀 맥없이 내려져 있었다. 상하가 현우의 손에서 손을 뗀 다음에도 그 손은 여전히 축 쳐져 있었다.

침입자는 현우의 가지런한 이와 잇몸을 끈적하게 훑었다.

페로몬으로 머릿속이 푹 젖어버린 현우는 뜨겁게 닿아오는 혀의 움직임에 연신 억눌린 신음소리를 냈다.

이윽고 잇새로 들어온 길고 뜨거운 혀가 현우의 입 안 구석구석을 문질렀다.

아래쪽에 있던 손은 어느새 현우의 귀를 자근자근 매만지고 있었다.

농염한 움직임 하나하나에 현우의 몸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읏...!! 음.....응.....”

상하의 손가락 하나가 현우의 귓구멍 안에서 진동을 주자 밀려오는 짜릿한 느낌에 현우는 몸을 흠칫 떨었다.

흐르는 타액이 마치 불덩이를 농축해놓은 덩어리마냥 뜨겁게 느껴졌다.

목구멍 깊숙이 부터 현우의 입 안 모든 곳을 제 타액으로 질해 놓겠다는 것처럼 입 안을 헤집고 다니던 혀는 현우가 숨이 막혀 반쯤 눈이 풀렸을 때 쯤 빠져나갔다.

혀끝에 닿는 공기가 서늘하고 달게 다가왔다.

현우가 헐떡이는 호흡을 고르고 있을 때, 만만찮게 헐떡이는 상하가 갑자기 현우의 와이셔츠 제일 위 단추를 튿어냈다.

그러더니 헐떡이는 숨을 그렇지 않은 척 억누르면서, 상하가 사악한 미소를 띤 채 현우에게 물어왔다.

“왜, 오메가가, 알파 학교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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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1-18 04:56 | 조회 : 12,858 목록
작가의 말
부드럽게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느낌이랄까요... 보시다시피 외전이고, 지워진 본편은 블로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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