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솔이 말하는 하은의 이야기



내가 하은이를 만난건 그래, 고1때였지.
입학식에서 본 하은이는 죽은 사람 같았어. 창백해가지고는 빼짝 말라서 가만히 서 있었거든 근데 또 웃는 걸보니 멀쩡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신경 안....쓸려고 했는데 몰라, 자꾸 눈이 가는거야. 그래서 그냥 졸졸졸 따라다녔는데 어느 날은 하은이가 옥상에 올라가더라고 그래서 또 막~졸졸졸 따라갔는데 애가 없어!!! 그래서 두리번 두리번대는데 갑자기 하은이가 뙇!!! 벽치기를 하더니 나를 지긋이 바라보고는

"뭐야, 너 왜 자꾸 따라와?"

라고 하길래. 내가

"뭐야!?!?! 어떻게 알았어!?!?! 몰래 따라다녔는데..."

놀라서 물어봤더니 하은이가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몰래?뭐야 미행한거였어? 그것도 그렇게 티나게?"

라고 말해서 내가 그냥 헤헤 웃었더니 뭔가 피식 웃더니 가라는 듯이 손짓을 하는거야. 그래서 내가 시무룩해져서
타박타박 걸어나가는데 뒤에서 하은이가

"앞으로는 같이 다니자고 너 어딘가에서 전학온거지? 나랑 같이 다녀서 좋을 건 없겠지만 말야."

이렇게 말하는데 너무 귀여운거 있지~ 물론 설우가 더 귀엽지만!! 그 후로 내가 사고를 치면 부모님 대신에 하은이가 나타나서 해결해주고 또 나를 혼냈어. 우리 부모님은 나한테 관심이 전혀 없어서 그런데는 신경 안쓰거든. 하여튼 그렇게 1년 가까이 됐을 때 하은이가 자기 얘기를 나한테 해줬어. 어떻게 하다가 말해줬는지는 비밀이라고 하은이랑 약속해서 말해 줄 수는 없고 그냥 하은이는 덤덤하게 나한테 털어놨어. 그 뒤로 하은이의 행동을 자세하게 봤었는데 역시 얘기를 듣고보니 다르더라고. 뭐, 이것저것, 밥을 한꺼번에 많이 떠놓고선 절반도 못 먹는다던가 필기도구를 끝까지 다 쓰고 못쓰게 되어서야 버린다거나. 알뜰살뜰한게 눈에 보이면서도 안타깝더라고.
하은이가 졸업 할 때 내가 하은이보다 훨씬 어린걸 들키니까 하은이가 화를 엄청 내는데 나는 그렇게까지 화낼 일인가 싶었거든? 근데 하은이가 말하더라.

"야 이 나쁜놈아...나는 너한테 모든걸 말해줬는데 너는 어떻게 나한테 그러냐?"

순간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지. 분명 하은이는 웃고 있는데 우는게 내 눈에 보였어. 무심코 하은이를 끌어안아서 울지말라고 말했다가 한 대 얻어 맞았지.ㅎㅎ
내가 아는 하은이는 이게 다야. 나랑 만났을 때는 친구도 그럭저럭 사귀고 성적은 전교권에서 노는데다가 그냥 평범한 원룸에서 살았거든. 보기에는 '엄한 부모님 아래에서 자란 착한 아들' 이라는 느낌? 물론 보기와는 정반대였지만.
이때의 하은이로 쭉 있을 줄 알았는데 오랜만에 만난 하은이는 달라져 있었어. 화를 내더라고. 얼마나 좋던지 눈물이 다 나올뻔했어.
아!! 맞다!!! 혹시 이거보고 '솔이가 하은이를 좋아했나?' 이런생각 하지마!!! 절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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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이 얘기 들어보니까 어때? 난 나중에 처맞을지는 몰라도 말해줘야겠다고 생각한 것 뿐이야. 잘 들어 하은이는 내게 있어 부모님 같으면서도 돌봐줘야할 남동생이였어. 만일 네가 하은이에게 더 큰 상처를 만든다면 내가 너 제 구실은 물론이고 숨쉬는 것조차 힘들게 만들어버릴거니까."

솔이 덤덤하게 술잔을 돌리며 말했다.

그때 솔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느늑이가 작가의 말 쓰라고 재촉해요
by.곧 느늑이한테 맞을 등신이



요즘 작가의 말이 쓸게 없네요 꺄르륵
by.누느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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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9-03 20:19 | 조회 : 1,598 목록
작가의 말
등신아꺼져.누느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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