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와 비둘기/단문

1.

소녀는 블루베리 나무를 사랑했다.

비둘기들은 달고 촉촉한 블루베리 열매를 따먹었다.

소녀에게있어 유일한 휴식과 여유같은 블루베리가 비둘기의 부리로 들어갈때마다 소녀의 분노도 사복사복 채워져갔다.

비둘기를 막을 철망을 설치할 돈이 없었던 소녀는 비둘기 한마리를 잡아 그 목을 비틀어 장대 위에 매달아놓았다.

블루베리는 비둘기의 핏물에 더 큰 열매를 맺었고 그 이후론 그 어떤 비둘기도 소녀의 블루베리를 탐내지 않았다.



2.

당신에게 깊디 깊은 상처를 하나 남기겠습니다.
매일 글을 쓰는 손등 정도가 좋겠군요.

그 상처에 딱지가 생기고 떨어져도 거슬리는 흉터로 남아,
언제까지고 나를 잊지 못하도록.



3.
10대에 시인이 되겠노라 하면 감수성이 풍부한 문학소년소녀가 된다.
20대에 시인이 되겠노라 하면 젊은이의 치기라는 소리를 듣는다.
30대에 시인이 되겠노라 하면 돈은 어떻게 벌거냐는 소리를 듣는다.
40대에 시인이 되겠노라 하면 무책임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시인이 되겠노라 하면, 어떻게든 거슬리는 소리를 듣게된다.
그렇게 아름다웠을지도 모를 태어나지 못한 문장은 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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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1-01 17:14 | 조회 : 1,036 목록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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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투리 단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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