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오 헤티하 3

할아버지의 유품인 지팡이는 눈을 떠보니 없었고, 손과 발에는 사슬이 채워져 있었다. 꼬르륵. 뱃속에선 허기가 지자 자리에서 일어나 문 근처로 가도 병사 하나 보이지 않았다. 결국 뒤로 돌아 침대 위에 누워 팔뚝을 매만졌다.

지하다보니 가만히 있어도 입김이 나왔고, 손끝이 떨려왔다. 몸이 오들오들 추워지자 거적때기 하나라도 주면 좋겠다고 바랬다. 지팡이와 망토는 일어나보니 이곳에 없었고,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배고파.”

“이와 중에 배가 고픈가 보군.”


예드린은 배를 굶주리며 한숨을 내뱉자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홱 돌렸다. 철장 앞에서 팔짱을 낀 채 서 있는 신오가 보였다.

덜컹. 신오는 안으로 들어오려고 문을 잡아당겼지만 웅장한 소리만 날 뿐 문은 열리지 않았다. 문이 굳게 잠겨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지 부서져라 크게 흔들며 애꿎은 문을 탓했다.

예드린은 작게 실소를 하며 침대에서 일어나 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가 가까이 다가오자 신오 얼굴에서 미소가 어렸다. 하지만 애써 근엄한 왕을 흉내 내려는지 웃음기를 없애곤 헛기침을 해댔다.


“그래. 받을 벌은 생각했느냐?”


선대 왕의 은인이라고 사칭하여 왕을 속인 죄와 그것뿐만 아니라 사칭한 상태로 망각의 눈물을 얻으려고 한 죄로 예드린은 지하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상소문의 내용은 어서 빨리 엄벌에 처하라고 하지만 신오는 예드린의 관한 상소문은 아예 읽지도 않고 버려 버렸다. 하나둘씩 넘쳐나는 상소문에 지하 감옥에 갇혀 있는 예드린 아리우스는 선대 왕의 은인인 카티하 아리우스의 후손이라고 해명해 공문을 붙여 놓았지만 오히려 400년이란 세월은 인간계와 용족과 흐르는 시간이 다르다는 원로의 의견이 신의를 얻어 신오는 반박을 할 수 없었다.

예드린은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몸을 베베 꼬다가 굳은 의지를 한 채 신오를 보았다. 약한 벌이라도 좋으니 뭐든지 말해보라는 신오의 말에 예드린은 힘껏 소리쳤다.


“저희 왕국으로 돌아가는 벌을 받고 싶습니다!”


그의 말과 함께 신오의 얼굴이 경직 되었다. 우둑하는 소리와 함께 쇠창살이 으스러졌다. 예드린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신오의 눈치를 보았다. 송곳니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는 느낌이 마치 용을 생각나게 했다. 그러고 보니 문득 지팡이의 문장이 떠올랐다. 알을 품은 거대한 용 한 마리. 용족! 그래, 들어본 적 있어.


‘용족은 말이야. 우리 가문의 수호신이라고 할 수 있어. 예전 우리 조상님께서 한 마리의 용을 도와준 후로 겹겹상가 끊이지 않고 화목하다고 하더라. 하지만 반대로 용족의 노여움을 자손 대대로 어떤 일을 겪게 될지 모른다고. 그러니 예드린, 아주 만약에 용족을 만나게 되면, 만나서 심기를 거스르게 되면…….’


별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라 대충 흘려들었던 할머니의 말이 무의식적으로 생각났다.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용족의 심기를 거슬렀다. 할머니가 하던 마지막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예드린은 두 눈을 꼭 감으며 온 신경을 머리로 쏠려보지만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허! 아주 기고만장한 노예로구나!”


떠올려. 떠올려. 떠올리라구! 예드린 아리우스!

예드린은 몇 번이나 자기 주문을 외우며 할머니의 말을 떠올리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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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1-26 00:34 | 조회 : 1,638 목록
작가의 말
nic38305977

인기 저조의 이유는 역시 재미가 없는 거겠죠ㅠㅠ 필력이 문젠가...? 일단 슬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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