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 전체

“할 수 없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 내뱉은 카게야마의 한마디. 누가 들으면 뒷목을 잡을만한 대답이었다. 자신의 지인이 연관됨이 확실해진 사건에서 구울 해결에 특화된 CCG의 일원이 사건 해결에 대하여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다니, 상사의 입장에서는 그게 CCG의 일원이 할 소리냐며 한 대 때려줄 만한 대사였다.

그러나 오이카와는 달랐다.

그는 침묵을 지켰다.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소리도 지르지 않았으며, 화난 기색도 없었다.

그는 입꼬리를 올린 채 웃지 않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카게야마는 그런 오이카와의 반응을 예상이라도 한 듯 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숨을 고르며 마음을 가다듬고, 생각을 정리하며 누구보다 당당한 눈빛으로 말할 뿐이었다.

“이 사건의 피해자 ‘히나타 쇼요’를 납치해 간 자는 A급 이상의 구울이라 판명되었습니다. 팀장님께서 말씀하시는 해결의 정의가 구울의 소탕과 그의 구출이라면, 저는 CCG의 일원으로써 그 확률은 희박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

“…그러나 ‘히나타 쇼요’는 이 사건의 피해자 임과 동시에 저의 지인이며, 동료이며 가족이고, 형제입니다. 담당자 중 하나인 저는 그를 구출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단순한 제가 아닌 우리 팀으로써는, 그를 구출할 확률이 증가한다고 예상하는 바입니다.”

“…그래서?”

“도와주십시오.”

말을 마치고 고개를 숙이는 카게야마. 기본적으로 목례를 잘 하지 않는 그가 고개를 숙이는 모습은 꽤나 드물었기에 오이카와는 이채를 띄었다. 그리고, 웃었다.

“하하하-, 꽤나 재미있는 말을 하는걸, 카게야마군?”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난 그런 것을 물은 게 아니야. 너 자신은, 그를 구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오이카와의 질문이 달라졌다. 그제야 카게야마는 고개를 들었다. 당당했던 그의 눈빛과 분위기는 변하지 않은 채, 여전히 의자에 앉은 채로 그를 올려다보며 미소 짓는 오이카와를 향해 질문의 정답을 읊었다.

“네.”

***

1분 1초가 촉박하게 흘렀다. 일명 [Level AX - H.S]로 불리게 된 사건의 담당을 맡게 된 팀원들은 다시 한번 회의실로 모이게 되었다. 이전에 회의실에서 결례를 일으켰던 카게야마가 들어오자, 한번씩 눈길을 주는 이도 있었지만 잠시 뿐이었다. 여전히 긴박한 분위기가 흐르는 회의실에서 카게야마는 서둘러 의자에 앉았다.

회의를 주도하던 특등 수사관이 카게야마의 의중을 살폈다. 그 시선을 느낀 카게야마는 그를 향하여 반성의 뜻을 담아 목례를 했다. 옆에 앉아있던 오이카와도 낌새를 느낀듯 수사관을 향해 조용히 미소지었다. 그런 둘을 바라보던 그는 이내 시선을 돌려 회의를 진행했다.

“일전에 얘기한 바와 같이 이번 사건의 최종 목표는 구울의 확보가 아닌 규모의 확인이다. 보이면 잡되 최대한 이 지역에 분포한 구울의 개체 수와 영역 확인을 최우선으로 한다. 각자 화면에 표시되어있는 대로 각 팀의 담당 구역을 확인하고 팀장의 명령을 따른다. 팀장은 주기적으로 상황을 보호하고 다른 명령이 내려질 시에 팀원들에게 전달하여 임무를 속행한다.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질문 있나?”

회의장을 잠시 둘러본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들에 대해 만족한 표정을 띄었다.

“회의는 종료한다. 각 팀원은 즉시 임무를 시작하고 팀장은 대기한다.”

드르륵-

의자와 바닥이 끌리는 소리가 일제히 들려오면서 각 팀원들은 각자에게 내려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빠르게 회의장에서 빠져나왔다. 오이카와는 나가면서 자신을 잠시 주시하는 카게야마를 향해 오른손을 올렸다. 이내 카게야마는 회의실을 등진 채 팀원들을 따라 걸음을 재촉했다.

팀원들이 회의실에서 모두 나가자 팀장들은 특등 수사관을 향해 의문의 빛을 띄었다. 수사관은 팀원들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자 천천히 입을 떼었다.

“팀장들은 임무를 속행함과 동시에 한 가지 유의점을 지키도록 한다.”

오이카와는 평소와 다르게 조금씩 침묵을 유지하는 수사관을 의문스럽게 올려다보았다. 그는 평소에 괜한 시간이 지체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속행’이라는 단어를 습관처럼 하는 그에게 이러한 침묵의 시간은 의외의 일이었다.

무슨 일일까, 궁금증이 일었다.

침묵에 물든 회의실 안에서 긴 것처럼 느껴지는 침묵의 시간이 지나자, 수사관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어두운 공간 안에 스크린의 밝은 녹색 조명이 비춰지는 그의 얼굴은 어쩐지 수심이 가득하고 자책과 분노에 물든 모습이었다.

“인질은 포기한다. 구울의 확인을 우선시하라는 상부의 명령이 내려졌다.”

오이카와는 일순간 차가운 조소를 머금었다.

***

달칵-

을씨년스럽고 어두운 빌딩 안으로 들어간 한 남자는 자신의 발소리가 벽에 부딪혀 사방에 울려퍼짐을 느끼며 복도를 거닐었다. 어깨에 피를 조금씩 떨어트리는 한 청년을 짊어지고 다른 쪽 손에는 목이 없는 시체 두 개의 옷자락을 잡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가면으로 가려져 있었으나 창문을 통해 세어 들어오는 달빛 만이 가면의 형태를 어림짐작 할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었다.

어쩐지 싸늘한 복도를 조용히 걷던 남자는 이윽고 걸음을 멈췄다. 눈 앞에 보이는건 낡아 녹이 슬어가는 철제 문. 남자는 시체를 손에서 놔 버리고 철제 문을 두어번 두드렸다.

똑똑-

둔탁한 노크 소리가 울리고 몇 초 지나지 않아 철제 문이 듣기 싫은 소리를 내며 천천히 열렸다. 쾌쾌한 지하 냄새가 문을 통해 바로 흘러나왔지만 남자는 가면에 의해 냄새가 막혔는지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그저 문을 활짝 열고 떨어뜨린 시체 둘을 주워 안으로 던질 뿐이었다.

문 안쪽은 푸른 빛의 조명들이 은은히 빛나는 공간이었다. 수많은 전선들이 바닥에 깔려있고 한 쪽에 배치된 커다란 스크린은 컴퓨터와 연결되어 방 안의 물건들을 구분할 정도의 빛을 비추고 있었다. 방 안으로 한 발 내딛자 쾌쾌한 냄새를 덮을 만한 불쾌한 냄새들이 한꺼번에 코를 찔렀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수록 심해지는 냄새에 결국 남자도 눈을 살짝 찌푸렸는지 가면이 미세하게 떨렸다.

“앗~~ 왔구나아! 가.면.오.빠??”

방 안의 분위기와는 이질적이게 발랄한 모습의 어린 소녀가 깡총깡총 거리며 뛰어나왔다. 자신의 몸집보다 큰 흰색 가운을 입고 있었기에 소매가 손을 다 덮고도 남을 정도였다.

얼굴의 반을 덮는 안경이 콧잔등에서 흘러내리자 소매로 안경을 대충 추스른 소녀는 남자가 아무렇게나 던진 시체 둘을 이리저리 살폈다.

“우왓, 이거 뭐야? 늙고, 더럽고, 추하고, 냄새나! 이런거 왜 가져왔어!”

인상을 찌푸린채로 남자를 소매로 찰싹찰싹 때리면서 시체 둘을 발로 툭툭 걷어차는 소녀였다. 시체를 다룬게 한 두번이 아닌지 조금도 혐오감이나 불쾌감이 보이지 않았고 단지 하나의 장난감으로 여기는 듯한 태도였다.

그런 소녀의 태도가 익숙한지 남자는 눈을 내리깐채 소녀의 행동을 지켜볼 분이었다.

“...주운겁니다. 조금이나마 쓸모가 있을까해서 가져왔는데 필요없다면 버리도록 하죠.”

남자의 말에 소녀는 고개를 갸웃하며 고민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으으음.... 아니야! 아무리 쓰레기라도 어딘가 쓸모가 있겠지. 그것보다아, 그거 그거, 어깨에 그거 뭐야? 그거 내꺼 맞지? 그지?”

남자는 어깨에 짊어졌던 청년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곤 바로 청년에게 달려들며 눈을 빛내는 소녀를 위해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주었다.

“우와우와, 왠 거야?? 인간이잖아? 게다가 피부도 탱탱해!! 머리는 오렌지빛이네? 눈알도 귀엽다아~ 에, 근데 배에 이건 오빠가 한 짓? 너무하잖아! 이러면 이 오빠의 배 쪽은 제대로 보질 못한다구? 아, 맞아. 인간은 이 정도면 죽는거 아니었나? 아-- 정말 어떻게 할꺼야??”

“.....제가 한게 아닙니다. 여기있는 이 구울들의 짓이죠.”

“아, 역시 더럽고 추한 것들은 하는 짓도 추해.... 에잇,에잇! 저리가!”

쿨럭,쿨럭-

목이 없는 두 구울의 시체를 열심히 발로 차던 소녀는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청년의 기침소리에 시체에서 눈을 때고 다시 청년을 바라보았다. 청년 옆에 쭈그려 앉아 피를 토한 청년의 입 안쪽과 눈, 그리고 배 부근을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이내 남자의 한 쪽 소매를 잡아당기면서 이야기했다.

“이 오빠 이렇게 두면 진짜 죽을거 같아. 일단 여기다가 좀 눕혀주라!”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오빠는 이제 나가줘~ 이 오빠 정도면 충분한거 같기도 하구, 지금은! 이 오빠랑 데이트하고 싶어!!”

“필요하면 또 불러주시길.”

“알았어-- 오빠 잘가아--”

긴 소매를 열심히 흔들며 문을 닫고 나가는 가면의 남성을 배웅하던 소녀는 문이 철컹 소리를 흔들며 닫히자 문 바로 앞에 널부러져 있는 목 없는 남자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잠시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아- 옮기기 힘들면 잘라서 옮기면 되겠지!하며 다시 해맑게 웃으면서 남자가 침대 위로 옮겨다 놓은 청년에게 다가갔다.

청년은 아까 쿨럭거리며 기침한게 거짓말인듯 죽은듯이 누워있었다. 얼굴에는 핏기가 없어 마치 시체처럼 창백했고 배의 피는 거의 멈춘 듯 하였으나 아직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외에도 자잘한 생채기가 가득했으나 배의 상처가 너무도 컸기에 다른것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소녀는 청년의 뚫린 배를 관통하여 손을 넣어보고 청년의 몸을 이리저리 만져보다가 흐르는 피를 찍어 맛보았다. 그러더니 인상을 찌푸리며 때를 쓰듯 말했다.

“끄앙, 뭐야, 이 오빠 생각보다 늙었어! 왜 이래? 담배 피나? 그건 아닌데..? 우음.. 뭐지..? 설마 진짜 이 얼굴로 늙은 오빠야? 힝.. 쪼오금만 더 젊으면 딱 내 취향인데.... 진짜 쪼오끔만 더 젊었으면 좋겠다... 어떻게 하지이..?”

소매를 볼에 누른채로 청년을 내려다보며 끙끙대던 소녀는 이내 떠올랐다는듯이 박수를 쳤다. 그러고는 목 없는 시체 둘에게 다가가 청년 쪽으로 옮기기위해 끙끙댔으나 소녀에게 너무 무거웠던 나머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큰 톱을 가져와 배를 잘라 시체를 두 동강 내어버린 소녀는 아까보다는 한결 수월하다는 표정으로 시체를 청년에게 옮겼다.

“자자, 생각을 해보자아... 이 오빠는 인간! 쪼끔 늙었고, 배가 없어! 이 쓰레기는 구울, 엄청 늙었고, 배가 있어! 그러면 이 쓰레기꺼를 이 오빠한테 넘기면.... 음음, 될까? 아, 아니면 저번에 가져왔던 다른 오빠껄 써볼까?”

소녀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어두운 방 바닥에 깔린 전선에 단 한번도 걸리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물품을 찾아 빠르게 움직이는 소녀는 이 방안이 너무도 익숙해 보였다. 칼, 가위, 핀셋, 톱, 전기충격기, 바늘, 실 같은 기본적인 도구들을 포함해 이상한 색과 냄새를 가진 다양한 시약들, 플라스크 속 액체, 캡슐같이 생긴 알약과 적당한 크기의 상자 또한 그녀의 손 안에서 춤추듯 움직였다.

한참을 바삐 움직이든 소녀의 손이 어느새 높이 묶었던 그녀의 검은색 머리카락을 향했다. 망설임없이 머리카락을 칼로 잘라 비커에 담은 소녀의 머리는 예쁜 끈이 부드럽게 풀려 바닥에 떨어졌고 소녀는 머리카락을 손에 쥔 채 일말의 후회도 없어보였다. 단지 머리카락을 담은 비커에 또다시 시약을 부음을 반복하며 손에 쥔 무언가들에게 열중할 뿐이었다.

방 안은 어느새 그녀의 도구가 달그락거리는 소리, 시약이 방울방울 떨어지는 소리와 끓는 소리, 가죽이 잘리고 피가 터져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누구 것인지 모를 미약한 신음 소리들로 가득했다.

***

끄아아악--

조용하던 방 안에 비명 소리가 울리게 된 건 소녀가 실험을 시작한 후 몇 시간이 지나서부터였다. 청년의 몸이 격하게 떨리고 소녀는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바라보며 계속해서 청년의 몸을 들쑤셨다.

가면을 쓴 남자가 가져왔던 목 없는 시체 두 구는 헤어질대로 헤어져 형태를 잃은지 오래였고 소녀의 하얀 가운은 이미 피로 물들어 하얀 부분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소녀는 격하게 떨면서 거친 숨을 토해내는 청년을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며 자꾸만 콧잔등에서 흘러내리는 안경을 다시 끌어올렸다.

“우음... 배가 매꿔지긴 했는데... 음...”

청년의 팔 한쪽 부분에 살짝 흠집을 내어 떨어지는 피를 맛 보고 금새 다시 아물어지는 상처를 바라보던 소녀는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오빠한테는 쪼금 미안하려나... 아닌가? 더 좋은건가?”

침대에 누운 청년을 바라보던 소녀는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면서 함박웃음을 지었다.

“에에 모르겠다! 그보다 오빠랑 나랑 머리색이 똑같다아! 눈도 머리색이랑 똑같이 변해버렸네에? 히히, 커플이다 커플! 오빠랑 나랑 커플!!”

청년의 머리색이 자신과 같은 검푸른 색으로 변해버리자 소녀는 좋은듯 함박 웃음을 지으며 청년의 머리카락을 조금 잘랐다. 그리고 플라스크에 담아 마개를 닫고는 찬장 한 쪽에 올려두었다.

고른 숨을 내뱉으며 눈을 감고 있는 청년을 내려다보던 소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혼잣말을 계속했다.

“다 나은걸까? 제대로 한건가? 아, 확인해볼까??”

소녀의 손이 주변을 더듬거리자 금새 한 도구가 잡혔다. 가위였다.

소녀는 가위를 높이 치켜들고 청년을 향해 내리꽂았다. 청년의 한쪽 팔에 가위가 박히면서 피가 솟구쳤다. 이미 한 쪽이 피로 물든 소녀의 안경에 또다시 피가 튀었다. 소녀는 개의치 않은 표정으로 청년의 팔에 박힌 가위를 빙글빙글 돌렸다. 청년의 입에서는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끄으.....윽......”

“오빠 깼어?? 일어났어? 아직인가?”

가위가 팔에 박힌채로 뽑지 않은 소녀는 다시 주변은 더듬었다. 이번에는 바늘 한 상자가 잡혔다.

소녀는 바늘을 잡기 위해 상자를 뒤적였으나 소매로 감싸진 손에는 바늘이 잘 잡히지 않았다. 열심히 뒤적였지만 결국 바늘 상자를 엎지르고 만 소녀는 볼을 부풀리며 바닥에 이리저리 쏟아진 바늘들을 쏘아보았다. 그러고는 상자를 발로 차버리고 방 안의 한 곳으로 걸어갔다.

소녀가 다시 청년에게 올때 소녀의 손에 쥐어진 것은 한참 전 시체 두 구를 자를때 사용했던 톱이었다.

“오빠, 이제 일어나아!”

그 나이때의 소녀 다운 미소를 입에 건 채 청년을 향해 톱을 높이 든 소녀는 정말 순진무구해 보였다.

또 몇 시간이 흐른 후, 끊이지 않는 비명소리에 잠겨있었던 방 안에서 소녀가 자취를 감추었다.

방 안에 남아있는 것이라곤 형체가 없는 고기 덩어리와 온 방에 흩뿌려진 피, 푸른 빛을 내는 스크린, 수많은 비커와 플라스크, 그리고 피로 젖은 침대에 누워있는 청년 뿐이었다. 청년의 손목은 교차되어 묶인 채 벽과 연결된 사슬에 이어져있었고, 발목 또한 각각 구속되어 침대의 양 모서리와 이어져있었다. 침대에 이미 연결되어 있는 듯한 구속 장치들은 하나같이 무겁고 두꺼워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붉게 물든 침대에 누운채로 구속 장치로 묶인 상태라고는 믿기지 않게 청년은 편안한 표정으로 고른 숨을 내뱉으며 잠을 청하고 있었다. 태양과 달조차 보이지 않는 밀폐된 공간 안에서 플라스크에서 떨어지는 방울 소리만이 적막함을 조금 달래주었다.

시간이 흐르고 흘렀을때, 청년으로부터 시작된 피 냄새가 방 안 구석의 작은 틈을 통해 빌딩 바깥쪽까지 퍼질 무렵, 청년의 눈꺼풀이 잘게 떨렸다.

이윽고, 청년이 느릿하게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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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7-30 21:31 | 조회 : 1,565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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