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 2

자신의 뒤에 아무것도 없음을 확인했음에도 히나타는 여전히 두려웠다. 마치 괴담을 듣고 자신의 등이 싸늘해지는 듯한 느낌을 얻듯이. 괜히 자신의 등 뒤를 한 번 확인해 보듯이. 그의 뇌리에는 자신을 쳐다보는 남자의 붉은 눈동자가 선명히 박혀있었다.

그가 따라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긴장이 풀려 다리가 미친 듯이 떨려왔다.
입 안에서 딱, 따닥하고 어금니가 맞부딪히는 소리가 귀를 타고 올라와 끊임없이 맴돌았다.



“우… 우욱..!!”



뒤늦게 헛구역질이 치밀었다.
아직도 그 지독하고 끔찍한 혈향이 코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숨을 거칠게 몰아 쉬며 어떻게든 냄새를 지우려 애썼지만, 들이마셔지는 공기를 타고 올라온 냄새는 도리어 히나타를 더욱 괴롭게 했다.



“흐윽… 흐으…. 우웩..!! …흐억…흐아아…”



자각하지 못한 사이에 눈물이 흘렀나 보다. 입을 틀어막고 있던 손바닥이 축축히 젖은 탓이다. 눈물에 대해 자각하기 시작하자 쉴 세 없이 터져 나왔다. 미치도록 두렵고 무섭다는 생각에 꼬리를 맞물고 선명히 떠오르는 붉은색. 결국 역류하고 말았다.

여기까지 뛰어온 것도 장하다는 듯이 다리는 마침내 힘을 잃고 말았다. 힘이 빠진 다리를 주먹으로 때리고 두들기고 내리치며 어떻게든 일어서려 했건만, 다리는 주인의 말을 듣지 않았다. 한시라도 빨리 이 빌어먹을 골목길을 빠져나가고 싶다.
집까지 데려다 준다던 카게야마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들려왔다.



“흐윽… 카게야…마… 흐으… 흐아아….”



애라고 거절하지 말걸. 데려다 달라고 할걸. 이라는 생각을 곱씹던 히나타는 뒤늦게 자신의 이기심을 탓했다. 카게야마가 왔다가 그 남자한테 죽으면 어떡해. 카게야마가 다치면 어떡해.
내 탓이잖아?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충돌이 일어났다.

카게야마는 나보다 강해. 그러니까 이길 수 있을 꺼야. 아니야, 이길 수 없어. 저 남자 피 냄새가 엄청나게 나는걸. 카게야마도 죽으면 어떡해. 그럼 나한테 남는 건 아무것도 없어. 그렇지만 너무 무서운걸. 다리에 힘이 풀려서 일어날 수조차 없어. 그래도 카게야마는 CCG 소속이니까 이길 수 있지 않을까?



“…..CCG?”



CCG가 뭐 하는 곳이더라.
눈물이 멈춘 히나타는 카게야마와 이때까지 해왔던 대화의 기억을 되살려 CCG에 관한 것을 기억하려 했다. 마치 억지로라도 주의를 돌려 공포심을 잊으려는 듯 히나타는 갑작스럽게 그 주제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서든 자기 자신을 지키려는 무의식적인 방어일까, 히나타의 모든 신경이 그것으로 쏠려있었다.

이때까지 해왔던 대화를 천천히 되짚어 보면 CCG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 수 있지 않을까. 카게야마가 나에게 비밀로 한 것은 거의 없었으니까. 히나타가 카게야마와의 대화를 마음속으로 되짚기 시작하자, 그 남자에 대한 공포심과 이러한 상황에 대한 긴장감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부터 카게야마와 주고받았던 문자 메시지의 기억도 되짚기 시작하자,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조차 잊을 정도로 기억의 잔재에 정신을 쏟기 시작했다.

그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않았더라면.



“주저 앉았네. 포기한 건가? 그럼… 내가 이긴 거지?”

“어….? 아아….흐아아악!!!”



푸욱. 촤아악

비명을 채 다 지르기도 전에 들려오는 끔찍하고도 섬뜩한 소리. 그와 동시에 누군가가 솜으로 틀어막은 듯 더 이상 나오지 않는 목소리. 겨우 지웠건만 다시 코를 타고 스며드는 비릿한 악취와 함께 히나타의 의식이 점점 멀어져 갔다.

보통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생생한 고통에 몸부림 쳤겠지만, 긴장을 놓고 있다가 갑작스럽게 밀려드는 공포감과 두려움으로 인해 히나타는 의식을 먼저 잃어버렸다. 불행 중 다행일까. 아니, 더 이상 다행이란 단어를 의미 그대로 쓸 수는 없을 것 같다.

눈을 감기 전 히나타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그 남자의 팔을 감싸고 있는 시리도록 푸른 무언가가 검은 골목길을 배경 삼아 흩날리는 붉은 꽃으로 물들어 가는 모습이었다.
그것을 본 히나타는 비로소 기억해냈다.

CCG의 존재 의의와, 이 남자가

[구울]

이라는 것을.



그 이후로 ‘히나타 쇼요’가 의식을 되찾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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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있어도 할말이 없슴다. 오늘도 알림보고 급하게 올리는 작가 한마리.

BL 러브님 감삼다.. 재밌구나... 재밌구나아 크흡
맟으6님 왠지 오소마츠상이 떠오르는 닉넴이군요. 맞추셨습니다! 있어야 스토리 진행이 되지!
슈크론님 다음화 빠르진 않지만 나왔습니다. 죄송함다. 살살해주세요..

그리고 의도치 않은 Q&A느낌 전 아주 좋아합니다.
짱구는옷말려님 제 소설 계기는 음...
그겁니다. 내가 원하는 팬픽이 없어서 만들기 시작한 단계. 솔직히 어릴때부터 상상(+망상) 정말 좋아했습니다.
좋아하는 애니... 저 엄청 많이봐서 어려운데 몇개 말씀드리면 도쿄구울, 호오즈키의 냉철, 은혼, 모노노케 등이 있습니다. 진짜 지금 딱 떠오른 몇개들.
맞춤법 파괴자님 그림.. 이건 좀 애매하네요. 제 그림을 올리고 평가하지 않는 이상 제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냥은 열라 못그리는데 트레는 자신있습니다.

소설 봐주시는 모든분들 정말 사랑드립니다. 댓글 써주시는 분들 더 사랑합니다.
기다려주신 분들 죄송합니다. 제가 원래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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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2-15 16:34 | 조회 : 2,622 목록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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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 작가 말이 더럽게 많네. / 작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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