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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멍청아, 일어나."
"으음.... 어..?"
"일어나!!! 다 왔어!!"
"어어!??!"

어느새 사람들로 가득 차 시끌벅적해진 버스 안. 도무지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뜨자 창문을 통해 따뜻하고 밝은 햇살이 다시금 히나타의 눈을 비춘다. 히나타는 카게야마에게 이끌려 비몽사몽한 상태로 사람들 사이를 이리저리 빠져 나와 서둘러 버스에서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시끌벅적한 소리들이 그의 귀를 때리고 뜨거운 햇살이 그의 정수리에 꽂혔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여기저기 부딪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저 카게야마에게 이끌려가는 히나타에게는 여전히 졸음만이 쏟아졌다.

"흐아암... 졸려어..."
".......잠만 여기 앉아있어, 멍청아."

히나타를 바로 앞의 벤치에 잠깐 앉히고 가방을 옆에 놔둔 뒤, 그는 어디론가 걸어갔다. 히나타는 그런 그의 뒷모습을 게슴츠레 뜬 눈으로 바라보다 그냥 눈을 감아버렸다. 눈을 감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오는 수마를 이기지 못하고 또 고개를 위아래로 까닥이며 꾸벅꾸벅 조는 히나타였다.



고개를 숙이고 곤히 자고 있는 히나타의 볼에 무언가 차가운 것이 닿았다. 차가운 냉기가 그의 볼을 통해 전해지며 전율을 느낀 듯 그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와 동시에 그렇게 히나타를 괴롭히던 잠도 싹 달아나버렸다. 잠을 깨운 것이 무엇인지 보려 아직도 쉽게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적거리다가 앞에 서 있는 카게야마를 발견했다. 카게야마는 물방울이 잔뜩 맺힌 음료수 캔 두 개를 그의 눈 앞에서 흔들고 있었다.

"에, 왔네?"
"마셔, 멍청이."
"주는 거야? 으앗, 차가워!"

잠이 달아나버린 히나타는 기분 좋게 음료수 캔을 땄다. 탄산음료였는지 캔을 따자마자 치익- 하는 소리가 퍼지며 탄산이 넘쳐 흘렀다. 캔을 따라 흘러내린 기포는 캔을 잡고 있던 히나타의 손가락마저 적셔버렸다. 끈적끈적한 느낌에 히나타는 인상을 찌푸렸다. 카게야마는 그러고 있는 그를 한심한 눈길로 쳐다보았다.
히나타가 급한 대로 젖어버린 손가락을 혀로 핥자, 카게야마는 미간을 좁히며 히나타를 바라보더니 한숨을 푹하고 내쉬었다. 자신의 뒷주머니를 뒤적여 항시 휴대하던 휴지 몇 장을 꺼내 뽑아 히나타에게 건넸다.
'아주 멍청이란 말을 꼬리표로 달고 다녀라.'라는 말을 덧붙이며 히나타의 손목을 잡고 근방의 가장 가까운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갔다. 히나타를 화장실에 보내고 그는 히나타의 평소 음식 취향을 생각하며 적당한 햄버거 세트를 골랐다. 계산을 끝내고 진동 벨을 하나 받아 자리로 가 앉자, 히나타가 돌아왔다. 히나타는 진동 벨과 영수증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아, 이건 내가 살게! 나 때문에 온 거니까!"
"됐어 멍청아. 그냥 먹기나 해."
"그러면... 영수증 보여줘. 더치페이 하자!"
"아, 됐다니까?"

영수증을 쭉쭉 찢어서 종이뭉치로 만들어버린 카게야마는 그대로 그걸 바지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갈 곳을 잃어버린 손을 얌전히 내리던 히나타는 오늘따라 카게야마가 이상하는 생각을 반복하면서 진동 벨을 손가락으로 돌리며 장난을 쳤다. 한참을 그러다가 진동이 울리자 신이 난 강아지처럼 곧바로 뛰쳐나갔다.

음식을 한 쟁반 가득 가지고 온 히나타는 행복한 듯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걸어왔다. 그런 표정을 보던 카게야마도 입 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포장을 조심스럽게 벗기고 소스를 듬뿍 뿌리며 세상 다 가진 표정을 짓던 히나타는 앞에서 자신의 몫을 먹던 카게야마에게 물었다.

"먹고 다시 일하러 가?"
"아니, 오늘은 시간 남아."
"오오..! 그럼 놀자!"
"뭐하고?"
"....."

순간 말이 없어진 히나타. 카게야마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얘기하고는 그냥 빨리 먹기나 하라고 히나타를 재촉했다. 음료수까지 야무지게 마셔가면서 먹던 히나타는 카게야마의 것까지 몇 개 집어먹었다, 쏟아지는 욕을 들어야 했지만 입가에 미소가 끊이지 않는 그런 만족스러운 점심이었다.



페스트 푸드점에서 나오면서 나름 통통해진 배를 두드리던 히나타는 연신 미소를 지으며 앞서가는 카게야마를 쫄래쫄래 뒤따라갔다. 카게야마는 그런 히나타를 살짝 뒤돌아봄으로써 거리를 확인하고 걸음 속도를 살짝 낮췄다. 그리고 히나타와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제 어디갈꺼야?”
“…소화라도 시킬래?”

카게야마가 가리키고 있는 곳은 페스트 푸드점 맞은편에 위치한 농구장이었다. 활동적인 터라 움직이는 것과 운동을 좋아하는 히나타는 순간적으로 눈이 반짝하고 빛났지만 곧바로 시무룩해졌다. 히나타의 표정을 곁눈질로 엿본 카게야마가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자 히나타는 그런 카게야마가 답답한 듯이 가슴을 콩콩 치며 말했다.

“농구는 좋지만, 공이 없잖아! 농구공!”
“…..”

카게야마는 들고 있던 손을 조금 더 옮겨 오른쪽으로 향했다. 손가락의 끝은 낡은 문구점을 향하고 있었는데, 반갑게도 입구 위에는 조금 낡은 듯한 농구공이 그물망에 싸인 채로 매달려있었다. 농구공을 발견하곤 신이 나서 금세 기운을 차린 히나타는 발을 동동 구르며 신호등을 기다리다가 신호가 바뀌자 바로 뛰쳐나갔다. 여전히 애라는 생각을 하던 카게야마도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들떠 걸음을 빨리 옮기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당도한 문구점에서 계속 보고 있었던 농구공을 구입한 후, 히나타는 공을 땅에 튕기며 농구장 안에 들어섰다. 공기가 가득 찰 정도로 들어가 있었는지 농구공은 탱탱 소리를 내며 농구장의 매트와 부딪히고 힘차게 튀어 올랐다. 휴일이라 그런지 한쪽 벤치에는 어린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나와 놀고 있었다.

농구장 매트 위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공을 튕기는 히나타를 보던 카게야마는 농구장 옆에 배치된 벤치 위에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 던지고는 히나타에게 달려들었다. 아차하는 사이에 공을 뺏겨버린 히나타는 카게야마를 멍하니 쳐다보다가 그의 비웃음을 보고선 도발에 쉽게 걸려들고는 그대로 돌진했다. 카게야마는 무식하게 달려드는 히나타를 히죽- 비웃고는 한 바퀴 돌고, 피하고, 공을 높이 띄우고, 피하고를 반복하다가 부드럽게 뛰어올라 공을 골대에 던져 넣었다. 아주 깔끔하고도 완벽한 점프 슛. 절로 박수가 나올법한 포즈였다. 출렁이는 소리와 함께 골대에서 떨어진 공을 주워 든 히나타는, 어째선지 눈빛에서 무언가가 불타올랐다. 그리고 둘은 눈치를 보더니 그대로 곧장 맞부딪혔다.



그리 넓지도 않은 농구장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골대에 공을 던져 넣기를 몇 시간째, 배는 꺼진 지 오래고 오히려 밥을 달라고 요동치고 있다. 그들이 입고 온 와이셔츠와 티셔츠는 땀에 푹 절어 옷의 기능을 상실했고, 머리카락에서도 방울 진 땀이 흘러내렸다. 붉어진 얼굴에 거친 숨을 몰아 쉬던 그들은 손에 찬 땀으로 미끌미끌해진 농구공을 땅에 떨구고,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드디어 한계가 왔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도 지칠 정도로 온 몸에 힘이 없었다. 오랜만이라고 생각보다 더 날뛴 모양이다. 이미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고 해는 달에게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고 있었다. 약간 어두워진 주변도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농구에 빠진 걸까, 주위에서는 서로가 숨을 고르는 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다.

“헥, 헥… 카게야마… 후아…”
“스읍, 하아…. 왜.”
“아니… 늦은 거, 아냐?”
“….이제 가야겠네.”

땅바닥을 손으로 짚고 일어나려는 카게야마. 어째선지 살짝 휘청거리고 말았다. 아직 몸이 이런 반응을 보일만한 나이가 아닌데, 고등학교 때만 해도 히나타와 매일 이보다 배는 더 놀았던 것 같았다. 어째선지 약간 씁쓸해지는 입맛에 카게야마는 벤치에 던져두었던 겉옷을 어깨에 울러 맸다. 뒤를 돌아보니 농구공을 들고 있는 히나타가 햇빛을 가리고 있었다. 석양에 비치는 주황빛 하늘에 해를 가리는 주황색 머리. 사진으로 남기고픈 풍경이다, 생각하다가 카게야마는 자신이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는 금새 그런 의문을 품었다는 사실조차 잊었다.

“카게야마, 농구공은 어떡해?”
“가져.”
“돈 같이 냈잖아?”
“됐어. 가져가봤자 하지도 않는데.”

히나타는 농구공을 들고 쭈뼛거리더니 이내 좋은 듯 농구공을 품에 끌어안고 실실 웃었다. 한쪽 팔 사이에 농구공을 끼우고는 버스 정류장이 있던 곳으로 뛰어갔다. 어디서 저런 체력이 나오는지, 이미 한계에 달해 온몸에 추를 달아둔 것 같이 몸이 너무도 무거워진 카게야마는 인상을 쓰며 히나타를 쳐다봤다. 앞서 달려나가 신호등 건너편에 당도한 히나타는 느릿느릿하게 걸어오는 카게야마를 타박했다. 빨리 오라며 한쪽 팔을 붕붕 흔드는 히나타의 모습에, 카게야마는 그만 실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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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째 등록이다 폭스툰 수정버튼은 왜 장식인가

3번째 쓰는거라 의욕도 뭣도 없으니 저번화에 댓글 달아주신 분들 감사합니다라고 쓰고 끝내고 싶지만 그러면 이때까지 안먹은 욕 다 들을꺼 같으니까 기력을 짜내서 다시 씁니다.

란즈님, 맞춤법파괴자님, Ianº님, BL 러브님, Star ☆님 댓글 감사합니다. 님들은 폭스툰의 운영 관리 시스템 하에 내가 아이디 외워버렸어요.

신년부터 말아 먹었구나. 이번 년도는 망했다.

티스토리 연재는 폭스툰이랑 별다른 차이 없으니까 그냥 연재 독촉해주시면 금방 따라잡습니다. 어짜피 폭스툰에서도 연재 안하는 작가가 티스토리라고 연재 하겠습니까. 둘다 똑같아요. 그니까 주소 안줄꺼야. 쪽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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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1-03 13:18 | 조회 : 2,591 목록
작가의 말
예제

란즈님, 맞춤법파괴자님, Ianº님, BL 러브님, Star ☆님.. 좋아. 확실히 외웠어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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