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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도쿄, 도쿄역입니다.]



열차의 안내지시에 따라 수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열차에서 하차했다. 그 중에는 깔끔하게 셔츠와 바지를 챙겨 입고 크로스 백을 하나 울러 맨 카게야마도 섞여 있다. 호감도를 조금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 최대한 깔끔하게 차려 입는다고 했거니와, 막상 입고 보니 그렇게 맘에 들지는 않는다. 살짝 더운 날씨에 카게야마는 셔츠의 소매를 말아서 걷어 올리고 휴대폰을 켜 지도를 검색한다. 목적지는 CCG 도쿄 본사. 역으로부터 버스를 타고 10분은 더 가야 할 것 같다.

버스에 탑승하고 돈을 지불한 카게야마는 잠시 버스를 둘러본다. 빈자리가 한 두 군데 보인다. 하지만 그는 앉지 않았다. 문에서 가까운 봉을 잡고 귀에 이어폰을 꽂았다. 음악이 흘러나오지만 제목이 무엇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버스에 사람이 점점 가득 차고 움직이기도 힘들 때 즈음에,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순간적으로 알아채지 못할 뻔 했지만 잔잔한 곡을 듣는 중이라 다행이었다고 생각했다.

CCG 본사는 심플하고도 간단한 구조를 취했다. 하얀색과 회색이 주 톤을 이루면서 모범적인 오피스의 형태였다. 하지만 어느 빌딩보다도 높고 거대하다. 그럼으로써 도쿄에서 또 하나의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카게야마는 주머니에서 작은 쪽지를 꺼내 들어 펼쳐 든다. 쪽지에는 오밀조밀하게 어떤 글자들이 적혀있다. 카게야마는 그 글자들을 대충 훑어 본 후 본사로 들어갔다. 괜히 긴장되어 온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지만 억지로라도 힘을 풀고 들어가야 했다. 어째서인지 본사 안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 같은 기분에 카게야마는 걸음을 재촉했다.
회전식 자동문을 밀고 들어가 넓은 홀에서 잠깐 방황한다. 하지만 다시 정신을 차리고 안내데스크를 찾아 몸을 돌렸다. 안내데스크에는 나름 미인이라고 할만한 여성이 앉아서 업무를 보고 있다. 카게야마는 데스크를 살짝 두드려 주의를 끌었다.



“죄송합니다. 이 위치가 어딘지 좀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 그렇구나.. 오늘 온다던..”

“네?”

“아니에요. 잠시만요, 같이 가 드리죠.”



여성은 자신이 보고 있던 서류를 금세 정리하고는 안내데스크에서 빠져 나왔다. 그리고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다가 카게야마를 쳐다보며 따라오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카게야마는 그녀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발걸음을 서둘렀다.



그녀는 그를 이끌고 엘리베이터를 타 3층에서 내렸다. 그녀의 걸음걸이가 나름 빨랐던 터라 카게야마는 그녀의 뒷모습만 보고 쫓아가기 바빴다. 귀퉁이를 2번 정도 돌자 새하얀 방문이 하나 나왔다. 그 방문의 명패에는 [제 3 수사팀]이라고 적혀있었다. 카게야마는 그녀의 손짓에 따라 문고리를 돌렸다.

방 안에는 네 명의 남자가 한 책상을 중심으로 둘러앉아 있었다. 책상 중심에 고정되어 있는 스크린을 보면서 뭔가를 진지하게 토론하는 중이었다. 그들의 묘하고도 중압감이 흐르는 분위기에 카게야마는 잠시 얼어붙었다. 그런 그를 가장 중심에 앉아 있던 한 남자가 발견했다.



“어, 누구?”

“이번에 새로 파견된 신입입니다.”

“시미즈도 왔네? 아아, 그때 들었던 걔구나.”



누구라는 물음에 어떻게 대답할까를 망설이던 카게야마를 구해준 건 같이 왔던 여성이었다. 그녀는 익숙한 듯 책상 옆 의자를 한 개 끌어 그를 앉혔고, 그녀도 그 옆에 같이 앉았다.

토론을 진행하던 남자는 잠시 손을 들어 대화를 멈추고 카게야마를 바라봤다. 카게야마는 그 눈빛에 일어나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이 팀에 파견된 카게야마 토비오라고 합니다.”

“그렇게 딱딱하게 굴지 않아도 돼, 카게야마. 아, 이렇게 불러도 괜찮을까?”

“상관 없습니다.”

“그럼 이쪽도 소개를 해 줘야겠지? 나는 이 팀에서 지휘 역할을 맡고 있는 오이카와 토오루라고 해. 이쪽에 앉은 사람들은 오른쪽부터 차례대로 사와무라 다이치, 츠키시마 케이, 야마구치 타다시야.”



자신을 오이카와라고 소개한 사람이 차례대로 다른 사람들도 소개를 했다. 그러자 그들은 카게야마에게 개인적으로 인사함으로써 그를 환영했다.
잠시간의 인사타임이 끝나자 오이카와는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기본적인 건 다 알지?”

“네. 거의 다 교육 받았습니다.”

“그래, 좋아. 그럼 조금만 설명해 줄게.”



그는 책상에 딸린 스크린을 손으로 훑어 가며 지도를 돌렸다. 지도의 몇 군데는 붉은 반점이 표시되어 있었고, 붉은 색 원이 표시된 곳이나 깃발이 그려진 곳도 있었다.



“붉은 반점은 일주일 이내 구울이 포착된 곳, 붉은 원은 구울 거주 지역이라고 추정되는 지역, 깃발은 우리가 점령한 지역이야. 일단 깃발이 있는 곳은 구울이 오지 않는다고 보면 돼.”

“..알겠습니다.”

“지금 우리가 얘기하던 곳은 이곳이야.”



오이카와는 스크린의 한쪽 구석을 손가락으로 확대했다. 붉은 원과 깃발을 양쪽에 둔 지역이다. 그는 이 지역을 더욱 확대하자 위성 사진이 나왔다. 거의 모든 건물들이 폐가인 것 같다.



“이 곳은 사람들이 살지 않는 비 거주 지역이야. 이쪽은 위험구역이라 판단되어 사람들이 지나가지도 않지. 그런데 이쪽에서 구울을 봤다는 제보가 점점 늘고 있어.”

“여기는 저번에 다른 팀에서 한번 보고가 올라왔던 곳이 아니었나요?”



주근깨를 가진 야마구치가 손을 들어 얘기했다. 오이카와는 그에 미소로 화답하며 스크린 한쪽 구석의 버튼을 눌렀다. 여러 개의 언어가 교차되며 수많은 폴더를 지나 그는 하나의 파일을 열었고, 그 파일은 보고서 같은 형식을 띄었다.



“이게 그 보고서야. 여기 보면 구울의 발견 개체가 거의 없다고 나와있거든, 근데 최근 붉은 반점이 보인 이래로 이쪽에서 발견된 구울 또한 늘어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와.”

“구울이 밀집되기 시작한 건가요?”

“아니면 특정 영향력에 의해 모인 걸지도..”

“무슨 이유나 사정이 있는가 필수적으로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대화를 해 나가며 노트북이나 메모장에 무언가를 적어나갔다.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 카게야마는 대화를 경청하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약 2주가 지나자, 카게야마도 적응을 하기 시작하여 서서히 토론과 대화에 참여했다. 그들은 카게야마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고 차분히 들어 주었으며, 그런 상황 속에 카게야마도 점점 성장해간다. 카게야마는 어린 수사관이라는 명목 하에 다른 수사팀과도 친분을 쌓으며 나름대로 그곳에 적응해 가고 있었다.



그리고, 반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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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12-05 21:03 | 조회 : 2,972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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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분들 보시면 댓글 좀 달아주세요. 댓글 알림 뜨기 전까지 제가 여기서 연재하고 있었다는 사실마저 잊었던 상태였습니다. 알림보고 기억하는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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