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 새벽의 화원 75

[ 현재 , 이도윤 시점 ]


저번처럼 또 내가 제일 먼저 훈련장에 도착한 건가.
좀 늦게 나올걸, 이러다가 이승준이랑 둘이만 같이 있게 되는 상황이 오면 어색할 것 같은데.
어제 훈련장에서 이승준에게 소리를 지르고 후회했다.
승준이가 의도적이지는 않았지만 자꾸 나에게 피해가 온다.
그 때문에 승준이가 나와 떨어지길 원했지만 그런 승준이를 잡은 건 나다.
오늘 훈련 끝나고 사과를 해야겠지..


“안녕하십니까”


다행이도 승준이와 단둘이 있는 상황은 피하게 되었다.
연지환도 어제 일로 잠을 잘 자지 못 했는지 얼굴이 수척해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훈련이라도 안 하면 우린 실전에서 패닉상태에 빠져있을 것이다.
그 때의 나처럼.


“어제 우리 말 놓기로 했잖아, 형”


내가 먼저 분위기를 띄워보려고 했지만 바로 승준이가 들어온다.


“둘 밖에 안 온 거야?”


승준이는 평소처럼 목소리를 내려고 하지만 역시 흔들리는 목소리까지 감추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너도 제 시간에 온 것도 아니면서 큰소리는”


이어서 백지호와 민선우, 차준혁이 들어온다.


“도윤아 안녕-”
“다들 안녕하십니까!”
“너네는 둘은 왜 들어와, 우리 이제 훈련해야하는데”
“우리가 왜 들어오긴! 우리도 이 훈련에 참가해야하니까 들어오지!”
“뭐라고?”
“선우 말 그대로야, 이번 임무에 선우랑 차준혁도 참가한다”
“선우는 이해하는데, 차준혁은 신입인데 S가 통과시켜줬어?”
“오히려 S가 차준혁을 추천했어, 이제 궁금증은 다 해결됬지? 훈련 시작하자”


차준혁은 내 쪽을 향해 어색하게 웃으면서 잘 부탁드린다는 말과 함께 자연스럽게 우리 쪽으로 다가온다.
이 임무에 참가하는 게 그렇게 웃으면서 좋아할 일은 아닌데.


“오늘 훈련은 2대 2로 상대팀 깃발을 먼저 가져오는 걸로 하지, 이 훈련을 보고 내가 이번 임무 포지션을 결정할거니까 제대로 임해줬으면 좋겠네”
“퍽이나”


아직도 승준이는 어제 일로 백지호한테 안 좋은 감정이 남아있는지 비아냥거린다.


“A팀 이도윤, 차준혁 B팀은 이승준, 연지환”
“왜 네가 정하는 건데”
“이번 임무 최종 책임자니까, 그리고 나랑 선우 둘 중에서는 알아서 골라”
“우리팀이 백지호”
“우리팀이 백지호”


나와 승준이가 백지호 말이 끝나자마자 동시에 지호를 선택했다.
인정하기 싫지만 백지호 실력 하나는 믿을 수 있다.


“..애들아 나는..? 나도 지호처럼 잘 할 수 있다고! 오히려 섬세한 거는 내가 더 잘 본단 말이야!”


선택받지 못 한 선우가 칭얼거리면서 승준이와 나에게 어필을 한다.


“그리고 어? 막..내가 더..”
“알겠어, 그럼 우리 팀이 선우랑 할게”
“역시 도윤이가 최고야 내가 최선을 다 할게! 우리 팀이 기필코 이기게 해줄게!”


팀이 정해진 뒤에 지호와 선우는 정보실로 들어가고 우리도 훈련복과 인이어를 착용한다.
어느새 훈련장이 서서히 움직이면서 어제보다 큰 지형의 훈련장소가 생겨났다.
백지호도 요번 임무에 정말 자신의 모든 것을 쏟고 있다는 게 보인다.
하지만 계속 의심스러운 행동 때문에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아아-, 잘 들리나여 A팀-’
“네, 민선우팀장님”
“응”
‘상대방 지형 지도는 나만 볼 수 있어, 그리고 깃발 위치도!’
“선우야 그럼 네가 나한테 말할 때랑 차준혁한테 말할 때 구별해줘”
‘응, 도윤이 너한테는 앞에 D라고 하고 준혁이한테는 J라고 할게!’
“알겠다”
“알겠습니다”


이제부터 어떤 식으로 상대방의 깃발을 가져올지 작전을 짜야한다.
그러고 보니 이 장면 어디선가 많이 봤다 했더니 현이랑 같이 맡은 임무 상황이랑 비슷하다.
그 때 현이는 자신이 뒤에서 나를 서포트해줄테니 내 마음대로 하라 했었지..나를 믿는다고 하면서.


“저 이도윤팀장님..”
“응”
“제가 뒤에서 서포트할테니 팀장님 앞에서 팀장님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세요”


왜 자꾸 차준혁 얼굴에서 현이가 생각나는 걸까.


“단거리팀이면서 뒤에 서포트를? 생각 좀 하고 말해 신입”
“아..”
“게다가 저기에 연지환은 장거리팀 팀장님이야, 안 봐도 비디오지 이승준이 앞에서 돌격하고 연지환이 서포트 해줄꺼야”
“그럼..”
“그럼이라니, 너가 앞이라는 소리지”
“네 알겠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걸 인이어로 듣던 선우는 큭큭소리를 내면서 말을 덧붙인다.


‘준혁아 너 너무 신입티는 여기저기 내고 다니는 거 아니야?’
“죄송합니다..너무 긴장해서 제가 속해있는 팀 조차 까먹고..”
‘아니야-, 그럼 이제 시작하자. 둘다 다치지 말고’


잠깐만, 근데 우리가 굳이 앞뒤를 나눌 필요가 있을까?


“선우야 우리 지형에서 숨을 곳이 많아?”
‘음 둘 다? 응 그런 거 같아 우리 지형이 상대방 지형보단 더 복잡하거든’
“그럼 우리는 돌격하지 않는다”
“네?”
‘뭐?’
“저 둘 중에서 한 명이 우리팀 지형으로 들어오는 순간 둘 다 숨을 꺼니까, 선우 넌 지금 빨리 우리가 숨을 곳 좀 찾아줘”
‘응 알겠어’


얼마 있지 않아 훈련장에서 듣던 여성기계음이 들린다.
훈련이 시작된다는 말이 끝나자마자 예상대로 승준이 혼자만 우리 쪽으로 다가온다.


‘J, 뒤로 가다보면 3블럭 뒤에 작게 숨을 공간이 있어 거기로 가. D 넌 뒤로 돌아서 왼쪽으로 가서 바로 보이는 계단으로 올라가 그럼 거치대까지 설치할 수 있을 정도로 큰 공간이 있어 하지만 높이가 있는 공간인 만큼 상대방에서 볼 확률이 크니까 조심하고’


선우는 우리의 특징을 잘 살려서 자리를 배치해줬다.
어느새 훈련장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우리 둘이 뒤로 움직이자마자 연지환이 내 쪽으로 훈련용 탄알을 날린다.
저 쪽에서 먼저 저리할 상대가 나인가 보네.


“후-, 난 도착”
‘저도 도착했습니다’
‘J, 아마 승준이가 널 찾는 거 같아. 계속 숨길 장소를 탐색하고 있는데 더 뒤로 숨다간 우리 깃발이 노출될 것 같아.’
‘여기서 버티겠습니다’
“내가 시야에 승준이가 보이면 바로 처리할테니까 그 때까지만 버텨”

‘탕-’


거치대를 설치하고 있는 내 얼굴 바로 왼쪽으로 탄알이 지나가는 게 느껴졌다.
예상외로 연지환 실력이 장난이 아니다.
게다가 이미 내가 있는 위치가 발각되어 거치대를 설치할 수도 없다.
젠장, 계속 압박만 당할 수는 없다.


“선우야 연지환 위치 좀 말해줘”
‘그게 나도 아까부터 찾고 있었는데, 짐작 가는 곳이 3곳이기는 한데’
“그 3곳 다 말해봐, 어차피 연지환 총구는 나한테 향해 있으니까”


‘탕-’


분명 소리가 났는데 탄알이 이 쪽으로 오지 않았다, 설마.

0
이번 화 신고 2017-07-31 21:25 | 조회 : 1,471 목록
작가의 말
연상수

방학이라서 그런지 계속 뒹글뒹글만 하고 싶어요, 다시 정신 좀 차려야겠어요.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