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 새벽의 화원 63

[현재 - 연지환 시점]


종합 훈련장에서 나와서 꽤나 많은 거리를 걸어왔다.
하지만 우리 셋은 그 거리를 걸어오면서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벌써 장거리건물에 다 도착했다.


“들어가세요, 팀장님”


차준혁이 나에게 인사를 건네면 이승준을 부축해주면서 단거리건물로 향한다.
여전히 이승준은 아무 말 없이 무의식적으로 걸어가고 있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이승준의 손목을 잡는다.


“오늘 저랑 술 한잔 하죠, 팀장님”
“...”
“..저기 연지환팀장님 오늘 저희 팀장님 상태가 별로라는 걸..”
“제가 저번처럼 데려다 줄 테니 먼저 들어가요”


아직도 말없이 바닥만 쳐다보는 이승준을 보고 더 둘이 있고 싶어졌다.


“그래도 오늘은 쉬는게..”


차준혁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저번에 취한 이승준을 만난 편의점으로 무작정 뛰어왔다.
뒤로 돌아보니 다행히 차준혁은 따라오지 않았다.


“여기 앉아있어요, 금방 사서 나올게요”


이승준은 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고 의자에 앉는다.
저런 모습을 보니 딱 자신의 나이같은 모습 같다, 동생 같은 그런.
맥주 캔 두 개를 집다가 내일 훈련도 있고, 제 정신인 상태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음료수를 집고 나온다.


“이제 좀 진정이 됐어요?”
“...”
“말하고 싶을 때 말해요”
“..뭐가 듣고 싶은 데요”
“당신이 저번에 말한 대로 우린 서로를 믿고 임무에 임해야하는데, 난 당신에 대해서 모르는 게 많아요. 그래서 모르는 게 많아지니까 계속 의심을 하고 나 혼자 생각해서 판단하게 되요. 그러니까 당신에 대해서 다 말해줘요. 사소한 거라도 좋으니까”
“이 시점에서 그렇게 말을 하면, 당연 아까 본 영상에 관한 얘기가 제일 궁금하시다는 거네요”
“맞아요, 정말로 알고 싶어요”
“...”
“기다릴게요”


아까부터 자꾸 고개를 숙인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이승준이 어떤 표정으로 있는지 모르겠다.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이승준이 아닌 다른 쪽을 쳐다보며 기다렸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진정이 되었는지 이승준은 음료수 캔을 따서 한 모금 마신다.


“나랑 도윤이는 청소년 보육원에서 만났어요, 난 내가 정말 그런 곳에 갈 거라곤 상상도 못 했어요. 그냥 내가 참으면 그저 숨기면, 적어도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아갈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 생각은 내 착각이었나 봐요”
“...”


드디어 이승준은 얼굴을 들고 음료수를 두 손으로 꼼지락거리면서 이야기를 한다.
말하고 있는 내용과 달리 웃으려고 하는지 입꼬리가 떨린다.
항상 저렇게 자신의 감정을 속여 온 건가.
나는 턱을 괴고 이승준을 쳐다보면서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뜨면서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표시를 했다.


“아무도 나한테 잘 해줬던 기억이 없어요, 아빠도 엄마도. 집에서 그렇게 자라다보니 내가 먼저 누구한테 살갑게 다가가는 것도 못 해요. 그래서 중학교 생활도 정말 힘들었어요. 당연 전 청소년 보육원에 들어가도 타인의 따듯함을 못 받을 거라고 생각했죠, 근데 도윤이가 나한테 먼저 따듯한 손을 내밀어 줬어요. 처음 느껴보는 따듯함이라서 전 하루종일 도윤이 손을 잡고 다녔죠. 하지만 전 그런 도윤이한테..”
“...”
“아까 마지막에 본 영상에도 나왔다시피 항상..”


요번에도 또 이승준은 억지로 웃음을 나한테 보여주기 위해서 얼굴을 든다.


“울고 싶으면 울어도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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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1-13 03:23 | 조회 : 1,705 목록
작가의 말
연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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