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 새벽의 화원 3

“미안, 이 얘기 다시는 안 하기로 했는데 나 이제 임무가 있어서 가볼게”
“..응 조심히 갔다와”


승준의 질문에 한 동안 대답도 안 하고 시선도 승준이가 아닌 우리의 옛날 사진을 쳐다보고 있었으니 당연히 승준이도 내가 이 상황을 피하고 싶다는 것을 알아겠지.
하지만 난 정말 저 질문에 단번에 ‘아니’라고 대답할 수 가 없다.
그야 난 승준이를 만나고 나서 2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으니까.
오늘 별로 한 일도 없는데 벌써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겨우 아침에 일어나서 S와 승준이만 만난 것인데.
이마에 손을 올리고 터벅터벅 사진이 있는 책상 앞에 앉는다.
사진에 있는 나는 지금 이 상황을 전혀 생각조차 못 했겠지.
괜히 또 옛날 생각에 울컥해서 액자를 뒤로 뒤집어 놓고 책상에 얼굴을 묻는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똑똑’

“도윤아! 들어가도 돼?”
“선우구나 들어와”

‘달칵’

“뭐야 왜 또 힘없이 책상에 엎어져 있어 우리 도윤이..”
“아니 그냥 뭐 생각하다가”
“아 맞다! 도윤아 너 점심 아직 안 먹었지? 우리가 떡볶이 사왔어”
“백지호 너도 왔냐”
“너 보고 싶어서 온 거 아니야 내 애인 혼자 보내기가 좀 그래서 왔다”
“에이 둘이 왜 그래! 나 배고픈데 빨리 먹자~”


떡볶이와 튀김, 순대가 들어가 있는 봉투를 내 책상에 올려놓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와 지호를 번갈아 쳐다보는 선우 때문에 우리 둘은 말을 아꼈다.


“잘 먹겠습니다!”


크게 말한 뒤 선우는 분식을 먹기 시작했다.
먹다가 도중에 지호를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괜히 이 둘을 보고 있자니 가슴 한 쪽이 먹먹해진다.
옛날에는 이 둘을 보고 있으면 나까지 행복해졌는데.
그렇게 계속 먹기만 하던 선우가 튀김으로 향하는 손을 멈추고 나를 바라본다.


“근데 도윤아..”
“응? 왜 선우야”
“..S랑..아니아니 임무리스트는 어떻게 됬어?”
“내일부터 올려 주신다고 하셨어”
“당장 내일부터?”
“응, 왜 너도 내가 그렇게 걱정되냐”
“아니..뭐..당연히 친구로서 많이 걱정이 되지”
“야 민선우 너 나랑 얘기한 거 벌써 잊었어? 그냥 가만히 있어”
“쳇 잘난 척은, 도윤아!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고맙다”


말을 끝마친 선우는 다시 맛있게 먹기 시작했고 어느 새 그 많던 음식들이 다 사라졌다.
그리고 그 둘은 내일 있을 임무를 위해 준비해야한다며 내 책상 위를 깨끗이 치워주고 나갔다.
시계를 보니 거의 3시가 다 되어갔다.
S가 내일부터 임무를 올려 주신다고 하셨으니까 그 임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하지만 도대체 어떤 임무를 올려 줄지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
그래도 뭔가는 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일어나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훈련장으로 향한다.
훈련장을 안 간지 벌써 한 달이 넘어간다. 아마 마지막이 그 임무 전날이였나.
훈련장은 총 5층으로 구성이 되어있다.
1층은 신입들이 사용하는 공간, 2층은 정보팀들이 사용하는 공간, 3층은 단거리팀들이 사용하는 공간, 4층 장거리팀들이 사용하는 공간, 5층은 멀티팀들이 사용하는 공간.
훈련장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을 타고 5층 버튼을 누른다.
보통 임무들이 밤과 새벽에 사이에 이루어지다 보니 이 시간 때는 항상 사람이 많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시간 때이기도 하다.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귀에 익숙한 소리가 들린다.

‘탕탕, 탕!’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이래서 내가 이 시간 때를 싫어하는데.
하필이면 내 훈련구역은 맨 끝에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내 훈련구역 옆자리는..이미 비워져있겠지.
내 훈련구역이 다가올수록 사람들이 수군거리고 쳐다보는 시선들이 점점 늘어간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도윤선배님”


한 명이 인사를 시작하자 우르르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인사를 한다.
일일이 받아주기 난감해서 그저 눈인사로 대답을 대신하고 내 훈련구역 앞에 멈췄다.
역시 예상대로 내 옆자리는 비워져 있다.
옆자리를 쳐다보다 고개를 돌려 내 훈련구역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문이 닫히기 전에 말 한마디가 내 귀에 들려온다.

‘도윤선배가 드디어 최현선배님을 잊고 돌아오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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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11-02 01:48 | 조회 : 2,981 목록
작가의 말
연상수

제 웹소설을 보시는 분들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여러분 굿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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