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관 신가람

범행현장은 B학교의 기숙사 2층 공용화장실이었다.
그곳은 테이프 라인으로 칭칭 동여매져 있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테이프 라인을 손으로 살짝 걷어내며 넘었다. 설마 내가 테이프 라인을 넘을 줄이야.

쿵쾅쿵쾅 펌프질 해대는 가슴을 뒤로 한 채 범행현장을 둘러보았다.
둘러보는 내내 암모니아의 것으로 생각되는 지린 냄새와 시체의 것으로 생각되는 피비린내가 어우러져 맡도 보도 못한 기괴한 악취가 코끝을 콕콕 쑤셔대 머리를 아프게 했다.
그래도 나는 형사. 내가 안 하면 누가 하리. 자기 암시를 하며 수사를 계속했다.

계속해서 악취가 나의 인내심을 시험했다.
빨리 이 시험을 끝내기 위해서는 시체를 찾아서 적당히 확인해야 될 것들을 확인해야 됐다.
그렇지만 야속한 시체는 악취만 퍼트릴 뿐이었고 모습은 드러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그 악취를 추적하기로 했다. 악취를 찬찬히 맡으며 악취의 근원을 찾아갔다.
금방이라도 넘어올 듯한 위장을 부여잡고 찾은 곳은 좌변기가 있는 칸이었다.
분명히 이 근처에서 악취가 심하게 났다. 더 이상 냄새를 맡아야 되지 않기 때문에 한 손으로 코를 부여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좌변기 칸의 문을 살짝 밀었다.

끼이익.

문이 열렸다. 순간적으로 한 발짝 뒤로 물러나게 됐다. 정확히 말하자면 도망치려다 멈춘 거지만.
그곳에는 시체 한 구가 좌변기에 다소곳이 앉아 있었고 시체의 머리위에는 살찐 파리들이 윙윙 거리며 날갯짓을 해댔다. 한 눈에 봐도 부패가 진행되고 있었다. 한시가 급하게 부검을 해야 했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 진짜 반장님께 연락을 드렸다.

“야, 이 새끼야. 너 지금 어디야!?”

“저.......것보다 감식반과 부검 의뢰 부탁드립니다.”

“뭔 개소리야. 잔말 말고 복귀해!”

“반장님, 이건 실제 사건입니다. 빨리 부검 요청합니다.”

반장님은 이곳으로 직접 오신다고 하셨다. “감식반하고 부검은요?” 라는 나의 물음에 반장님은 자기가 다 알아서 한다는 말로 응답하셨다.
그 말투는 상당히 화가 나 있는 듯한 말투였지만, 정말로 위급한 상황이기에 지지 않고 “최대한 빨리 와주세요” 라고 말을 이었다. 이제 난 이따 죽었다.

잠시 후, 반장님은 감식반과 함께 이곳으로 오셨다. 나는 상당히 어깨를 수그린 채로 반장님께 인사했다. 반장님은 그리 화가 나지 않아 보이는 표정으로 오른 손을 들어 보이며 인사를 받았다. 화는 많이 누그러진 것 같았다. 천만다행이었다.
반장님은 나에게 시체가 있는 곳을 안내하라며 앞장서게 했다. 나는 다시 코를 틀어막고 좌변기 칸으로 갔다. 그리고는 문을 살짝 열자 반장님의 표정도 살짝 일그러졌다.

“어이고, 얼마나 지난 거냐?”

“글쎄요. 저는 아까 아침에 와서.......”

“어휴.......기대한 내가 바보지. 잘 알아둬라. 아직 시체의 복부가 부풀어 오르지 않을 걸 봐서는 며칠 되지 않았다. 정확한 시기는 부검을 통해서 알아봐야겠지. 오늘이 월요일이니까 아마 주말쯤에 범행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싶다.”

“아.......과연 반장님이십니다.”
도대체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처음부터 그냥 이렇게 말해주시면 감사 할 텐데.

어쨌든 반장님의 말씀은 그랬다.
범행은 주말에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일단 범인의 폭은 대폭 줄어들게 된다. 자세한 것은 알아봐야겠지만 기숙사생들은 주말에는 거의 귀가하기 때문에 남아있는 학생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시체를 보니 육안으로도 꽤 건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으로 보아 시체를 제압했다고 가정할 때에는 이 시체의 주인보다 힘이 더 세야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좌변기 칸에 앉아 있다가 봉변을 당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좌변기 칸은 밖에서 문을 여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었고 만에 하나 연다고 가정해도 충분히 안에서도 눈치를 챌 수 있었을 것이다.
또 좌변기 칸 위쪽에서 습격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렇지만 시체의 위 부분은 아무런 상해도 없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 확인을 끝낸 후에, 반장님과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 신선한 공기가 입안으로 가득 들어왔다.
반장님은 아직 감식반의 결과를 기다리는 듯 했다. 그래서 무언가 물어보고 싶은 점들이 있었지만 그만뒀다.

감식반의 결과는 자꾸 늦춰졌다. 다 됐냐고 물어도 조금만 더 라는 대답 밖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반장님과 함께 있는 것이 너무나도 어색해서 무슨 일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감식반의 결과가 나와야 뭔가 풀릴 것 같다는 반장님의 태도에 하는 수 없이 기다리게 됐다.

“안녕하세요.”
반장님 옆에서 처음 듣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지?

“B고등학교 선생 조 진문입니다.”

“예, 안녕하십니까.”
반장님은 깍듯이 인사했다. 나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90도 인사를 시전 했다.

“혹시 상황은 좀 어떤가요?”

“외부인께는 아직 전해드릴 것이 없습니다. 다만 학생들에게 협조를 부탁했을 때 거부하지 말라고 전해주십쇼.”

“네, 알겠습니다만. 저도 외부인입니까? 이 학교 선생이자 여기 기숙사 사감도 맡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알 권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닌가요?”

“그래도 아직 저희가 딱히 알아낸게 없어서.......”
나는 뭔가 계속 캐내려는 조 선생의 의도를 눈치 채고 그냥 가라는 듯한 말을 건냈다. 그러자 반장님은 따가운 시선을 쏘았다. 어이쿠, 실수했구나.

“여기 꽤 오래 조사하신 것 같은데 아직까지도 구한 정보가 없으시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수업 때문에 이만 가보겠습니다. 고생하십쇼.”

조 선생은 형식적 인사와 함께 돌아갔다. 나와 반장님도 목례를 하며 인사를 받았다.
그리고 반장님은 내 팔뚝에 주먹 한방을 먹이며 말씀하셨다.

“아는 게 없는 것이 자랑이냐.”

“죄송합니다. 이렇게 말 안하면 안 갈꺼 같아서.......”

“딱 봐도 배우신 양반이구만. 적당히 하다 가셨겠지.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아라.”

반장님은 배우신 양반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나는 조 선생이 정말로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표정에서는 평온함이 넘쳤고 말투에서도 심각함 따위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평온함이 가득 전해졌다.
보통 살인 사건을 마주한 사람이라면 약간의 두려움이나 심각함이 담겨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돌아가는 조 선생을 계속 응시했다.
잘못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모퉁이를 돌아가는 조 선생의 얼굴에는 살짝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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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10-08 22:22 | 조회 : 864 목록
작가의 말
미역무늬

안녕하십니까, 형사 신가람의 작가 미역무늬 입니다. 제가 블로그를 운영하게 됐습니다. 심심하신 분들이나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씩 방문하셔서 이 작품에 대해서, 저에 대해서, 그리고 저의 다른 작품에 대해서 한번씩 보고 가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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