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겠다.

입 안에 있던 음식을 꿀꺽 삼키곤 이내 포르데드는 씨익 웃었다. 자신이 여기에 온 목적은 바로 절망 실적이 떨어져서였으니까. 악마는 절망을 먹고 살고, 천사는 희망을 먹고산다. 악마인 자신은 인간들을 절망시키는 능력이 떨어져 인간계로 쫓겨 난 거였으니. 드디어 첫 일을 시작하게 되는 거다. 총 50개의 절망을 모아야만 본래의 모습을 취할 수 있고 제대로 날 수 있는 악마의 날개를 가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드디어 첫 절망이다.”


회수하러 곧 갑니다, 절망의 주인.



* * *



연신 싱글벙글 미소를 지으며 소리가 났던 쪽으로 가자 아주 큰 절망 덩어리가 눈에 보였다. 보자마자 침을 꿀꺽 삼키곤 손을 뻗어 덩어리 안에 손을 푹. 하는 소리와 함께 집어넣었다. 보통 절망인 보라색보다도 어두운 검정색. 색이 어두울수록 상급품인만큼 포르데드는 손을 빼내며 자신도 모르게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이런 건 나도 처음 보는데. 본능적으로 두근거리는 심장을 느끼며 손에 묻은 절망을 핥으려 하는 순간, 절망의 가운데에서 다시 한 번 비명이 들렸다. …이만큼 절망을 품었으면서 아직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건가?

보통은 보라색 절망이어도 제정신을 유지하지 못하고 쓰러지는 법이다. 그래서 악마는 인간이 쓰러져 있는 그 때 절망을 회수하고 사라진다. 그게 태어날 때부터 알고 있는 상식인데, 지금 포르데드의 앞에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상식 밖의 풍경에 도망쳐야 한다는 머릿속의 경고와 인간을 두 눈으로 보고 싶다는 궁금증이 생겼다. 여차하면 계약하면 되니까 괜찮을 거야. 손에서 뚝뚝 떨어지는 절망 방울을 잠시 쳐다보다 바닥에 툭툭 털어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증발해 사라지지만 눈에 보이니까 꺼려지고, 단 냄새가 너무 심하다. 어서 먹으라는 것 같은 냄새. 절망 덩어리에 앞에 서자 자신이 손을 넣었던 곳에서 절망이 덩어리 져 떨어지는 게 눈에 보였다.

먹으면 알아서 주인이 보이겠지. 큰 고기를 베어 먹듯이 입에 물자 뾰족한 치아들을 통해 절망들이 들어왔다. 이정도면 한동안은 절망을 모으러 일부러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겠네. 예상치 못한 수확에 절망을 전부 흡수하곤 입가를 옷소매로 닦았다. 곧 중간에 있었을 인간이 눈에 보였고 최대한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 채 재빨리 다가갔다.

“…저기요!”

지금 시대에서는 성인으로 보이는 여자는 뭐라고 말해야하지? 옛날에는 레이디라고 했던 것 같은데. 아, 모르겠다. 레이디가…여기서는 한국이니까. 아가씨라고 말하면 되려나.

“아가씨. 정신이 들어요?”

부축해주는 척 슬쩍 외형을 살피자 찰랑이는 옅은 갈색을 가진 긴 머리카락에 뚜렷한 은색의 눈이 보였다. 지금 시대는 길거리에서 빨간 눈도 보이니까 이 정도는 평범한 건가? 컬러…렌즈라고 부르는 것 같던데. 내 알바는 아니지. 그래도 예쁜 얼굴이긴 하다. 굳이 더 말하자면 내 취향이고.

“…누구, 시죠? 죄송해요. 제가 안 좋은 일 때문에 길거리에서 그만.”
“쉿, 괜찮아요. 그나저나 안색이 별로인데 어디 잠깐 들어가실래요?”
“아, 괜찮아요.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억지 미소를 지은 채 어깨를 붙잡았던 손을 뿌리쳐 순간 포르데드는 내가 지금 세대에 안 맞는 얼굴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다음에 나온 말은 다시 희망을 불어넣어줬다.


“…그래도 고마우니까. 다음에 제가 뭐라도 사드릴게요. 연락처 좀 주실래요?”
“……!! 네!”


아마 포르데드에게 꼬리가 있다면 매우 빠르게 살랑거리고 있을 것이다. 사냥과 연애는 다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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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10-31 11:25 | 조회 : 1,300 목록
작가의 말
산망

ㅇㅂ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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