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이라고도 할 것없지만.

일단 가출했습니다.

그래, 가출을...

...아, 잠깐 가출해버렸다?! 전생에 모범생인 내가 가출이라니! 아리에나이! 있을 수 없어! 라이어어어어어어어!!

랄까, 어차피 여우인데요. 뭐. 응, 여우니까 인류의 법도 따윈 나의 앞에서 무다무다

누가 나의 앞에서 법규따위를 따지느냐! 너의 법규드립에 나는 FuXk You!라는 답을 날려주마!

라고 생각하고 있을 틈에, 어느새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그것도, 민속촌이군요.

이야 인간일때도 못 와 봤는데, 여우가 되니까, 민속촌도 오고, 눈이 호강하네~랄까, 민속촌은 모두 한복이나 구질구질한 옷을 입고 다니는구나. 굳이 인간 시절에 오지 않아도 되는 곳이네. 응응

그리고, 구질구질한 마을에는 구질구질한 시골 애새끼들이 있었다.라고 해야할까. 뭐냐 지금 이 시간에 학교를 안 다닌다고?! 네 녀석! 여태까지 대체 뭘하고 있던거냐!

"야! 저 여시있다! 여시!"

여시...? 그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여시를 말하는 겁니까?! 이 인간 쓰레기들! 그런걸로 사람을 차별해도 되지만! 그 전에 설득을...

...어? 잠깐, 나? 혹시, 그 여시가 여우의 방언 여시입니까? 에...에에에에?! 다가 오지마! 이 구질구질한 꼬맹이들! 나는 목욕이 세상에서 제일 싫단 말이다!

"야, 이 여시는 쫌 시커멓네."

"뭐 여시가 다 여시지. 시커멓다고, 므가 다르냐?"

평범한 여우와는 다르거든?! 이 몸의 고급스러운 윤기넘치는 가죽을 보아라! 봐! 보라고 임마!

나는 내 배를 내밀었다. 그래! 빌어먹을 한번 이 몸의 윤기나는 가죽을 만져나보고 생각해보시지 그러냐! 한번 만지면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는 기적의 부드러움! 굉장하잖냐?!

"야, 이 여시 배 내밀었는데, 이게 뭐하는 기고?"

"이거, 그 개들이 하는 그거 '이제부터 지는 쮠님 거니, 따르겠슴다' 같은 거 아이가?"

"야, 즈그한티 배에 손 올려바라"

"야, 근디 여시는 개가 아니라 고양이 아이가?"

"여시는 개 아니였나?"

"야 이 문디야! 이 놈 꼬라지를 보고 으디가 개 같은데!"

뭐라고 하는지 한마디도 못 알먹겠다! 이 사투리 종결자 놈들아! 서울놈들은 서울말 밖에 몰라! 걍 니들이 뭐라고 하는 지 하나도 못 알아 먹겠다고! 아니, 개같다는 말은 알겠다! 그것만 아니까 왠지 내 욕들어도 내욕이라고 알아듣지 못해서 짜증나!

"야야야, 쟈 아직도 즈라고 있다. 어여 한번 손대봐라."

"알긋다 안카나!"

'사투리란 대체, 무슨 외계어지...?'

사투리는 참 알아먹기 힘듭니다. 울고 싶습니다. 아니 울게 해줘.

"야! 아들아! 므하노?"

거기 있는 아줌마, 헬프. 격식있는 현대어로 저를 상대해주세요! 사투리가 꼭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뭐라는 지 모르겠다고! 이게 무슨 외계어야!

"여, 여시가 한마리있는데예. 이게 배떄지 보이고 드러누웠심더."

"여시가? 아이고, 이게 흑여시 아이냐? 이게 와 여기서 이라고 있노? 니들이 괴롭히기라도 했나?"

"즈그가 알아서 하던데에?"

"진짜가?"

"므하러 사기를 치겠슴까? 걍 지혼자 벌러덩 누웠다고 안합니껴?"

몰라. 망할 인간 새꺄, 니들 다 싫어.... 다 떄려치고 서울로 가고 싶어...

서울, 서울에서, 말이 통하는 같은 여우이랑 오순도순하게 살고 싶어...

"와이고, 이 신기방기한 것, 시꺼먼 여우는 난생 첨 본다~"

"그거, 사또님한테 매끼 볼까요? 사또님 이런거 좋아하시지 않슴까?"

"오냐, 우리가 이러고 있을 것이 아니라, 어여 그래야것다!"

뭐 어쨌든 간에 니네들은 지지든 굽든 갈릭마늘이랑 같이 먹든 , 아니면 살린채로 삶거나, 시럽을 뿌리든 마음대로 해 새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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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09-26 03:04 | 조회 : 810 목록
작가의 말
귀축마왕

정신이 가출했습니다. 돌려주세요! 카에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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