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그랬다. 호수와 서연. 둘의 어머니는 한 사람 이었다. 호수의 아버지에게 하루살이 창녀라도 되듯이 버림받고 영원히 재기불능이라 할 정도로 절망하던 더없이 한결같던 우리의 어머니. 그녀는 자기에게 눈길도 주지 않는 차가운 ‘회장님’을 뒤로 하고 아내가 죽어 슬퍼하던 남자와 연을 맺었다. 소연과 서연의 아버지였던 그 남자는 여인에게 큰 버팀목이 되어져 왔다.

그 시절 ‘회장님’의 아들 호수를 뱄을 때이다.

아이를 낳자마자 비참하게 버려졌다. 기다렸다는 듯이 온갖 루머와 그녀를 죽이기라도 하듯 버티기 힘든 수준의 글들이 사방에 퍼지고야 말았다. 모두 그 인간의 계략. 여인은 눈물이 제 피부가 문드러질 정도로 오열했다.

그 역시 그의 옆에 여인이 아닌 진한 향가 진동하고 있었으므로.

여인은 그 길로 아이와 함께 자살을 준비하고 있었다. 끊임없이 나뒹구는 병나발과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몸에 배어버린 진한 알코올 향기, 풀어진 동공. 누가 봐도 생을 마감하기 직전의 몰골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며칠 후, ‘회장님’으로부터 거래 제안을 받았다. 아이를 죽이거나, 같이 도망치거나 한다면 여인이 사랑하는 남자와 그의 하나뿐인 핏줄인 동갑내기의 아들까지 죽여버리겠다던 협박. 아이를 두고 자기 눈 앞에 꺼져주기만 한다면 아무 문제 없을 것이라는 문장이 덧붙여져 만들어진 거래.

자신이 뱄던 아이보다 더 사랑했던 남자와 남자의 아이를 위해서라면, 여인은 그 거래에 동의했다. 그렇게 여인의 아이는 크고 화사하며 생명 한 줌 느껴지지 않는 ‘궁궐’에 자리하게 된다.

여인은 그렇게 홀연히 사라져 남자와 가정을 꾸렸다. 하지만 ‘회장님’의 사악함이 어디 가겠는가, 남자가 여인과 결혼하고 아이까지 생긴 그 직후, 이유 없이 회사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다. 여인은 자책했다. 자기 때문에, 자신과 남자를 비롯해 두 아이들까지 굶어 죽게 되어 버렸다. 그녀는 다시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그렇지만 그렇게 ‘궁궐’에서처럼 정신줄을 놓고만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제 그녀에겐 책임이란 것이 수식어처럼 붙어 다니게 됐다. 여인과 남자는 없는 살림에 아이들 입에 풀칠이라도 해보겠다며 매일매일을 ‘궁궐’의 개돼지보다 못한 취급을 받으면서 까지 악달 같이 버텨 나갔다.

또 그렇게 여러 해가 지나갔을 때다. 어느덧 여인의 아들은 고등학교에 갈 나이가 되었으며 딸 역시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었다. 부부의 형편도 조금 나아져 꾸준히 장사할 수 있는 작은 가게를 얻어내 열심히 가꾸고 있었다.

*

아들이 친구를 집에 데려 왔다.

*

여인의 삶은 기구했다. 어느 날 남자와 함께 일찍 장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허전하면서도 시원함이 와 앉았다. 좋은 하루를 끝내기라도 하듯 하늘은 눈이 찡할 정도로 푸르렀다. 남자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던 여인은 눈을 감았고, 비명만이 들리는 가운데 다시 눈을 뜨지 못했다. 여인이 마지막으로 볼 수 있었던 것은 여인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닌 아들이 데려온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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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6-17 14:41 | 조회 : 4,440 목록
작가의 말
아이스자몽에이드

와 제가 썼지만 진짜 막장이네요 막장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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