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몇 개월 전 까지만 해도 이 모든 일이 우리 엄마에 대한 앙갚음 때문에 일어난 일인 줄 알았지 뭐야. 근데 막상 와보니 허무하더라고, 오빠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자길 낳은 사람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고, 그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의 약점이니 어서 구워먹든 삶아먹든 해야겠단 생각 뿐이었겠지. 그러다가 마지막이 되어보니 살짝 호기심이 생겨버렸어. 그래서 죽기 전에 한 번 흘끗 쳐다보곤 굼긍증이 풀려나니 죽여버리지 않았을까?

서연은 체념한 듯이 감정 하나 싣지 않고 풀어나가고 있었다. 호수는 즐겁다는 눈빛으로 듣고 있다가 말을 가로채 갔다.

-그리곤 다시 생각했지. 붙잡혀온 셋 중 살아있는 건 하나. 죽여도 상관은 없지만 문득 떠올랐어. 소연이는 갑자기 행방불명 된 부모님과 더불어 함께 자기에게 남은 유일한 동생까지 사라져 버린다면 내가 손 쓸 새도 없이 죽어버리지 않을까? 혹은 이 살린 피붙이가 내게 도움 되는 것이 있다면? 당연히 인질 따위로 이용하는 수 밖에 없었지. 꽤나 잘 통했어. 소연이랑 함께 한 후에 소연이 동생 얘기를 들먹이니까 정말 얌전해 지더라고, 힘든 일을 당해도 아픈 기색 하나 엇이 다음 날도 잘 물어대고.

그립다는 뉘앙스로 회상하는 호수를 보며 서연은 토기가 차올랐다. 그저 사랑스럽기만 하다는 기색을 풍기는 저 모습이 끔찍해 마다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까지 판을 벌여놓곤 자기가 이 짓을 벌이게 된 건 다 내 탓이라며 일을 물릴 생각은 아니겠지? 왠지 그렇게 흘러가게 하려고 이야기를 흘구는가 싶어서 말이야.

퍽이나. 지가 반이나 실토해 놨으면서 뭘 내가 다 꾸며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나 싶었다.

-내가 아무리 너라는 인간에게 환멸을 느끼고 있다곤 하지만 오빠 말 그대로 일을 여기까지 만들어놓고 발뺌하려고 하진 않아. 만약 그렇게 된다고 한다면 오빤 바로 내 목을 비틀어 버리겠지.

-오빠는 내게서 소연이 오빠를 가져가는 대신 앞으로 있을 ‘모임’에 내 대변인이 되어줘야 해. 그러지 않는다면 오빠 쪽에도 무너지는 게 반드시 있을 것이란 걸 상기해줬음 하고.

호수는 슬며시 눈웃음을 지었다.

-그럼요, 후계자님.

서연은 닥치라는 말 한 마디와 함께 지나온 골목으로 다시 사라졌다. 남은 건 쓰러진 소연과 싱글벙글 웃는 호수, 그 옆을 지킨 최측근들. 이들 뿐이었다.

-호수는 소연을 안고는 대기시켰던 차에 탑승했다.

-기사님, 오늘은 c번으로 부탁 드려요.

도망친 소연을 다시는 놓아주지 않겠다고 다짐한 호수는 정체 모를 ‘c번’을 읊었고, 그 분위기는 더욱 더 고조되어만 갔다. 쉽게 눈을 뜰 것 같아 보이지 않는 소연은 호수의 품 안에서 숨 내쉬는 소리만을 들려주었고 호수는 그에 만족했다.

어느새 다다른 도착지는 꽤나 유흥가인 모양이었다. 술과 향수 향이 자욱했고 사람은 붐볐다. 특이했던 점은 모두들 얼핏 보기엔 애인처럼, 또는 노예처럼, 혹은 물건처럼 사람을 하나씩은 다루고 있었다는 점. 그 하나가 호수를 분위기 속에 묻히게 하는데 손색이 없음을 나타내 주었다. 그렇게 건물에 들어선 호수는 모습을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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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6-24 20:28 | 조회 : 4,827 목록
작가의 말
아이스자몽에이드

하하 여러분이 좋아하는 떡물이 나올 거예요 떡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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