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覺性) (一)

한번쯤은 괜찮겠지..하고 생각한 나의 잘못이라고 해도 나는 할말이 없을 것이다. 물론 다른 사람이 볼 때에 그게 뭐 어때서 라는 반응이 나오겠지만 나는 그런 반응에 이렇게 대응할 것이다.

‘모르면 말이나 말아라 개소리하지 말고.’

그렇게 나는 해서는 안 되는 그 짓을, 나의 인생을 180도 바꿔버린 그 짓을 해버렸다.

/노와의 이야기, 그 시작

“으….배고파요…”

나의 일상은 배고프다는 나의 신음소리에 시작된다. 나의 목소리를 들은 밖에 군사는 빵 한 조각을 던져준다. 무려 삼일 만에 먹은 그 음식은 꿀처럼 달았다. 물론 겉으로 보기에는 한 몇 주된 오래된 빵으로 보이지만 사흘 만에 음식이라는 것을 본 나는 왕이 먹는 음식보다도 좋아 보였다.

“쩝…쩝….하아…”

허겁지겁 미친 듯이 먹는 나를 보고 군사는 나를 미친 놈 보듯 쳐다보았지만 상관없었다. 난 살아남기만 하면 된다. 내가 거지냐고? 아님 큰 죄를 지은 죄인이냐고? 나도 처음에는 내가 그런 줄만 알았다. 하지만 나의 예상과는 달리 나는 한나라의 왕자였고 현재는 먼지만 쌓여가는 오래된 책들과 함께 작은 방에 갇혀있는 ‘노와’ 였다.

몇 번이나 나 자신에게 물어봤다.

‘나는… 대체 왜 이곳에 갇혀있는 거지? 어마마마께서 화가 나셨나? 내가 잘못을 했나?’

나는 단 한번도 밖으로 나가 본적이 없다. 나에게 동생이 있든 형이나 누나가 있든 얼굴조차 모르는 형제는 사양이었다. 물론 형제가 있다면 좋겠지만 나를 도와주지 않는, 한번도 보지도 못한 형제는 필요 없다. 나는 외로움 속에서 조금씩 나 자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암지 (지은)

환해가 그렇게 된 것이 내 탓만 같아서 죄책감이 나를 덮쳐왔다. 내가 그녀에게 가비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가비와 그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겠지만 한 가지 확실 한 것은 그녀는 가비를 아주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여기서 뭐하냐?”

혼자 대문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 있던 나에게 강휘가 다가와 물었다.

“그냥…. 그것보다 갑자기 왠 반말이냐?”

강휘는 기억을 잃고 나서 나에게 단 한 번도 반말을 쓰지 않았다. 항상 나에게 말을 높였고 갑자기 나에게 반말을 쓰는 모습은 생소했다. 옛날의 강휘는 반말을 당연 한 듯이 쓰기는 했지만 현재는 강휘의 반말이 오히려 나를 어색하게 했다.

“죄송해요. 이장님 그런 모습에 그냥 갑자기 말을 놓아버렸네요. 아씨… 지금도 놓으려니까 진짜 어색해 지네요.”

강휘의 따뜻한 미소에 나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아니 솔직히 강휘가 아주 못생긴 얼굴은 아니지 않은가? 그를 오랫동안 지켜 봐온 사람들 (예를 들어 독자님들?) 이면 그의 괜찮은 외모를 알 것이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에게 한번도 웃어주지 않았던 강휘가 환하게 웃는 모습에 잠깐 놀랐다.

“이장님 어디 편찮으세요? 얼굴이 정말 붉어요. 혹시 어디 열이라도..”

“ㅅ…손대지마!”

나의 이마에 손을 올려 놓으려던 강휘의 손을 내가 쳐내자 강휘는 머쩍은듯 머리를 긁적였다.

“뭐 아니면 말구요..”

그리고 다시 어색한 공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암지 (홍령)

주위를 둘러보니 아주 어두웠다. 그리고 한 줄기 빛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니 나의 어머니께서 서 계셨다. 어딘가 낯이 익은 꿈이었다. 왠지 한번 경험해본 듯한 꿈…

“홍령! 나를 다시 찾아온 이유가 뭐니?”

어머니께서는 나를 보고 놀란 얼굴을 하시더니 내가 올줄 몰랐다는 표정을 짓고 계셨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이곳으로 오는 게 제 맘대로 되지 않거든요. 아! 저…요즘 제가 머릿속에 이상한 목소리가 들려요.”

어머니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눈이 슬프게 휘어졌다.

“미안하구나… 나 때문에 네가 이런 것을 겪어야 한다니… 나와 비슷한 운명을 가지게 된 것도, 이런 일을 경험하는 것도 전부 내 탓이야.. 특히 그 아이에게 더욱더.”

어머니의 표정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졌다. 그녀의 표정을 보던 나는 나도 모르게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그 아이라니요?”

“홍령.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듣거라.”

그 뒤로 뭘 들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나자신조차 알 수 없는 말을 벽에다 쓰고 있었다. 그때 마침 다른 신령들이 들어왔다.

“홍령! 우리 같이- 꺄아악! 너 도대체…”

다시 벽을보니 글씨는 붉은색으로 써 있었다. 그리고 쓰라린 아픔에 나의 손을 보았을 때 나는 경악했다. 나는 나의 손가락을 물어뜯어서 그 피로 글씨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 벽에 써있는 말도 나를 놀라게 했다.

“신력을 가지고 있는 그자를 당장 찾아내야 한다. 그 사람의 이름은 ㄴ..”

나는 기억이 나지 않아서 다시 쓰지 못했다. 하지만 ‘ㄴ’으로 시작되는 그 사람을 찾아야 했다. 그것이 얼마나 걸리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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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12-28 15:24 | 조회 : 1,798 목록
작가의 말
넘나조은거

이제부터 조금씩 천천히 노와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잘 봐주시고요 제가 요새 시간이 없어서 운 좋으면 일주일에 두 번, 운이 좋디 않으면 일주일에 한 번 올릴 생각 입니다! 참고로 월요일은 계속 올릴 겁니다!! 늦어서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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