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 아니네

/대현

“아니 이게 무슨 일일까요? 웬일로 명주국의 왕께서 직접 행차하시고?”

비꼬는 듯한 다른 왕들의 말에 백율장군은 화가 난 듯 했지만 난 그를 저지했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니깐. 사실 전쟁이 있고 나서 난 한번도 모임에 나온 적이 없었다. 항상 형님께서 나 대신에 가시곤 했으니까. 오랜만에 대현의 왕도 볼 겸 왔는데…참…

“그간 안녕하셨나요. 한동안 나오지 못한 건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니까 이해해주시죠.”

물론 나오기 싫어서 안나온 건 아니다. 전쟁 이후로 난 거의 넉달동안 움직이질 못했다. 그리고 다섯 달째부터 재활을 시작했으니…움직이기 시작한지는 이제 두 달이 다되간다.

“일단 모임을 시작하지요. 오늘의 주제는 뭡니까?”

“으흠. 오늘의 주제는 바로 신령에 관한 것이오. 아시다시피 신령은 없어졌고 우리의 나라를 지켜줄 것도 없으니…”

“그냥 다른 신녀들에게 부탁하면 안되나요?”

“그건 불가능합니다. 가비의 신력은 누구보다 강했기 때문에 그들을 만들 수 있었던 것입니다.”

갑자기 나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내 눈치를 보는 대현의 왕. 아니 난 상관 없는데… 물론 기억도 잘 안 나는 어머니가 가끔 그립기는 하다. 하지마 어쩌겠나?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세상은 계속해서 돌아가고 있다. 그리고 난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할 틈도 거의 없었다. 어머니의 죽음을 알게 됬을때는 전쟁 중 이었고 그후로도 난 재활치료와 나랏일 때문에 바빴다.

“그럼 아직 가비만큼 강한 신녀가 없다는 것입니까?!”

“네. 가비는 거의 천년에 한번 태어날까 말까 하는 신력을 가졌다고 흔히 말하더군요.”

“소혜후는 안됩니까?”

“일단 모르시는 것 같아서 얘기하는데 소혜후는 죽었어요. 그리고 소혜후도 대단했지만 가비만큼은 아니었죠.”

소혜후, 그러니까 하현의 얘기를 꺼내자 또다시 나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는 대현의 왕… 아니 이번에는 뭐!! 하현이 죽은지는 반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그녀의 죽음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명주국에는 그녀의 무덤이 있지만 무덤에는 ‘소혜후’가 아닌 ‘하현’ 이라고 적혀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르는게 당연했다. 그리고 소혜후의 얼굴을 본 사람은 드무니까…

“그럼 이제 어찌합니까?”

“찾아야죠. 가비만큼 신력이 강한 계집- 아니 어쩌면 사내 일지도 모르죠…”

또 나의 눈치를 보는 대현…아 내 눈치 좀 보지 말라고!

/한편

“그래. 누군지는 찾았느냐?”

“그게…아직입니다요.”

“뭐라? 어째서 아직이냐!”

“힘이 굉장히 희미합니다. 그래서 그 신력의 주인이 어느 곳에 사는지 알아내는 것도 몇 달이 걸렸는지 아시잖아요.”

“그래…알았다. 잘 찾아보거라.”

힘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아낸 예비신녀는 (신력은 있지만 훈련이 안된 사람) 자신을 칭찬해주기는커녕 혼만 내는 신녀에 대해 서운해 하고 있었다.

“아니 신력이 있는 남자만 찾는데 얼마나 오래 걸렸는데….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야 신녀님이 이러시는게 한두번이냐? 그냥 무시해.”

동기 예비신녀에게 위로를 받은 그녀는 다시 일에 몰두 하기 시작했다.

/명주국

“전하. 이번 모임에서는 무슨 결정이 났나요?”

집요하게 물어대는 형님 때문에 결국 난 대답했다.

“없었어요. 아무 결정 안 났다고요.”
“예? 대체 이번에는 무엇을 의논하셨기에…”

“신령. 그들이 사라졌으니 어떻게 하냐는 얘기였어요. 물론 대현의 왕은 내 눈치 보느라 혼나긴 했지만요…”

“아…그렇군요…”

“참. 신혼 여행은 어디로 갈거야? 첫날밤은?”

“예?!?!”

첫날밤 얘기를 꺼내자 갑자기 얼굴이 급속도로 빨개지는 형님…참…그렇게 부끄러우신가? 형님이 나가시고 나서도 난 계속 신령에 대한 생각을 해 봤다. 일단 사람들 말로는 가비, 즉, 내 어머니보다 강한 신력을 가진 자가 없다고 하셨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그건 그냥 우리 여섯나라에 있는 신녀들이었다. 다른 곳에도 신력이 존재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한번은 확인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스승님.”

“예 전하.”

“종무해에도 신력이 있다는 말은 있었나요?”

“종무해이라면… 제국의 바깥을 말하시는 건가요? 그거라면….아직 모르겠네요. 종무해에 사는 사람은 극히 드무니까요. “

“그런가요…”

이참에 한번 종무해로 나가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어머니만큼 신력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되. 세상이 얼마나 넓은데…

“그럼 한번 알아봐주세요.”

“예.”

“아참. 유하는 잘 지내나요?”

유하가 궁 밖에서 살다 보니 유하의 소식을 들을 수 가없다. 그래서 가끔 스승님에게 어쭤보긴 하는데.. 문제가 있다.
“ 제 누.이.동.생 유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저하.”

“그런가요? 한번 제 누.이.동.생을 찾아가봐야 겠네요.”

유하의 이야기가 나올때면 왠지 모르게 살벌해지는 우리 둘이다. 아니 내 친동생 인데…

“알았으니까 이제 가볼게요.”

스승님이 밖으로 나가시고 난 어머니와 하현의 산소로 찾아가 보기로 했다. 지난주에는 너무 바빠서 찾아뵙지 못했는데…그곳으로 가던 도중 난 두명의 이상한 사내들을 만났다.

“야. 이놈 맞아? 안그래도 바빠 죽겠는데…후딱 해치우고 술이나 한잔 하러 가자!”

“그러자…에휴…이거야 원 힘들어서 살 수 는 있나?”

“아니 이게 지금 무슨- 읍!”

그리고 나서 정신을 잃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떤 허름한 창고

“야. 얘가 명주국 왕이라며? 이렇게 맘대로 데려오면 우리 큰일 나는 거 아냐?”

“아니야. 나만 믿으라고.”

수근 거리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니 낯선 곳에 와 있었다.

“뭐지? 날 왜 이곳으로 데려 온거야.”

“글쎄... 네 몸값이 얼마나 나가는 지 궁금해서-컥!”

“이 새끼 말은 무시하세요. 저희 심부름꾼이라 누군가 의뢰를 하면 데려다 주는 일 밖에 안 해요.”

“그럼 의뢰인이 누구냐?”

“저에요 저하. 아니지 전하.”

곧이어 누군가가 어두움 속에서 나오자 난 놀랄 수 밖에 없었다.

0
이번 화 신고 2015-09-26 17:22 | 조회 : 2,275 목록
작가의 말
넘나조은거

저번 화엔느 오류가 있어서 삭제하고 다시 올렸었어요... 이번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