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네가 공인걸까 내가 공이걸까(3)

"잘 잤어요, 형아?"
"으가각!"

하늘이 기겁을 하며 놀라다가 침대에서 굴러 떨어지다 땅에 머리를 박았다. 운동 신경이 비이상적으로 좋은 하늘로서는 생소한 경험일테지만 눈 앞에 벌어진 상황 때문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카,카르야...."
"헤헤. 놀랐어요, 형아?"

하늘은 헤집어져 있는 상의를 습관적으로 여미면서 카르를 기겁한 눈으로 봤다.

"저 먼이컸죠 형아? 아, 이제 이 모습으로 형아는 좀 안어울리겠다. 이제 형이라고 부를게요."

어제만 해도 쪼꼬미였던 카르가 이제 중1쯤 돼보이는 소년으로 컸다.
그 걸 보고 하늘은 공포로 기절할 노릇이었다.

"너, 너..... 왜 갑자기 큰거야?"

하늘이 꽤나 충격이 컸는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카르를 가르켰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카르는 꽤나 즐거운 웃음을 흘렸다.

"내 성장의 조건이 ㅅㅅ거든. 그런데 나도 이렇게 확 클줄은 몰랐네."
'젠장! ㅅㅅ를 하면 안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잖아!'

하늘은 보이지 않게 속으로 엉엉 울면서 통곡을 했다. 좌절하는데 너무 심취해서 인지 아니면 카르가 의도한 것인지 카르의 그림자가 하늘에게로 드리우기 직전 까지 하늘은 그저 바닥에 주저앉은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내 카르의 그림자가 하늘을 완전히 덮었을 때 그제야 어두움을 느끼고 하늘이 고개를 들었다.

"형. 앞으로 두 번만 더 하면 완전히 성장할 것 같아."

라고 하면서 하늘의 볼을 쓰다듬었다.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손이지만 그래도 옛날의 카르 보다는 훨씬 큰 손이었다.

"형 떠는거야? 귀엽네."
"끄응... 어디가 귀엽다는 거야?"

기이한 미소를 지으며 욕정이 덕지덕지 묻어있는 손으로 하늘을 쓰다듬던 카르는 푸흡 웃었다.

"비웃냐?"
"그럴리가 없잖아요 형."

카르는 계속 키득키득 웃었다. 그러다가 숙였던 허리를 곧게 펴고 방을 나섰다.

"이번에즌 내가 밥할게요 형."

하늘은 카르를 심통맞게 째려봤다가 다시 고개를 획 돌려 코를 막았다.

'알몸이었어!'

코피가 손 틈으로 주르륵 세어나왔다.

'허리 완전 낭창낭창....;
"형 ㅅㅅ하고싶어?"

낭창낭창한 몸을 떠올리다가 카르의 기습에 소스라치게 놀라고 괜히 찔려서 냅다 소리질렀다.

"빨리 아침이나 해!"
"하하! 하기 싫어도 할 수 밖에 없어-!"

카르가 주방 쪽으로 가면서 크게 말했다. 휴지를 뜯어 코를 막던 하늘은 거울을 보다가 식겁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도대체 어제 내가 공이였냐 네가 공이였냐.."

거울로 본 몸에는 카르의 몸에도 몇 없던 키스마크가 수두룩하게 생겨있었다. 심지어....

'어제도 박은건 나지만....'
"덮친건 저 녀석이였지."

침울하게 가글을 입안에 넣었다. 그리고 잠시 후에 뱉고 입을 헹궜다.

마음과 머리는 침울했지만 평생 있던 몸의 습관은 기계적으로 의무를 행했다. 다 씻고 방에서 나온 하늘은 멍하게 머리를 말리고 멍하게 방 밖으로 나왔다.

"오. 시간 맞춰서 나왔네."
"....."

때 마침 카르가 된장찌개를 식탁에 놓았다. 그리고 하늘은 계속 멍하니 좀비처럼 걸어서 식탁에 앉았다. 그런 그를 카르는 맞은편 자리에 앉아 턱을 괴고 유심히 봤다.

"형."
"........"
"혀엉."
"..........."
"혀어어어어어엉"
"................"

그리고 조용히 그가 들릴듯 말듯하게 불렀다.
끝내 카르의 끈질긴 부름(들으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지만)에 답을 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밥을 먹는 하늘.

그런 그를 보면서 카르는 씨익 웃었다.

"저건 덮치라는 거겠지?"

하늘의 보라빛 눈에는 아직 촉촉한 머리와 향긋한 향이나는 몸. 오직 목욕가운 만 입은, 심지어 벌어진 옷 사이로 보이는 가슴에는 제가 남긴 흔적이 가득하다.

"잘 먹겠습니다."

카르가 붉은 혀로 제 입술을 할짝 핥고 조용히 하늘의 뒤로 접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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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9-24 20:52 | 조회 : 5,012 목록
작가의 말
뚠뚜니

프로필은 두 편 후에 쯤 써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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