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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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밑바닥까지 가라앉아 물고기를 본다.
물고기는 흐리멍텅하게 초점이 잡히지 않는 눈으로 나에게 뻐끔거리며 말을 건다.
이건 내 망상에서 우러나온 일일까
만약 그렇다면 어디서부터가 망상이었던걸까.
물에 빠진것 부터가 망상이었던걸까
밑바닥까지 가라앉는게 망상이었던걸까
아니면 물고기와 눈을 마주친것? 물고기와 대화한것?
아니, 어쩌면 이 모든게 진실일지도 모른다.
깊고 깊은 심해로 빠져들어가면서.
온몸이 짓눌리고 숨이 가빠오지만, 그런 것 같지만.
물고기는 나에게 말을 거는것을 멈추지 않는다.
언제까지고, 언제까지고..
뻐끔뻐끔뻐끔..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는 주제에 나에게 뭔가를 말하려한다.
슬슬 빛도 닿지 않아 물고기의 모습이 흐릿해진다.
이젠 빛도, 소리도 닿지않아.
이젠 아픔도, 슬픔도, 바닷물의 감촉도 알 수 없다.
나는 정말 바다에 빠진걸까.
아니면 다 꿈인걸까.
뻐끔뻐끔뻐끔..
이젠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지만 뻐끔뻐끔..
분명 저 어둠 건너편에 있을 물고기에게 뻐끔뻐끔..
세계가 흐릿해지고 선명해지길 반복하다가 결국엔 전부 새하얗게 물든다.
그 새하얌도 심해의 어둠에 물든다.
나는 흰색인가 검은색인가.
그걸 알기 전까지 나는 이곳에서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슬슬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움직이지 않는 손을 살짝 들어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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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9-05 23:16 | 조회 : 659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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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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