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1부 종료


“잠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안즈는 그 말의 대답을 하지도 않은 채 발을 뺐다. 물러나려 했었다.

“할 얘기가 있다. 들어다오. 널 질책하려는 게 아냐! 제발 피하지 말아-.”

엔디미온이 안즈에게 손을 뻗자마자 손을 쳐냈다. 미림이 리온을 부축해 일으켰다. 여전히 의식은 없는 모양이었다.

“손대지 마시죠. 여지껏 피해온 건 당신이지 내가 아닙니다. 제게 할 말이란 이 상황을 정리할 어떤 정보에 불과하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고요. 당신이 그 말들이 저와 리온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줄 지도 생각도 않은 채 무심히 그 사실을 말해버리겠죠. 일리아가- ‘바람의 기사’라는 걸.”
“·······!”
“진짜~? 참 나······ 바람의 기사 정원을 모두 채울 셈인가?”

엔디미온은 멈춰서서 안즈를 바라보았다.

“언제부터- 그렇게 생각했지?”
“당신이 일리아 앞을 막아선 것을 볼 때 생각이 들더군요. 왜 일까. 일리아가 8대가 아님이 밝혀졌는데도 기사들의 필사적인 보호를 받는 이유가 뭘까. 물론 교수로써 학생들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것뿐만이 아닐지도 몰라. 어쩌면, 처음 만난 일리아에게서 친근함을 느낀 것이. 일리아가 세실리아를 닮았다고 느낀 이유가- 일리아가·······!! 세실리아의 마력을 받은 그녀의 기사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 그럴 리가·······! 아니에요! 내가 기사라니! 그런 느낌은 아무것도 느낀 적이 없어요! 뭔가 잘못······!!”

일리아가 소리치자 엔디미온이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것은 네가 자각하지 못해서다. 하지만 나와 가까이 있을 때 무언가 느끼기는 했을 것이다.”
“·········!!”
“너는 홀로 ‘침식’을 빠져나왔다. 아마도 그때였겠지.”

갑자기 일리아가 털썩 주저앉았다. ‘축복’인 줄 알았다. 그 정도야 그냥 줄 수 있는 거라고. 마녀는 마력이 넘치는 존재니까 이 정도는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리아. 하지만- 그녀가 세실의 기사라는 걸 깨달았을 땐, 과거의 일이 생각났다. 일리아는 살기 위해서 그 무덤을 파냈다. 살기 위해서 그녀가 자신의 스승이라 팔아 넘겼다. 그러고도 살기 위해서 자신이 후계자이기를 바랬다. 이미 기사라는 분이 넘치는 것을 받고도 살려달라 끊임없이 매달렸다.

“안즈. 알다시피 ‘침식’은······.”
“됐어요. 다른 변명은 필요 없어요. 그렇게 애 쓰지 않아도 일리아를 해치지 않을 테니. 지금은 기절한 리온도 마찬가지 일 테니까요. 밉고, 또 미워서. 저주스러워서, 지금 당장이라도 눈앞에서 사라졌으면 하는데도·····!! 세실리아와 리온이라면 분명 일리아에게 ‘잘했다’고 할 사람이었으니까. 리온도 다시 제정신을 찾는다면 그럴 거고요. 그런 그녀들이 살린 목숨이니까······· 나는- 받아드리는 수밖엔 없잖아······!!”

안즈는 소리를 쳤다. 바람이 불어 린이 피운 나무의 꽃이 바람을 타고 들어왔다. 안즈는 부서져버린 세실리아의 목걸이 조각들이 담긴 작은 병을 꺼내 쥐었다.

“세실은 침식에서 나가면 나도 기사로 받아주겠다고 했어요. 제 가족이 되어 주겠다며······· 나도- 가족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상냥하고 온화한 형과 조금 무뚝뚝하지만 든든한 기둥같은 형. 그리고 자신보다 더 덜렁대지만 유쾌한 누나를- 편안히 휴식할 집을. 그런 걸 내가 받아도 되나. 너무 벅차서·······.”

안즈의 두 눈에는 눈물이 흘렀다. 안즈는 전에 세실리아와 리온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가족이 되었을 때, 자신은 무엇을 하면 되냐고. 세실리아와 리온의 대답은 이랬다. 안즈는- 과거의 이야기를 말하기 시작했다.


「 “어엉? 뭘 하다니? 기사가 되면 무슨 일을 하냐고?”
“보답이요?"
"보답은 무슨!“
“세실 뒤치다꺼리 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없으실 거예요.”
“에엑?”
“난 사고를 많이 치고 다니거든! 탐관오리 패고 다니는 거 꿀잼!”
“푸흐흐······.”
“그 오리를 같이 패면 되는 거야?”
“”·········.“”
“착한 녀석. 받기만 해도 되는데 그게 익숙하지 않은 거구나.”
“좋아요! 정 그렇다면 세실! 안즈!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일을 많이 해요!”
“좋은 생각인데?! 아참, 그러려면 안즈- 너부터 행복해져야 해! 알겠니? 앞으로는-.”」

안즈는 과거를 떠올리며 그 후의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 웃으며 살아가. 너는 무언가를 망가뜨리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세상에 당당히 보여줘. 누군가를 다치게 할까 움츠러드는 일 없이. 행복하게- 그렇게 살자. 」고- 그러자고········ 그렇게 살자고 했는데에········· 난, 난 대체 왜 이렇게······· 왜·······.”

- 1부 완결.

2
이번 화 신고 2017-01-03 16:47 | 조회 : 1,371 목록
작가의 말
백란l

네이버 웹소설에서 1부가 끝나면 2 부 가져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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