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너는 누구냐

*




“ 허억.. 헉...! 뭔 놈의 문이 이렇게 안 열려!! ”






그렇다. 나는 10분째 내 앞에 서있는 이 거대한 문과 씨름 중이다... 그래도 들어올 때는 쉽게 열렸던 것 같은데 나가려고 하니 꼼짝도 안 한다. 마치 누군가 날 나가지 못하게 일부러 막아 놓은 것처럼..






“ 설마 그 빨간 변태가 이상한 마법 부린 건 아니겠지..? ”






여기 계속 있다간 아까 그 재수 없는 놈이 올지도 모르는데... 나는 반 포기 상태로 문에 기대어 앉았다. 살랑-하고 시원한 바람이 내 앞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한국은 푹푹 찌는데 이곳의 날씨는 가을처럼 선선하다.





나는 바람을 만끽하며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황제 아니랄까 봐 천장도 황금색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잠깐... 바람?
바람이 분다...?
그 뜻은 여기 창문이 열려 있다는 것인데?!





나는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곳에는 하늘색의 커튼이 흩날리고 있었고 황제와는 어울리지 않는 아기자기한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었다. 이런 곳을 테라스라고 불렀던가 살짝 달빛이 드리우는 이곳은 정말이지 아름답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인데 왜 자꾸 슬픈 기분이 드는 거지... 머릿속에서 중요한 뭔가가 생각 날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무언가를 떠올리려 할수록 누군가가 방해를 하듯 안개처럼 뿌옇게 옅어져 갔다.





현기증에 잠시 테이블에 기대앉아있는데 테라스 아래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폐하? 거기 폐하이십니까? "






나는 고개를 돌려 아래를 내려다봤다. 테라스 바로 밑에는 크나큰 연못이 있었고 그 주변에는 활짝 만개한 붉은 장미꽃들로 가득 차 있었다. 붉은 정원 같았다.
하지만 그 속에 이질스러운 무언가가 있었다. 제다와 똑같은 머리칼을 가진 긴 머리의 남자..






“ 제다? ”






빛을 잃은 듯 새하얀 눈동자 속에 내 모습이 담겼다. 잠깐이지만 눈동자가 일렁이는 것 같았다.
마치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봐버렸다는 듯이.....






“ 제다..? ”







다시 한번 긴 머리의 남자를 향해 물었다.






새하얀 눈동자에 또다시 내가 담겼다. 아까보다 더 심하게 요동치는 것 같았다.
긴 머리의 남자는 자신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면 자기를 바라보는 저 애처로운 눈빛은 무어라 설명할 것인가.





저 눈빛을 계속 바라보자니 가슴 한편이 아려왔다. 언젠가 자주 봐왔던 눈 같았다.



- 보고 싶었다 -



머릿속에서 그 말이 소용돌이치는 것 같았다.





이상한 기분에 다시 현기증이 올라오려는데 긴 머리의 남자가 소리쳤다.






“ 뛰어 내리 십쇼 ”





응? 뛰어내리라니 여기를?... 그것도 갑자기?





“ 어차피 그곳에 계속 있으면 곤란할 것 아닙니까 ”






내 상황을 다 안다는 듯이 긴 머리 남자가 말했다.





뭐지 마술사인가 어떻게 알았지.. 근데 여기 못해도 아파트 건물 5층은 돼 보이는데 ...
떨어져도 밑에 연못 때문에 아프진 않겠지만 난 수영 못하잖아! 하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가만히 서있는데 휙- 하고 엄청난 바람이 불었다. 그 기세에 놀라 뒤로 자빠지려는데





응....?
안 아프다...?





꼭 감았던 눈을 뜨자 방금 전까지만 해도 테라스 밑에 있었던 남자가 내 허리를 감싼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 깜짝이야....

0
이번 화 신고 2016-08-24 20:34 | 조회 : 2,143 목록
작가의 말
앵초_

망상...망상이 부족해!!!!!!!!!!!!!!!!! 과연 저 긴머리의 남자는 누구일꽈요!!!!!!!!!!!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