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2



"아,일어났어?"
눈 웃음을 지으며 한솔이는 중 저음의 목소리 톤으로 나에게 물어왔다. 대답을 할 틈도 없이 내가 왜 라는 물음만이 내 머리 속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어제 분명 다시 들어가고 나서 선배가 왜 이렇게 늦게 왔냐면서 벌칙으로 술 몇 잔을 다시 받았던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다음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미안, 나 어제-" 이불에서 일어나며 질문을 하려 했지만 윗 통이 벗겨져 있어 순간 아,하며 할 말을 잃었다.

"어제 술에 많이 취해서 잠들어 버리고 해서 그냥 우리 집에 데려왔어."
참고로 잘때 많이 불편해 보이길래-라는 말 과함께 웃으며 말하며 다가오는 한솔은 나에게 컵을 넘겨주었다. 거기에선 꿀의 향과 함께 따듯한 수증기가 나의 얼굴에 닿았다.

"고마워,만나지 하루밖에 안됐는데 민폐를 끼쳤네..." 답지 않게 술을 너무 넙죽 받아 마시다 보다 적당히 받을 껄 그랬나 라는 생각을 하며 꿀 특유의 향기를 맡으며 한입 마셨다.

꿀물, 한번 편의점에서 사서 먹어보고 취향이 아니라 그 뒤로 한번도 안마셔 봤는데, 한솔이가 건내 준 것과 맛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더 달콤하고 뭐 랄까 입안에 향이 확 돈다 랄까. 비싼 건지 아니면 그전과 다르게 따듯하게 먹어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입으로 넘긴 꿀물이 두 번,세 번 몇 번을 더 마셨더니 컵 밑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더 줄까?라는 말에 괜찮아 라며 한번 더 고맙다 라는 말과 함께 윗 옷을 찾기 위해서 두리 번 거렸다. 다행히 바로 옆에 잘 개어져 있길래 그대로 손을 뻗어 옷을 잡았지만 한솔이가 어제 선배가 취해서 내 위로 술잔을 쏟았다며 자신의 옷을 갔다 주었다. 건내받은 옷에서는 좋은 향기가 났다. 빌려 입은 옷을 입으며 다시 한번 미안함에 괜찮다면 밥 한번 사주겠다고 말하자. 한솔이는 그럼 지금 준비하고 나가자며 흔쾌히 웃었다.



"너 어제 진짜 죽은 듯이 자던데?"

너 집까지 데려오는데 한번도 안 깨더라-아 맞다, 윗 옷 벗길 때도 완전 시체였어,시체라며 뭐가 그렇게 재미있었는지 웃으며 말을 하는데 얘는 참 웃음이 많네 라는 생각을 하며 이런저런 사소한 이야기를 계속 하는 동안에 주문한 음식들이 나왔다. 그때 타이밍이 좋게 핸드폰 벨 소리가 들렸고 나는 잠시 전화 올 때도 없을 텐데 라며 확인하자 이준영 이라는 이름을 보고 갑자기 조금 심장이 뛰는 걸 느끼며 한솔이 에게 먼저 먹고 있으라고 말한 뒤에 잠깐 가게에서 나왔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 시키며 전화를 받았다.

"김시영?"

"...왜" 살짝 긴장을 했는지 목소리가 조금 갈라져 나와버렸다. 분명 그일 때문에 다신 연락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전화가 오다니. 새삼 긴장 반 기대 반이 되어버린 나의 모습에 씁쓸하게 웃었다.

"뭐-왜에에? 야 이새끼야, 어째 연락 한번 없냐. 벌써 두 달이나 지났다고."
오랜만에 듣는 준영이의 목소리는 담배 때문인지 한층 더 허스키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중국에서 만난 준영이는 벌써 알고 지낸지 7년이 되어가고 있다. 덕분에 내 원래 성격도 집안 사정도 잘 아는 친구랄까. 그리고 왠지 나는 준영이를 좋아하고 있다. 얘는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그 일이라는 건 사실 몸싸움도 아닌 말다툼이다. 남자 애들끼리 싸우면서 우정을 키워 나가는 거야 라는 말이 있다지만, 일방적으로 내가 잘못한 것 이였고, 준영이도 지쳤는지 처음 보는 얼굴과 말투로 나에게 다신 연락하지 말자 라는 내뱉었기에 당시 자존심 때문에 알았다며 그대로 헤어진게 두 달 전이다.
말 그대로 그때 당시에는 이 못난 자존심 때문에 연락을 하지 않았지만, 내가 한 짓을 생각하니, 준영이 입장에서는 정말 어이없고 지쳤을 수도 있겠군아 라는 자책감과 미안함에 연락을 하기가 두려웠다. 그리고 그보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거절 당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리고 보시다시피 나는 아마도 게이다. 언제부터 인지 이렇게 된 것은 나도 잘은 모른다 그냥 첫번째로 좋아하게 된 사람이 같은 동성인 준영이니까. 고등학교 때 고백을 받아 같은 반 여자애와 사귀긴 했지만 별로 감정이 없어 금방 헤어지기도 했고. 아직까지 이성에게 이런 감정을 가져본 적이 없으니.

"야야! 김시영, 듣고 있어?"

대답을 안 해서 인지 한번 더 소리를 빽 하고 지르는 준영이 때문에 조그마한 목소리로 듣고 있어 라는 대답을 하였다.

"너 말이야. 내가 아무리 다신 연락하지 말라고 해도 진짜 이렇게 연락 한번 안 하냐?"

왠지 투덜거리며 전화를 하는 준영이의 모습이 상상이 되어 긴장이 풀리며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아마도 나는 준영이의 이런 어린아이 같은 모습 때문에 좋아하는 걸지도.


"너가 연락하지 말자며..."

마음이 풀리고 웃고 있으면서도 말로 잘 표현을 못하는 내가 답답하게 느껴진다. 아, 많이 고쳐졌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준영이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나 보다. 아이구 아이구 이 자식, 너 소심한 건 알았지만 그거 하나 때문에 이렇게 까지 연락을 안 할 줄은 몰랐다. 존나 실망이야 실망.나 개 상처 받았다고 라며 계속 주절주절 거리는 말에 나도 미안이라는 대답밖에 하지 못하였다.

툭-툭-

어느새 준영이의 페이스에 흘려 이런저런 이야기하는 중에 누가 나의 어깨를 살짝 쳤다. 뒤돌아보니 한솔이가 부드럽게 웃으며 밥 안 먹어?나 배고픈데 라며 말하자 아차 했다. 먼저 먹고있으라고했지만 나를 기달렸는지 테이블 쪽에 보니 아직 손을 안댄 음식들이 보였다.

"앗, 한솔아 미안... 이제 곧 갈게."

"응. 음식이 좀 식었으니까 빨리 와." 나의 손에 있는 휴대폰을 한번 쓱 보더니 다시 웃으며 제자리로 가는 한솔이의 뒷모습을 보다가 준영이에게 좀 이따가 집에 도착하며 전화하겠다며 바로 끊고 테이블로 돌아갔다.

"어쩌지...미안. 통화가 이렇게 길어질지 몰랐어.먼저 먹고 있어도 됐었는데. 진짜 미안."

지금, 진짜 좀 많이 미안하다. 어제일 때문에 밥을 사주는 건데, 이렇게 음식 앞에서 기달리게 하다니. 예의가 아닌 거 같아 계속 뻘쯤하게 있었더니 한솔이는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어서 먹자 라며 나를 재촉하더니 내 앞에 음식을 밀어주었다. 일단 이렇게 챙겨서 주니 먹긴 하는데 원래 보통 같으면 자기 먹기에 집중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뭐 원래 남을 잘 챙겨주는 타입인가 라며 가볍게 지나쳤다.


"근데, 아까 전화 누구였어?"

벌써 다 먹었는지 먹고 있는 나를 뻔히 보던 한솔이가 궁금했었다는 듯이 물어왔고 나는 순간 왜?라는 대답이 나올뻔한 걸 막고 그냥 친구라는 말을 했다. 아니 근데 보통 아무리 친구가 되었다고 해도 하루 만에 이런 걸 물어보나 했지만, 그 하루가 보통이 아니였기에 그런 생각들을 접어 날려 보냈다.

"아, 그냥 친구?"

"응."

내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뭔가 꼬치꼬치 캐묻는 거 같아 기분이 조금이 이상했지만, 걔가 나를 볼 땐 진짜 그냥 친구니까. 내가 걔를 보는 감정은 다르지만. 왠지 여기까지 생각하다 보니 급 갑자기 우울해져 먹고 있던 음식을 내려놓았다. 근데 얘는 왜 이런 걸 물어보지.


"난 또, 니가 짝사랑하는 친구 인줄."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내려가는 줄 알았다. 아니 어떻게 안 거지? 너무 티가 났나?라는 생각에 얼굴을 굳히며 물어봤다.

"아니, 그냥 진짜 친구야- 그보다 걔는 일단 남자고."

아무렇지 않은 듯이 말하고 있지만 지금 몸 안에 있는 심장이 미친 듯이 벌렁 벌렁 거리고 있는 걸 숨기며 최대한 얼굴에서 표정을 숨기며 한솔이의 얼굴을 쳐다봤다.

웃고 있는 한솔이의 표정에서 잠깐 이상한 기운이 스쳤지만, 미안하다며 자기가 얼굴을 잘못본거 같다며 나에게 사과를 하였다. 별로 이렇게 사과까지야 라는 생각과 동시에 준영이와 통화할 때는 좀 더 표정을 신경 써야 겠다는 생각이 한 체 슬슬 다 먹었으면 일어나자고 했고 우리는 어제 못했던(술에 취해서) 전화번호를 교환한 뒤 나중에 학교 가기 전에 연락 하자며 그렇게 서로 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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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8-07 05:59 | 조회 : 638 목록
작가의 말
ssun뉴

다음 화 부턴 짧게 짧게 갑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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