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30년전 그 남자는



"..."



"..."



"..."



"...저기요, 연구원씨."



적막만이 가득한 한 실험체의 방에서 참다못한 72호가 연구원에게 말을 걸었다.



"..."



"저기요!!! 연구원씨! 헤이, B씨!!!!!!!"



"! .?...깜짝이야 왜, 왜? 갑자기 왜 큰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아니 지금 당신 꼴을 좀 봐요. 한참 전에 이 방에 들어와서 주사를 놓으려고 하다말고 왜 허공에다가 주사기 액을 뿌리고 멍때리고 있어요? 땅에 다 흘려졌는데 말이죠? 갑자기 왜 이러는 거에요?"



72호의 말이 맞다. 연구원은 실험체들에게 영양제를 돌리다 말고 다시 일주일 후 귀족들간의 이야기 때문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몇 분 동안 서 있었지. 라고 생각이 든 순간 시계가 있나 없나 주위를 둘러 보았다.



"...시계는 당신 손에 차고 있어요. 연구원씨."



"아."



연구원 자신의 손에 차고 있는 손목 시계를 보며 약간 미심쩍은 듯이 72호를 보았다. 어떻게 속마음을 안 거지? 오스텐툼은 마음을 읽는 능력도 있는 건가? 라며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 연구원을 보며 이번엔 72호가 짜증난다는 얼굴을 하며 연구원에게 말했다.



"능력같은 건 존재하지도 않고요, 연구원씨. 당신은 속마음은 그냥 얼굴이랑 행동으로 다 알 수 있거든요?"



"헉, 이것도 읽었네. 야, 너 진짜 속마음 읽을 수 있는 거 아냐? 정말 그렇다면 한 번 연구해 보고 싶은데 말이지."



연구원은 흥미로운 얼굴로 놀라며 72호에게 말했다. 말을 듣자마자 72호는 바로 고개를 저으며 저항했다. 그나저나 내 속마음이 다 티가 난다고? 그 반대인 소리는 많이 들어봤어도 이런 소리는 들어본 게 처음이었다. 그만큼 내가 표정 관리가 안 된 다는 뜻인가?



"내 속마음이 그렇게 티나? 너가 정말로 속마음을 읽는 건 아니고?"



"네네, 딱 멍 때리다가 확 정신이 들어서 두리번 거리는데 장소 아니면 시간 확인 하려고 그러는 거 아니에요? 정말 다른 실험체들이나 다른 연구원들이 하는 말이랑 틀리다니까 참, 저런 덜렁이를."



"너, ...덜렁이라니... 아니다, 사사건건 신경 쓰는 것도 힘드니까 다른 사람들이 날 어떻게 부르길래 니가 날 그딴식으로 말해?"



"덜렁이라는 말을 듣고도 봐주다니 많이 좋아지셨네요. 헤헷, 아무튼 뭐... 완전 무섭다던가... 치밀하다던가 뭐 그런 오글거리게 너무 뛰어주더라고요. 포커페이스라고. 아무리봐도 속마음은 잘 보이는데 말이죠. 연구원씨."



어깨를 으쓱거리며 72호는 말을 멈췄다. 내가 그런 이미지였다는 건 대충 알고 있긴 했지만 왜 72호에게는 안되는 거지? 겁을 주려고 해도 빈번히 실패하니까 말이야. 음...



아, 아무튼 영양제를 흘렸다고?




"아, 아아아악! 오스텐툼들 따위에게는 주기도 싫고 나도 별로 못 먹어서 힘든 그런 영양제들을 이딴 놈들에게 주고 있었는데 그것마저 떨어뜨리다니-!! ....
이런 실수를 했네...."



"저기요, 생각으로 해야 할게 말로 나온 것 같은데 말이죠. 저라도 약간 마음에 상처입는데요."



"너, 어차피 튼튼하니까 영양제 한 번 쯤은 안 맞아도 괜찮지? 너 때문에 5분 정도나 허비됬으니까 난 간다. 다른 애들 한테도 영양제 돌리러 가야하니까 말이지."



"네?! 저기요!!! 어이, 연구원씨!!!"



웃음을 띄며 연구원은 철장과 비밀번호가 걸린 문을 고이 닫아놓고는 약간만 메롱 하듯이 놀리고는 나갔다.



5분이나 허비해서 짜증나는 건 사실이지만 72호에게 약간 골탕먹였다는 사실에 기분이 들뜬 연구원은 콧노래까지 부르며 다른 실험체의 시설로 가고 있었다.



"...너 뭐하냐?"



언젠가부턴가 있었는지 모를 내 후배, 일명 태현새끼가 폰을 들고 날 따라다니고 있었다.



"앗, 들켰나요?"



라고 말하며 연구원에게 가까이 대던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방실방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다시 늘 있는 얍실한 얼굴로 웃고 있었다.



"대놓고 있는데... 뭐 하고 있었냐고."



"...저는 당연히 선배의 후배로서 선배를 지킬 의무가 있다고요, 전에 그런 일도 있었는데 따라다녀야죠. 흠흠.."



"그런 의무는 있지도 않고 나도 됬고, 휴대폰 들고 뭐 하고 있었냐고, 그 휴대폰 망가뜨려 버린다?"



"........녹음이요. 아아, 소, 솔직히 인간적으로 휴대폰은 깨뜨리지 맙시다! 어차피 다 컴퓨터로 옮겨놨고 콧노래 부르거나 헤실헤실 귀엽게 웃는 건 선배님 잘못...!"



빠각-



말을 끊고 연구원은 태현의 주머니에 들어있던 휴대폰을 잽싸게 빼앗아 땅에 던진 후 발로 한번 더 뽀개버렸다. 인간적으로 사진이랑 녹음했으면 휴대폰 하나 정도는 포기해야지, 후배야.



"아아.....!"



정말 너무한다는 듯 쳐다보는 후배를 연구원은 무시하며 다음 방으로 들어갔다.





#





"으으...힘들어. 죽겠다. 후배야, 내 어깨 좀 주물러 보거라."



자신이 속해있는 사무실에 있는 소파에 엎어져서 그대로 태현에게 말했다.



"언제까지 후배로 부르실 거에요.. 선배가 절 '태현아~'라고 한번만 불러도 저 죽을 것 같은데 말이ㅈ.....네?!?!!? 방금 어깨 좀 주무르라고요?!?! 그 선배가 저한테?!"



"하기 싫음 말고."



"아니요! 아니요!!! 어깨는 고사하고 등도 두드려 드릴까요? 그리고 저 마사지 배웠는데 마사지도...!"



"....너 그냥 하지 마라. 이 변태새끼야."



아뇨아뇨 라며 급하게 말하며 다급히 다가오는 태현이 약간 의심스럽긴 했지만 지금은 100호까지의 실험체들에게 모두 영양제를 놓다 보니 몇 층을 돌아다니는 건 고사하고 몇 번 힘든 점도 있었으니 후배에게 어깨같은 걸 주물러 보라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피로했다.



의외로 평범하게 안마를 해주는 태현덕분에 연구원은 편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음, 넌 근데 요즘 뭐하냐? 너 실험하는 역할이잖아, 안 힘들어?"



"오늘 정말 무슨 날이에요? 어쩐 일로 저를 이렇게 대해주신대.."



"내가 널 그렇게 많이 갉아먹었냐? 질문에나 대답해, 아니면 이야기조차 안한다."



"음...뭐 아버지가 여기 연구소에서 일하셔서 어릴 때부터 봤긴 해서 별로 큰 거부감이나 무서운 건 없는데 일단 화가 나죠. 그런 놈들이 막 뭐라뭐라 이런 짓 한다고 떠드는게. 그래서 마음에 안 드는 놈들 좀 심하게 약같은 걸 해주니까 저 짤릴 뻔 했잖아요... 하 역시 화나.."



"너가 잘못한 거네. 그러고보니 최근에 여자 연구원 몇 명 들어왔다면서?"



"아, 네네. 제 주변에 진짜 환호하더라고요. 애초에 이런 연구를 하는 연구소다보니 남자 여자 비율이 8대 2라고요, 뭐 그렇게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역시 여자가 오면 모두 인기가 좋죠. 친구들은 게이가 더 많아서 모르겠지만. 아! 전 무조건 only선배, b선배입니다!!!"



"누가 뭐래? 윽..야, 좀 살살해."



"제가 마사지 배웠다는 건 헛소리가 아니거든요. 그래서 하는 말인데 진짜 많이 뭉치셨는데 마사지 안 받으실래요? 한 10만원 하는 건데 공짜로 하는 거 좋잖아요? 천국 보일걸요."



"공짜라도 네놈한테는 안받아. 이제 그만해. 아, 야."



"그거 아세요 선배, 마사지나 등을 주무르는 것 만으로도 기분 좋다고요. 기분 좋-"



퍽!



그래, 너가 손을 안 대면 우 태현이 아니지 참. 연구원은 명치를 힘껏 때리고서는 자신의 책상에 앉아 서류를 조사했다.



"..."



5일 정도 후면 자신은 이 연구소에 영영 오지 못할 수도 있다. 여기에 큰 미련은 없지만 약간 신경쓰이는 놈들이 꽤 있어서 탈이다. 그리고 시끄러울 것 같기도 하고, 연구소에 돌아올 확률은 매우 적을 수 있다. 이 사건을 처리하는 데에 자신이 없다. 그냥 한번 듣고 흘겨넘겼던 사건인데 그것도 살인 사건을 설마 나에게 조사하라는 이야기가 나올 줄이야. 귀족들 성격에 분명 자신은 현장에서 직접 살인 사건을 조사하고 참여할 것이다. 정말 죽을 수도 있고 살더라도 그 사건은 파해칠 자신이 없었다.



명치를 잡고 쓰러져 있던 태현은 잠시 고꾸라져있더니 이내 다시 물었다.



"어? 그 사건 어제부터 계속 보시네요? 혹시 선배가 당할 것 같아서 무서워서 조사하는 건 아닐테고... 그냥 이 연구소를 테러할 수도 있어서 조사하는 거에요?"



"이 연구소를 테러할 수도 있겠네.. 음 맞아. 워낙 규모도 크고 내용이 내용인지라 여기 테러 할 수도 있겠다. 그치..."



차라리 5일 전까지 테러해 준다면 그런 일을 안 해도 되는데 말이지. 하지만 이 연구소가 유명한 만큼 보호와 밀어주는 곳이 많아 테러를 쉽게 일으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냥 한다 해도 사상자도 안 날 수도 있다.



"이 사건 범인은 아마 규모가 큰 오스텐툼 조직, 일거야.. 잡힌 2명은 아무리 고문해도 아직까지 안 불었다지? 자살시도 엄청 했다며. 어떻게 지금까지 안 불수가 있을까...짜증나게.."



"아니, 그렇게 세상에 관심이 없던 선배가 왜 이렇게 관심을 끌어요? 이 사건에 무슨 관련이라도 있어요?"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이 사건 좀 피해자가 만만치 않게 많잖냐...그리고 이게 조금이라도 더 커지면 다른 오스텐툼들도 협력할 수도 있어. 여차하면 오스텐툼들 모두 일으켜서 전쟁 날 수도 있다?"



"아, 맞아요... 요즘 그래서 난리도 아니였지만, 아직 직접적으로 나서고 그러는 오스텐툼들은 없더라고요. 수가 적어서도 있겠지만 어차피 그까짓것들이 해봤자 어쩌겠어요?"



"그렇지..."



하지만 귀족까지 이렇게 나에게 말한 것 보면 문제가 많이 커질 정도일 수가 있다. 정말 최악의 상황은 전쟁이지.



아직도 생생한 기억이었다. 30년전의 짧은 사건은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연구원 b에게 기억에 남길 만한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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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2-21 12:45 | 조회 : 3,133 목록
작가의 말
지루한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b는 쓰레기에여! 쓰레기라고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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