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그러고보니 세계관 정리도 해야 하는데 귀찮다.




그는 연구원이다. 통칭 B다. B.


그는 덜렁이다.


그는 순진하다.


그는 때로 무섭다.


그는 잔인하다.


그는 웃지 않는다.


특징이라고 해봤자 별로 없다. 잘생긴 것도 아니고 못생긴 것도 매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는 연구원이다.








#







이 나라는 별다를 것 없이 꽤나 잘 돌아가고 있다. 인간이 두 가지 종류로 나누어져있다는 것 뺴고는, 몇 백명 중 1명은 오스텐툼이다. 하지만 가면 갈수록 오스텐툼의 수는 적어지고 있다.


오스텐툼은 노예로 부려져도 아무런 반항을 못한다. 범죄를 당해도 신고를 하지 못한다. 연구를 당해도 그저 당할 뿐이다.


그렇게 오스텐툼들은 몇 백년씩이나 노예처럼 살아왔다. 하지만 요즘 살인 사건이 많이 일어나는데 범인이 잡힐 수록 모두 오스텐툼들이였다. 윗쪽은 오스텐툼들이 조직을 만들어 최근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아직도 살인은 일어나고 있다.


"뭐, 그렇다 해도 내 알바아니지만, 그거 뭐 아는거 있냐?"

연구원은 후배를 쳐다보며 자신의 사무실에 앉은 채로 물었다.


"뭐요? 아~ 방금 제가 한 요즘 뜨는 살인 사건들요?"


후배는 답했다.


"응."


"음...그런데 왜요? 앗, 혹시 무서우세요? 무서우시면 제가-"


"진짜 짤리고 싶으니? 우리 귀.여.운 후배야. 그보다 어떤 미친놈이 여기 연구소에 와서 죽여? 지도 연구 당할 수도 있는데."


"하하, 진짜 미친놈이라면 저희도 위험하지 않을 까요. 근데 정말로 왜 그렇게 그 사건에 기울이세요?"


"으음...별로, 아무 것도 아니야."


덜컹-


"어디 가세요? 혹시 그 놈한테 갈 건 아니죠?"


"그 놈이라니? 아-72호? 야, 어쩔 수 없잖아. 내가 쪽팔린다 해도 내가 걔 당담인데."


"쪽팔린 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아니 그 일을 당해놓고 어떻게 그 곳에 갈 수가 있어요?! 그 일 끝나고나서 제가 거기에 가서 깽판치려고 했던 것도 다른 연구원들이 막아서 가까스로 참았는데!! 왜 그런 무서운 놈한테 가요?!"


"제일 무서운 건 너다, 개자식아."


"......혹시 모르니까 칼 더 들고 가요, 총 들고 가실래요?"


"날 좀 믿어. 이 새끼야."


어리석은 후배의 말을 무시하며 연구원은 다급히 발을 옮겼다. 물론 72호의 방은 안 간다. 오늘 가야 하는 건 맞지만 그 전에 할 일이 있었다.


걸음을 다급히 옮기면서 연구원의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의 시간을 확인 했다. 10분전까지는 준비를 다 해 놓아야 한다.


오늘은 귀하신 분들이 오는 자리에 연구원은 참석해야 한다. 분들이라고 해봤자 귀족 2명에 호위들이지만... 그래도 그 귀하신 분이 연구원이 가지 않고 귀족이 이 연구소에 오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겠지.


연구원은 자신의 방에서 가장 단정한 옷으로 갈아입고 다른 연구원들의 눈에 띄지 않게 엘레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다.


'음... 뭐 시간은 알맞네.'


늦으면 필시 짜증을 내리라, 돼지 새끼가 꿀꿀거리는 것 보다 더 짜증난다. 물론 돼지는 귀엽기야 하지... 생각하는 와중에 엘레베이터 문이 열렸...


투둑-


엘레베이터 안에 있는 한 연구원의 손에 들고 있던 자료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한 연구원이 익숙한 얼굴이었다. 아, 그 이 성원이였나... 그런 이름이였는데 아무튼 이게 무슨 상황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적어도 그 이성원 연구원은 놀란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었고 키스를 당하고 있는 상황이였으니까, 나는 얼굴을 찡그리며 이성원 연구원에게 키스를 하고 있는 상대를 보았다. ...그래 저럴 줄 알았다. 게이인 데다가 연하킬러 정 한욱 연구원.


정 한욱 연구원은 솜씨가 좋고 꽤나 높은 직위였지만 연구원의 마음에는 들지 않았다. 일단 능글능글한 성격이 마음에 들지도 않고 실제로 높은 직위긴 하지만 이렇게 일하는 데에서 아무데서나 키스를 하고 다니는 파렴치한 녀석은 싫었다.


뭐, 둘 다 언 것 같지만


"....뭐해? 빨리 내려."


길었던 정적을 깨고 나는 무덤덤하게 말을 걸었다. 뭐 이렇게 당당히 엘레베이터 안에서 하고 있는 녀석들은 본 적 없지만 꽤나 이런 광경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푸합- 예, 예!!!!!"


이 성원 연구원은 바로 상대를 밀어버리더니 자료를 주워버리며 바로 나갔다. 벌게진 얼굴을 하면서, 그때 생각하면 이 성원 연구원은 게이가 아닐 줄 알았는데...


"네 후배 괴롭히지 좀 마 거기다가 엘레베이터에서 당당히 해? 근신 처분 받고 싶냐?"


"죄송합니다.... 어휴, 타이밍 진짜 안 맞네요. 제 아래놈들이라면 무시하고 갈 수 있었는데 왜 하필 B님이세요?..."


내가 잘못한거야?


"엘레베이터에서 하는 네가 잘못이야. 아무것도 모르는 녀석 그렇게 만들지 마라."


"네네~ 그나저나 복장이 왜 그러세요? 어디 가시나? 여친?"


"그런 게 있어."


"에!!! 여친이시구나!!!"


"..."


답할 이유도 없기에 나는 그냥 엘레베이터 안에서 층을 누르고 문을 닫았다.


띵-


다 왔다. 여기는 연구소 제일 높은 층이다. 왠만한 연구원들은 모두 못 들어가는 곳. 아니다. 그냥 관리자와 귀족들만 올 수 있는 데인가. 아무튼 여기서 일하는 평범한 연구원들은 들어오지 못하는 곳이다. 나도 평범한 연구원이긴 하지만... 나는 나의 직위와 정보를 알려주는 카드를 댄 뒤 비밀번호를 눌렀다.


천천히 발소리가 크게 나지 않게 조심스레 걸으면서 노크를 한 뒤 문을 열었다. 아, 망할 귀족들이 먼저 와 있다. 약간 당황하며 시계를 봤지만 약속 시간 5분 전이였다. 아 씨.. 그 바보놈들 때문에... 충분히 20분 전에 엘레베이터를 누를걸.


"...늦어서 죄송합니다."


늦지 않았다고, 왜 내가 이런 소리를 해야 하지??


"괜찮아요, 일단 앉으시죠."


"네."


"왜 부르신지는 알고 계실 테니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음, 한 명은 뚱뚱한 귀족놈이지만 한 명은 예쁘신 여자 분이시네. 어느 귀족 분이시지?


잠시 헤벌쭉해진 얼굴을 가라앉히고는 대답을 했다.


"이 사건을 처리할 수 있게 정보를 알아봐 주었으면 합니다."


"예? 그게 정보라면 지금도 충분히.."


"컴퓨터나 다른 걸로도 파봤자 오스텐툼들이 그런 걸 하겠어요? 정확한 정보는 절대 없을 거에요. 오죽하면 잡힌 오스텐툼들도 지금까지 일어난 사건이 얼만데 2명밖에 잡히지 않았다고요."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그러니까.. B연구원님 당신이 잠입수사를 하는 거에요."


네?


"아니, 전....연구원인데."


"본직은 아니잖아요?"


"잠입수사라니.. 그딴 건 해보지도 않았,"


"비밀 까발릴 수도 있다구요? 그리고 자료에 따르면 몇 번 하지 않으셨나요?"


".....제가 뭘 하면 됩니까?"


시발, 예쁘고 섹시한 몸매랑 다르게 좀 센 누님이셨구만... 귀족새끼들은 다 똑같네, 젠장


"말이 역시 잘 통하네요, 일주일 후에 자세히 말씀드리죠, 일단 계획을 다 짜놓아야 하거든요. 아직 휘청거리는 계획들이 있으니까."


"..."


아 진짜 이제는 연구소에서 안심하고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게 해준다며!!!!! 거짓말쟁이 새끼들!!!! 몇 년 지났다고 또 쓸데있으니까 시키고 난리야....


"...안전은, 어떻게..."


"..."


싱긋, 하고 귀족이 그 아름다운 얼굴을 웃어보인다. 아름답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저 미소를 바로 뭉게지게 밟고 싶었다. 시발, 시발, 시발....





#





구역질 날 만큼의 일을 끝내고 난 후 연구원은 귀족들과 약간의 담소를 나눈 후 배웅하고 바로 나왔다. 연구원은 토가 나올 것 같았다. 몇 년 동안 이렇게 편안한 삶을 꾸리고 있다가 또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


역시나 연구원은 귀족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





"선배!!!!!!!!!!!!!!!!!!!!!!!!"


사무실 문을 열자 바로 후배가 연구원에게 달려들었다.


"깜짝이야, 뭐야?!"


"저한테 거짓말까지 하면서 여친을 만나러 가다뇨!!!!!!"


"뭐?"


"한욱 선배가 말해주셨어요!!!!"


"..."


그 새끼, 동네방네 소문을 퍼뜨리는 건가? 여고생도 아니고 그 자식은 뭐하는 거야?


"..그걸 믿냐?"


"아니에요?"


"당연하지, 야, 남이 퍼뜨린 걸 어째-"


"하지만 72호한테 간 것도 아니잖아요."


"..."


"...설마 진짜에요?"


아니지만 진짜로 생기면 얘는 분명 여친을 죽일 거야. 나중에 생긴다면 절대 들키지 말자.


"아니야."


"그럼 어디 간 거에요?"


"아무것도."


"...."


"야, 내 말 못 믿냐?! 그리고 1시간도 안 되서 돌아오고 내가 이 복장으로 갔겠냐?!"


옷 갈아입어서 다행이다.


".....이번 한번은 믿어 줄게요..."


귀엽지만 귀엽지 않은 녀석 같으니라고, 그래 그래 그 상태로 일주일 후도 그렇게 믿어주렴.


근데 정말로 귀족 들은 무슨 생각일까....






#






"선배는 정말로 밥맛이에요!!!!!!!!!!"


"에이, 왜 그래. 너가 간 뒤로 내가 잘 말했다고?"


"진짜, 진짜 나쁜 놈!!!!"


"뭐가 맘에 안 든거야?"


"그, 그....."


성원 연구원은 무엇을 말하려 하다가 바로 얼굴이 새빨게졌다.


"...."


"왜 그래, 말해보라니까?"


생글생글 웃는 모습으로 한욱 연구원은 이 성원 연구원에게 다가갔다.


"내가 너한테 키스한 거, 마음에 안 들었어?"


"......"


"왜 조개처럼 입을 꼭 다물고 있어?"


성원은 얼굴이 터질 것 같이 뜨겁고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심장이 쿵쾅대는 것도 몸이 떨리는 것도 다 저 사람 때문일 것이다.


"...."


"끝까지 말 안 하시겠다?"


"...흣?!"


예상치 못한 채 한욱의 혀가 자신의 입 안으로 들어왔다.


"우응...?!"


"읍...!"


상대의 혀가 자신의 입 안을 휘젓고 있었다. 아까 전도 그랬다. 엘레베이터 안에서 이야기를 하다 갑작스럽게 키스를 시작했다. 성원은 원치 않게 또 다시 키스를 받아드리고 있었다.


"읏...."


점차 손에 들어갔던 힘이 풀리고 성원은 한욱의 손을 잡았다.


'아... 망했다.'


머리가 몽롱해지고 어느샌가 자신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둘은 입을 떼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난 너 마음에 드는데, 할래?"






아무 생각도 하기 싫어졌다.








#









"...뭐죠, 이거 완전 기분 나쁜데요."


실험체 72호는 심심한 듯 누워있으며 말을 걸었다.


"왜 제 출연이 없는 겁니까아아!!!!!!! 제가 안 나온지 얼마나 됬죠?! 저딴 후배랑 저런 조연들에게 제 출연이 씹힌 겁니까?! 제가 주인공인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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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9-18 13:49 | 조회 : 4,279 목록
작가의 말
지루한

죄송합니다..필력이 딸려서..연구원이 B고 B가 곧 연구원이죠. 스토리 위주로 가면 독자님들이 엄청 지루하실 것 같은데... 얘네는 연구원이 너무 밀어서 커플같은 걸 못 쓰겠어요 ㅠㅠ 힘드네요... 조연들은 으쌰으쌰 진도 나가고 있는데 주연들은 손도 못 잡아봄 깔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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