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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은 신경전을 끝내고 우린 꽤나 평범한 잡담을 나눴다. 왠지 내 날개를 궁금해할 것 같아서 숨기지 않긴 했지만, 이데아는 정말 신기하다는 듯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하나 뽑아도 되나요?"

"안됩니다."


 하긴, 박쥐의 것을 닮은 저들의 날개는 뿔도 달려있고, 색깔도 어두침침한 게 내 날개가 색달라 보일 수도 있었다. 나는 그렇게 놀랍진 않았는데…… 이데아의 날개를 관찰하고 있자니 이데아가 또 다시 접촉을 시도했다. 이 여자, 원래 이렇게 스킨쉽이 잦은가?


-와장창!


"어머!"

"괘, 괜찮아요?"


 내게 손을 뻗던 이데아가 기어코 테이블 위 찻잔을 건드렸다. 바닥으로 직행한 찻잔은 곧 큰소리를 내며 산산조각 났고, 그 요란한 소리에 시녀 몇 명이 들어와 파편을 정리했다.

 찻잔의 내용물은 오랜 대화로 인해 미지근한 상태였고, 다행히도 찻물을 뒤집어쓴 이데아의 허벅지는 멀쩡했지만 그 위의 드레스 자락은 그렇지 못했다.


"괜찮으세요?"

"아…… 네에……."


 서둘러 다가가 갖고 있던 손수건으로 드레스의 젖은 부분을 어설프게 닦아냈다. 무릎을 꿇은 채 계속 문지르니 찻물은 손수건에 흡수되어 드레스는 점점 물기를 잃어갔다.


"저, 저기……."

"네?"

"이제 된 것 같은데……."


 나를 부르는 미성에 고개를 들어 이데아를 바라보니 그녀의 얼굴은 정말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녀의 귀에 달린 루비 귀걸이만큼. 그 이유를 알기 위해 내 행동들을 돌이켜 생각해보니, 곧 내 얼굴도 그녀와 같은 색이 되어버렸다.


"어……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나는 얇은 옷감 아래 그녀의 허벅지를 계속해서 문지르고 있던 것이었다. 미친 듯이 밀려오는 부끄러움과 미안함에 재빨리 자리로 돌아가 사과했다. 이데아는 괜찮다 하면서 허둥지둥 몸을 일으켰다.


"시간이 꽤 지난 것 같으니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네. 안녕히 가세―"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데아는 꽁무니를 감췄고, 나는 그녀가 나간 문을 멍하게 바라보다가 시녀를 불러 자리를 정리했다. 뭐야, 저러면 나도 뻘쭘해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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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6-26 23:58 | 조회 : 4,821 목록
작가의 말
나메

여러분!! 하루만 기다려요 수위 원고가 나갑니다!!꺄륵(덩달아 신남 제 1, 2, 3편 정도를 보시면 수위썰을 19 안 걸고 나가도 별다른 처벌은 없는 듯 하니…… 아시죠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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