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안 부수면 안 될까요


한참을 웃다 눈물이 맻힐 정도가 되자 드디어 황제가 진정된 듯 했다. 그는 눈물을 소매에 찍어 닦으며 중얼거렸다.


“하- 정말, 이래서 내가 마법사란 작자들을 아끼는거야.”


뭔 개소리야, 아낀다는 사람을 이딴 식으로 대해? 이자식이 어디서 감히 구라를 까고. 짜게 식은 내 시선은 무시한채 황제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여름을 닮은 청색 눈이 그의 긴 속눈썹 사이로 사라졌다 다시 나타났다. 절로 사람의 넋을 빼놓는 웃음이었다. 갑자기 취향인 미남이 대놓고 미남계를 사용하자 본능적으로 가슴이 빠르게 뛰었다. 윽, 내 심장.

황제의 눈이 내 붉어진 귀에 잠시 머물렀다 다시 내 눈에 고정된다. 숨김 없는 시선 덕분에 낯이 뜨거워져 괜히 뜨거운 귓볼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이쯤 되면 방 안의 침묵이 너무 어색해 황제가 아무 말이나 지껼여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내가 왜 널 데려왔는지 궁금하지 않아?”


마치 내 생각을 읽은 듯 황제가 본론을 꺼냈다. 나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형, 사형인가? 제발 살려주세요. 믿지도 않는 신에게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황제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처음 보는 남자가 저번에 그 돌을 가지고 들어와 내 손에 돌을 얹었다. 걱정이 무색하게도 돌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뭐, 저번엔 그냥 고장난 거였나보다. 햇빛에 반사되는 돌이 회색빛의 영롱한 색을 띠었다.


“그거 내 심장이야.”
“으아아악!!!!!”


시, 시발 깜짝이야. 너무 놀란 나머지 황제의 심장으로 추정(...)되는 돌을 침대 구석에 투척해버렸다. 나,나, 나 방금 황제의 심장을 던진 것? 이게 바로 목과 이대로 영원한 안녕을 고해야 하는 타이밍?

진도 8의 동공지진을 일으키며 황제의 눈치를 보자 다행히 사형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방석 대용으로 베개 위에 조심히 돌을 주워다 올려놓자 그가 다시 웃었다. 제길, 대체 어떤 사람의 심장이 저따구란 말이야. 다른 사람 심장 떨어지게.


“…심장이라면 대체 어떤…”
“문맥상 의미 그대로. 너가 그걸 부수는 순간 내 숨도 같이 멈춰지게 되는, 심장.”
“안 부수면 안 될까요…?”


왜 굳이 저런 무서운 예를 드는걸까. 공포에 질려 달달 떠는 손이 저려왔다.

1
이번 화 신고 2017-10-17 22:02 | 조회 : 2,401 목록
작가의 말
녹챠슈

거의 9달만이네요ㅎ,, 줄거리를 까먹어부렷다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