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면담

Chapter 3. 반 대항전

15. 면담



“…….”

“…그런데요.”

빛나는 심장을 건네고 나니 그제야 책상에 붙어서 검의 고급 기술에 대한 이론 수업을 받고 있는 아이들이 내 눈에 이상하게 비춰졌다.

“…….”

“왜 우리만 험난한 여정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지요……?”

왠지 대충 견적이 나오는 상황에 최대한 화를 꾹꾹 눌러가며 짜증과 웃음이 함께 섞여 들어간 우스꽝스러운 얼굴로 펠리아드에게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그런 나를 펠리아드는 외면이 아닌 무시한 채 수업을 계속 진행해버렸다.

“……수업을 계속한다. <검술의 심화> 108페이지를 펴도록.”

“……뭐?! 잠……!!”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논리야.

나는 완벽히 무시를 당한 어이없는 상황에 멍하니 그를 째려보았다. 하지만 펠리아드는 나에게 일절 시선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결국 마물의 끈적한 녹색 피를 뒤집어 쓴 일행 곁에서 묵묵히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 * *



그렇게 한참을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린 후에야 겨우 펠리아드와의 대화가 이루어 질 수 있었다.

대충 마물의 심장을 얻기까지 이루어진 상황을 자초지종 설명한 나는 이 사태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

“……정말 살아있는 마물의 심장이군. 던전 최하층까지 직접 다녀온 것인가.”

마물의 갈색 빛이 도는 심장을 이리저리 살펴본 그가 꽤 놀라하며 나와 인제니드, 라이칼, 이든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글쎄요. 우선 그렇다고 치죠.”

사실은 직접 간 게 아니라 인제니드 깨우려고 던전 최하층까지 마(魔)검술로 뚫은 거지만, 사실을 말하기 정말 귀찮았던 나는 그냥 그렇다고 대충 둘러대고 오늘의 본론을 꺼냈다.

“그래서, 왜 우리만 던전에 던져 놓은 것이죠? 그것도 ‘금지된 던전’으로.”

“……금지된 던전 이라니?”

나의 해명이라도 좋으니 대답을 요구하는 살벌한 말에 펠리아드는 안경을 고쳐 쓰고 나의 질문에 다시 질문으로 대답했다.

결국 하나도 진도가 나가지 않은 상황에 열이 올라 책상을 탕 소리가 나도록 치며 명목상 교수인 그에게 소리를 질렀다.

“‘금지된 던전 이라니?’요!! 당신이 우리를 거기다가 던져놓고 신경도 안 썼잖아!!”

내가 화가 나서 소리치자 옆에서 그 모습을 안절부절 못하고 바라보고 있던 이든이 조그마한 목소리로 기어들어가듯 펠리아드에게 말했다.

“실……실제로 위험한 상황도 있었습니다. 이카르델과 인제니드는 검술이 뛰어나서 위험하지 않았지만, 저는……, 라… 라이칼의 도움으로 간신히 빠져 나올 수 있었거든요.”

나에게는 호기심과 선망의 대상으로 다가오는 것이지만 이든은 여전히 라이칼이 늑대인간이라는 사실이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으로 인식되는 것처럼 보였다.

라이칼의 대목에서 이든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느낀 펠리아드는 나를 포함한 4명을 빤히 바라보다가 그의 코에 걸쳐있던 안경을 바로잡았다.

그 묵묵하게 태연한 모습에 나는 펠리아드가 단순히 종족 차별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워낙에 소드 마스터들은 험난한 삶을 살아왔고, 많은 종류의 종족들과 부대끼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런 것을 세세하게 따지다가는 시간이 아까운 것밖에 느끼지 못할 것이다.

“……네 생각대로 나는 딱히 종족에 대한 차별이 없다. 고대에서나 볼 수 있었을 법한 존재이지만, 어쨌든 반은 인간의 몸이니.”

우와. 내 생각이라도 읽은 것인지, 그는 내 생각에 대한 정확한 답변을 해 주었다. 마치 생각을 읽는다고 착각할 만큼.

그는 감탄 비슷하게 놀라하는 나를 얕은 한숨을 쉬며 바라보다가 이내 처리해야 할 서류들이 쌓인 종이더미에 손을 뻗으며 태연히 말했다.

“어쨌거나, 나는 너희들을 금지된 던전에 보낸 적이 없다.”

“…에?! 거짓말!! 그럼 우리가 금지된 던전 까지 가게 된 이유가 뭔……!!”

“…그건 나도 모르는 일이다.”

“…….”

이제는 이성이 가출하려고 하는 막바지 상태에 이르는 상황이었다. 조심하세요, 펠리아드. 지금 당신의 대답에 유혈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어.

“그럼 이 마물은, 금지된 던전에 서식하는 ‘우두머리’의 심장인가?”

“…그렇……죠.”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펠리아드의 물음에 대답했다.

“그런 가……신기한 일이군.”

그는 녹색의 찐득한 피를 손으로 건드리며 연신 신기하다고만 중얼거렸다.

이윽고 갈색의 심장을 옆으로 치워 둔 그는 나에게 사실을 알려주었다.

“결론부터 말하지. 내가 아이들을 던전으로 이동시켰다가 다시 돌아오게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자네들을 금지된 던전으로 보낸 적이 없어.”

“…?! 그게, 무슨……!”

그 말에 내 옆에서 묵묵히 자리하던 인제니드가 놀라하며 소리를 질렀다. 펠리아드가 잠시 그를 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모두를 바라보았다.

“……이상한 일이군. 오랜 세월을 살아 온 나조차 금지된 던전은 일생에서 단 한번밖에 본 적이 없다.”

“네……?”

금지된 던전이 그렇게 보기 힘든 거였단 말이야?

나는 새로운 사실에 충격을 먹으며 그렇다면 내가 어릴 적에 가 본적이 있는 것 같은 기억은 대체 뭔 기억일까, 라는 새로운 충격에 사로잡혔다.

“또한, 너희가 잡고 돌아왔다고 하는 이 심장, 이것에 나는 소환 마법을 포함하여 그 어떤 마법을 걸어둔 적이 없다.”

“……그게, 상식적으로, 말이 될 리가…….”

“그, 그럴 리가 없어요!! 교수님, 저희는 그 심장을 잡고 돌아왔단 말이에요!!”

내가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사이, 이든이 소리를 치며 그가 들려주는 사실을 부정했다. 그 소리에 펠리아드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흘겨보았다.

“조용히 해라, 이든 군. 내 말이 사실로 들리지 않는가.”

나는 그 말에 그저 펠리아드가 이든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만 신기할 뿐이었다.

“그, 그건……!”

결국 이든이 조용해지자, 펠리아드는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설명을 덧붙이기 시작했다.

“이카르델. 나는 너에게 어떤 사실을 물어보기 위해 아이들을 먼저 던전으로 보냈다. 동의하나?”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때, 너는 멋대로 이동 마법을 써서 던전으로 갔다. 이것 또한 동의하겠지.”

“그렇……습니다…….”

크윽, 저 사실 만큼은 차마 반박할 수 없다. 나는 펠리아드 교수의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내가 발동시킨 이동 마법으로 상큼하게 이동해 버렸으니까.

“네가 그 무식한 이동마법으로 사라지지만 않았다면, 네가 금지된 던전으로 가게 될 리가 없었을 테지.”

“…….”

그러니까 저 말은, 나 스스로 내 무덤을 파기를 자초한 꼴이라는 구나.

내가 왜 그랬을까, 라고 눈물을 삼키고 있을 때 펠리아드가 조용히 중얼거리는 말이 들려왔다.

“……그나저나 이상하군. 나는 분명 너희 모두를 다른 아이들이 갔던 던전으로 보냈다. 도중에 연결이 잘못되었을 리 없고, 내가 한 것이 아니니, 너희를 금지된 던전으로 이끈 것은 대체 무엇이란 말이냐.”

……그건 던전으로 보냈다가 다시 되돌려 보낸 펠리아드 교수님이 하실 말씀이 아닌 것 같은데요.

차마 말하지 못한 말을 속으로만 삼킨 나는 내 뒤에서 인제니드 못지않게 조용히 기다리다가 드디어 말을 꺼낸 라이칼을 쳐다보았다.

“……‘어떤 존재’가 우리를 이끈 것인지는 확실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카르델도 느낀 사실이지만, 금지된 던전에 있던 마물들의 행동이 이상해진 원인으로 보였던 존재였다. 그리고, 그 존재는……”

그가 말을 하다가 멈추고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뭔데? 왜 날 쳐다봐?

의문의 눈빛으로 라이칼을 쳐다보던 나와 인제니드, 이든은 펠리아드 교수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라이칼 만 빼고 다 나가 있어라.”

“……헐? 잠깐….”

내가 그의 말에 멍하니 할 말을 잃고 서있을 때, 펠리아드는 라이칼을 제외한 모두를 마력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밀려나면서 문이 닫히기 직전, 나는 희미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듯한 라이칼의 목소리를 미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물론, 그 마저도 정말 희미해서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이카르델과 관련이…….”

쾅-!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라이칼 만 뺀 채 쫓겨난 나와 일행은 결국 라이칼이 다시 나올 때까지 묵묵하게 자리를 고수하며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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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1-25 02:11 | 조회 : 1,630 목록
작가의 말
레빛

죄송합니다ㅠㅠㅠ 제가 정신이 없어서 폭스툰에는 올린다는 것을 깜빡하고 있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네X버나 조X라에서 39화까지 확인하실수 있습니다! 여긴 비축이 끝날때까지 일일연재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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