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d-실마리(약수위)

탐정은 개뿔, 이어폰의 플러그 부분에 있던건 그냥 주머니에 있던 먼지가 붙었던 것이였다. 괜히 길거리에서 허세나 부리며 이어폰을 보고있던 내가 갑자기 한심해졌다. 아, 역시나 내가 어젯밤 엄청난 잘못을 했나보다. 경찰에 신고나 안받은게 다행이겠지. 분명히 내 얼굴 보기도 싫을거야.

“뭐해?”
“어어, 아무것도 아냐. 그냥..”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시네요. 저희 종교가 해결해 드릴수 있습니다.”
“와, 그걸 농담이라고 한거야? 그러면, 귀신같이 사라진 사람은 어떻게 찾을수 있을까요, 사이비님?”
“어렵지 않습니다. 저희 종교의.. 는 재미없고. 현대 문명의 힘을 빌리시게나 용사여.”
“언제 장르가 종교에서 게임으로 바뀐건지는 모르겠지만, 예를 들면?”
“CCTV, 지문, 머리카락, 체액..?”

괜히 물어봤구나. 과학수사대나 가능한걸 일반인에게 하라고 하다니. 쓸모라고는 하나도 없는 민서의 말을 흘려듣고는 반대쪽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역시 포기해야 하려나. 하기야, 찾는다고 뭘 할수도 없는 노릇인데, 이렇게 사람 하나로 전전긍긍 하는것도 문제려나. 애초에 내 잘못인데, 범인 쫓는것도 아니고, 필사적일 필요도 없었다.

“이런 씨발. 술은 왜 마셔서..”

스트레스에 머리를 쥐어뜯듯이 헝클어 뜨리고는 손에들린 휴대폰을 집어 던지려다 말았다. 난 왜 이렇게 한심한걸까. 왜 멍청하게 모르는 사람을 잡아다 관계를 맺었을까.

띠롱

손이 하얘질만큼 세게 들고있던 핸드폰에서 갑자기 알림음이 울렸다. 무언가가 왔나 싶어 확인해보니 6번가님이 카페에 새 글을 올렸다는 알림이 뜨길래 무시했다. 지금 중요한건 그런게 아니니까. 머리가 아파 근처 편의점에서 생수 하나를 사서 마시며 머리나 식힌후 카페로 향했다.

카페 알바가 끝난 후에야 사물함에 넣어뒀던 핸드폰을 보니 준호에게 카톡이 와 있었다. 화가 풀렸나 싶어 기뻐하며 승천하려는 입꼬리를 슬며시 내리고 카톡을 확인했다.

[어제 니가 두고가는 바람에 혼자 집에 가려다가 미친놈들한테 걸려서 삥도 뜯기고 맞았어. 만족해? 존나 니새끼만 편하면 다 좋은가봐? 누구는 온몸이 아픈데 형은 필름이 끊겨?]

오늘만 욕을 얼마나 들은걸까. 세명한테 돌아가면서 듣다보니 생명이 연장되는 소리마저 환청으로 들릴 지경이었다.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왔다. 숙취인가.

“술이 문제지.. 술이 문제야.”

술을 탓하면서도 내가 편의점에서 찾은건 맥주와 오다리였다. 숙취는 술로 풀어야 한다는 소리를 들어본적도 있기에 나는 내 자취방에 도착하자마자 TV앞에 걸터앉아 맥주를 들이켰다. 그렇게 들이킨 맥주만 4캔이 될때쯤에야 술기운이 올라왔다.

“이제 그냥 잘까.”

자려고 이부자리를 피고 나서야 내가 준호의 카톡에 뭐라고 답을 할까 고민만 하다가 결국은 그냥 아무것도 안 보낸게 생각났다. 역시 사과는 해야겠다 싶어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기억 못해서 정말로 미안하다. 내일 내가 약이랑 네가 원하는거 뭐든지 사갈게. 미안.]

카톡을 보내고 나서야 매트리스에 몸을 눕혔다. 많이 피곤했는지, 천장을 보던 시야가 곧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

값싼 침대인건지, 몸을 움직일때마다 끼익 소리가 난다. 여기가 어디더라. 문득 들리는 갈라진 신음소리와 손안에서 강하게 움직이는 무언가가 느껴져 멍하니 아래를 내려다보니 하얀 목덜미와 등이 보인다 그리고 내 손안에 잡힌 손목도. 눈에 보이는 야한 시야에 주변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하얀 목덜미는 침대 시트만큼은 아니지만 조금 피부가 까무잡잡한 나와는 확연히 다르게 하얗다. 손에 잡힌 손목은 얇지도, 약하지도 않아서 간신히 한손에 들어오지만, 세게 잡았는지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분홍 장미 꽃잎만큼 예쁜 색이네. 시야를 조금 더 내리자 뒤통수가 보인다. 얼굴, 보고싶은데.

얼굴을 보여 달라고 조르는 듯이 목덜미에 입을 맞추자 움찔거리며 몸을 살짝 떤다. 귀여워. 목덜미에 코를 묻고 체취를 맡다보니 야한 생각이 났다. 그래서 그대로 부드러운 살에 이빨을 박아버렸다. 갑자기 물어서 놀랐는지, 아니면 아픈건지 몸부림을 치길래 등을 살짝 내리눌렀다. 입에서 나는 짭짤한 쇠맛에 입을 떼자 이빨자국을 따라 피가 조금씩 피어난다.

“예쁘다, 정말 예뻐.”

꽃잎마냥 분홍색으로 물든 목덜미랑 귀도, 네 몸에 울긋불긋하게 피어난 울혈도. 하나도 야하지 않은 부분이 없다. 다시한번 부드러운 목덜미에 키스하려는 순간.


***

“으어?!”

잠에서 깨버렸다. 꿈이라기에는 너무 생생한 탓에 나는 이 꿈에대한 해답을 쉽게 기억해낼수 있었다. 그날밤의 기억이겠지.

“설마 남자랑 했을줄이야, 양성애자인건 알았는데, 어쩌다가..”

그러고보니 아래가 조금 축축한데..

“….이런 씨X”

기억도 주고 몽정도 주는구나, 술이라는 존재는. 정말 이제 술은 적당히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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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9-06 05:33 | 조회 : 2,384 목록
작가의 말
오징어는 오징오징

늦어서 죄송합니다.. 갑자기 이사도 하고ㅠㅠ 애인이랑도 문제가 생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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