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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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거대한 굉음과 함께 설국의 장벽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그 모습을 본 설국의 제 6왕자 율이 얼굴을 굳히며 허무하게 중얼거렸다.

“형님들은……. 아...결국, 이제 끝인 것인가…….”

율의 중얼거림에 성벽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던 설국의 제 1공주이자 장차 제 2의 설녀가 될 연이 다급하게 율을 불렀다.

“오라버니, 율 오라버니!! 저것 좀 봐요!!”

연의 외침에 고개를 돌린 율의 두 푸른 눈동자에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4방신의 수호를 받는 황국들을 수호하며 중립을 지키던 설국이 화려한 불꽃에 휩싸이며 빛나는 모습이 놓였다.

“그렇군……. 그분의 ‘예언’은 틀리지 않았어…….”

율의, 침울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매우 평온한 얼굴에 연은 얼굴이 창백해지며 그의 한쪽 팔을 거세게 잡아당겼다.

“오라버니?? 오라버니!! 뭐 하세요!! 빨리 궁을 나가야 해요!!”

“……아니. 난 이곳에 남는다. 연, 너 혼자 가도록 해.”

항상 따스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율이 얼굴을 굳힌 채 말하자 연은 멍한 눈빛으로 차가운 눈으로 밖을 응시하는 율을 바라보았다. 율은 급격히 안 좋아진 연의 표정을 간파하곤 다시 웃는 얼굴로 돌아와 연을 마주보았다.

“연, 나는 형님들과 같이 연을 따라갈게. 먼저 가고 있어.”

그의 말에 연은 말도 안 된다는 듯 자신의 심장부로 만들어진 설검을 생성해내었다.

[제 2설검(雪劍), 창조(創造)]

“아니 됩니다. 전 무슨 일이 있어도 오라버니와 함께 하겠어요.”

연의 단호한 말에 율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연의 탐스러운 연하늘색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연, 여긴 네가 있기엔 아직 너무 어려.”

“800년이나 살았는데 뭐가 어리다는 거예요?!?”

율의 말에 연이 발끈하며 반발하자 그는 피식 웃으며 연을 끌어안았다.

“그래도 외모나이는 8살이잖니. 설산의 시간은 다른 황국보다 100년이 느리니.”

율이 잠시나마 그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 한 잡담은 연의 마음을 돌리기는커녕 오히려 어리다고 취급해 자신에게 도망치라고 하여 꼭 같이 가겠다는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지금 그게 중요합니까?? 어쨌든 전 오라버니와 함께 갈 것입니다.”

“연, 오라버니 말 들어. 당장 설산의 일각으로 가서 도……으윽..!”

“……! 오라버니!!!”

갑작스레 벽을 뚫고 들어온, 황룡국의 황제만이 쏠 수 있는 ‘힘의 화살’로 인해 심장부를 찔린 율이 휘청이자 연은 황급히 쓰러지는 그의 몸을 두 팔로 감싸 안았다. 다른

“오라버니!! 정신 차리십시오!! 오라버니!!”

연의 부름에 간신히 눈을 뜬 율은 체온보다 차가운 피를 흘리며 연의 어깨를 부여잡고 일어났다.

파앗-!

[제 1설검(雪劍), 예언(豫言).]

“......오라버니?? 무슨...”

“…….”

연이 갑작스레 초대 설녀에 의해 전해져 내려온 제 1설검을 꺼내자 연은 의아한 눈으로 아무런 대답이 없는 율의 행동을 쳐다보았다. 그때, 율이 칼의 촉을 물밀 듯 쳐들어오는 5개국의 황제들과 군사들 쪽을 향하여 겨누었다.

“대체 뭐……! 설마!!”

율은 자신을 향해 소리치는 연을 향해 입꼬리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설녀의 전언'.

설국의 설녀가 자신의 심장인 검을 두고, 자신의 수호 명에 따라 상대를 심판하는 일.

한번 시작되면 멈출 수 없고, 왕위계승자가 시전하면 반드시 성공하는 일명 ‘축복의 전언’.

하지만 설검의 주인이 아닌 자가 설녀의 전언을 시행하려고 하거나, 시행을 할 시에는, 전언을 부른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

반드시.

연은 그가 내린 결정을 간파하고 황급히 율을 제지하려 나섰다.

“안됩니다, 오라버니!! 너무 무모한 짓입니다!! 차라리 제가 하겠습니다!! 제발...제발!!!”

그녀의 부르짖음에 율은 씁쓸한 눈웃음을 내짓고는 설녀의 전언을 시전 하였다.

“...-[설국의 왕위계승자 설 율의 이름으로 선포하노니-]”

“안돼... 안돼...!!!”

“[예언(豫言)의 이름으로 명하니, 그대들은, 모두 죽을 것이다.]”

“아..아...아......안돼.........!!!”

그들의 주위로 거센 눈보라가 한번 휘몰아쳤다. 율은 그 느낌에 얕은 숨을 내쉬고는 마지막 전언을 맹세하였다.

“[시행].”

콰아아아앙-!!

거센 굉음과 함께 희뿌연 연기가 사방을 가렸다. 시행을 외는 동시에 온몸에 피가 솟구친 율은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연에게 안겼다.

“오라버니..., 안돼요.....안돼...안돼....!!”

“연……, 살아라……. 살아서, 꼭……, '그 분'의 예언을…….”

연의 울부짖음에 율은 여태까지 중 가장 행복하다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연의 얼굴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 손은 연의 얼굴에 닿지도 못하고 허무하게 바닥을 향해 떨어졌다.

툭-.

그 손을 모든 것을 잃은 눈빛으로 쳐다보던 연은 이내 그를 궁에서 가장 아늑한 곳으로 옮긴 후 자신의 검을 들어 전언을 외었다.

“[창조(創造), 시행].”

콰아아아-

그녀의 전언에 따라 율의 시신 주위로 강력한 보호막이 형성되었다. 보호막에 의해 몸을 가린 율의 시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연은 이내 고개를 돌려 발걸음을 달리하였다.

사박-, 사박-.

율의 전언으로 모두가 잠들어버린, 피로 물든 붉은 눈을 밟으며, 자신의 유일한 '감정'이 되어 주었던 친족들을 가슴에 묻으며, 연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천천히 사방에 흩어진 눈꽃들을 밟으며 걸음을 옮긴 연은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흡...흐흑....아....흑...”

기어이 걸음을 빨리 하며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눈물을 흘려낸 연의 주위로는 눈물이 떨어지면서 만들어진 눈꽃들이 춤을 추며 연의 주위를 돌았다. 이윽고 눈물을 훔쳐낸 연이 고개를 들며 조용히 읊조렸다.

“오라버니, 복수하겠습니다. 오라버니들과,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그녀의 눈이 살기를 머금으며 더욱더 푸르게 변하였다. 연은 설산과 가장 가까운 청룡국에 발을 디디며 조용히 말했다.

“……나를 이렇게 만든 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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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5-04 19:41 | 조회 : 1,317 목록
작가의 말
레빛

아... 제목도 바꾸고 이것저것 수정좀 하다 보니 삭제가..... 처음부터 다시 올리겠습니다.. 계속 연재 st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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