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1화 - 특별가산점을 줘 봤자 뭐하는데. 진짜 점수에 안 들어가잖아

"난 너한테 선 그은 적 없는데?

클레아는 이 인간을 꼭 섭외해야겠냐는 얼굴로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쳤지만, 조금 전 클레아가 말한 키레아스로 인해 얻게 될 이득을 위해 클레아의 눈을 피했다.

"저한테 그은 적은 없겠죠. 다른 사람한테 그렇게 잘 긋는 선을 왜 나한테만 안 긋는 건지 정말...하아. 여긴 또 왜 왔어요."

어느새 머리 위에 올려져 있는 키레아스의 손을 잡아 내리며 투덜대는 클레아를 보며 키레아스는 씨익 웃었다.

"우리가 무슨 이유가 있어야 찾는 사이도 아니고."

"그런 사이인데요?"

"그래도 이제 나름 우리 친해졌잖아? 그거면 된거지."

"절대 그걸로 된게 아닌데요?"

처음 만난 날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키레아스에 의해 고통받던 클레아는 고개를 저었다.

"흠.. 그나저나 오늘은 무려 휴버트 왕국의 특산물 '리베라르 사탕' 가져왔는데 먹을거지?"

"...당연하죠."

키레아스와 클레아의 대화를 조용히 지켜보던 디오는 옆에 서 있는 디오를 향해 조용히 속삭였다.

"루드, 아무리 봐도 저건 조련 아닐까. 저 사람, 그 때 이후로 계속 클레아가 좋아하는 것만 가져와서 클레아가 거절도 못하게 만들잖아. 그리고 계속 쫓아다녀도 조용히 말로만 하는건, 사실은 참고 있는게 아니라 헤레이스가 가져올 사탕이 기대되기 때문이 아닐까..."

"디오, 그 말 클레아가 들으면 나는 널 내일부터 보지 못할지도 몰라."

루드도 디오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반박하지는 못하고 그저 디오를 향해 충고했다.

"하하하.."

"그래서 내 도움이 필요하다 이건가. 내가 그냥 도와줄 것 같아?"

똑똑-

"잠깐 주목해줘. 잠시 뒤에 수업 예정이신 유비노스 교수님의 말을 전하러 왔어. 원래 수업 대신 조만간 치러질 실전 실습 대비를 위해 동쪽 소강당으로 이동하라는 지시야. 그러니 모두 이동 부탁해."

"벌써 실전을? 아직 배운 것도 없는데?"

"시... 실전대비라고..?! 나 완전 자신 없는데!!"

"...? 뭐야. 고작 2년 사이에 교육과정이 변경된다고?"

.

.

.

"그래서 언제 오는데."

머리를 헤집으면서 짜증스럽게 말하는데. 강당 한 쪽에서 기분 나쁜 미소를 달고 들어오는 클라드들로 인해 얼굴이 구겨진 클레아는 잠시 기숙사에 들렀다 온다는 리더시스와 자리에 없는 둘을 생각했다.

'디오, 너가 전대미문의 마력 보유자라는 사실에 한 번 놀라고, 이번에 쪽지시험을 또 꼴등을 했다는 사실에 두 번 놀라고, 그 점수가 한 자리 수인데 교수님의 선처로 두 자리 수로 올라가는 기적을 맛보기 위해 교수님께 루드의 손을 잡고 달려간 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아.'

하지만, 클레아와는 다르게 학생들은 클라드를 보고 이미 누군가의 이름을 떠올리고 열심히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이것도 다 리더시스 괴물 때문아냐?"

"못 참아... 더 이상은.. 걔랑 같은 반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고통받는건."

뚜벅뚜벅-

'쓸어버릴까.. 루드는 언제 오려나.'

강단에 서 있는 몇몇 클라드는 아까 전에 혹시 모르니 키레아스가 체블과 붙어다니는 클라드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외우라고 해서 알고 있는 얼굴들이었다. 오랜 시간을 폼을 잡고 있던 그들 중에서 피부가 까만 사람이 입을 열었다.

"시작해볼까."

'뭘 시작하는데.'

"정식 마법사가 되기 전의 수련생들은 마력구나 마법석이 없으면 마법을 쓸 수 없다. 그래서 마법사가 되기 위해 가장 처음 배우는 것이 바로 이런 마력구에 담겨진 마력을 발현시키는 것이지. 마력 발현은 가장 기초적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오늘은 앞으로 있을 실전 실습을 대비해서 너희들의 마력 발현 실력을 알아보는 특별한 수업을 진행하도록 하겠다."

대장으로 보이는 클라드의 말이 끝나자 갈색머리의 남학생이 물었다.

"...잠, 잠깐만요. 지금 이 수업 교수님도 알고 계시는 겁니까..?"

"...윽"

갈색머리의 남학생에게 천천히 다가간 클라드 두명은 순식간에 남학생의 복부를 쳤고, 남학생은 맞은 부위를 잡고 바닥에 쓰러졌다.

'대답하나 싶었는데. 폭력으로 입을 닫게 하겠다... 이건가.'

"...더 할 말 있는 사람?"

"..."

"..."

겁을 먹은 것인지 리더시스를 열심히 거론하던 학생들은 물 먹은 휴지처럼 입을 다물었고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클레아는 입을 열었다.

"저요."

"..."

"대체 뭘 하려고 부른 거죠? 이렇게 폭력적인 방법을 사용해봤자. 효과도 없는 것 같고... 뭐, 시간 끌지 말고 빨리 뭘 할건지나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답니다."

클레아의 말에 어이가 없는 듯 웃음을 흘리던 마논은 표정을 구기고, 클레아를 쳐다보다가 아무래도 상관 없었는지 피식 웃고는 말했다.

"먼저, 너희들이 오늘 사용할 마력구에 대해 설명하지. 이 마력구는 테스트 용으로 제작되어 일반적인 마법 시전용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 대신 이 마력구의 마력을 발현 시키면 자신의 능력에 따라 색이 밝게 변화하게 되고 강도가 증가하지."

"그러니까 이 마력구의 마력을 잘 운용할 수록 마력구의 색이 밝게 변화하고 강한 힘이 실리게 된다. 하지만, 너희 이든 같은 경우는 색의 변화는 미미하게 나타날 테니 마력구에 실리는 힘으로 실력을 판별하도록 하겠다. 판별 방법은... [표적 맞추기]다."

드르르르-

마논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원 모양의 표적판이 강단 위로 올라왔고, 그 표적판 위에 묶여있는 리더시스를 발견한 클레아의 표정이 굳어졌다.

"리더시스?"

"저 표적판은 특수한 처리가 되어있어 마력으로 인한 힘이 아니면 흠집 하나 낼 수 없다. 그래서 아주 공정한 판단이 가능하지. 마력구의 마력을 발현시켜 표적을 향해 던진다. 그게 바로 오늘 할 수업의 내용의 전부다. 간단하지?"

표적에 묶여있는 리더시스를 본 이든들이 웅성이자.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 있던 마논은 말했다.

"아, 그렇지. 저기 보이는 괴물 놈은... 그냥 장식품 정도니까 신경쓰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그냥 하면 재미가 없겠지? 저 '장식품'을 명중시키는 사람에게는 특별 가산점을 부여하도록 하겠다.

'애초에 니가 특별 가산점을 줘봤자 뭐 하는데. 진짜 점수에 안 들어가잖아.'

이 와중에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생각을 하던 클레아는 중얼거렸다.

"리더시스랑 수업 빠질 걸 그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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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5-06 02:01 | 조회 : 1,300 목록
작가의 말
조그마한 시계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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