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7화 - 사탕, 이거 나 주는 거예요?

클레아는 자리에 앉아있었다.

클레아의 주변에는 간혹 말을 걸 기회를 노리는 몇몇 학생들이 서 있었지만, 그러든 말든 신경 쓰지 않던 클레아는 그런 작은 움직임조차 오늘은 짜증이 났는지. 표정조차도 짓고 있지 않았다.

그나마 무시하고 있는 것이 다행이여야 하는지. 루드는 클레아가 언제 터질지 예측할 수 없어서 긴장하고 있었다.

예전에 클레아가 한번 터지는 걸 직접 본 적이 있었는데. 대형참사가 일어나서 마스터가 수습하는데 고생한 걸로 알고 있어서 아카데미에서
터지면 어떤 규모로 터질지 몰라서 조금 불안한 상태였다. 마스터가 말하길 자신만 있으면 어느 정도 수습 가능한 범위라고는 했지만, 여기는 마스터가 없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

루드는.

애초에 루드가 있는 곳에서는 자신의 기분이 안 좋은 것을 잘 표현하지 않는 클레아였기에, 그 때 루드가 클레아의 모습을 본 것은 정말 희귀한 것이었다.

'아, 피곤해. 아까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사탕이라도 먹을까..."

클레아는 현재 자신의 상태가 안 좋은 것을 알고 있었다. 루드가 저렇게 안절부절해 할 정도면 말 다했지 뭐. 애초에 어제 그것만 아니었으면 이렇게 잠이 부족할 일도 없었는데!

항상 웃고 있는 자신의 포커페이스, 그러니까 항상 보는 사람이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은은한 미소를 달고 다니는 그 얼굴 자체가 평소의 자신이었다면, 현재 자신은 아카데미 1일차부터 컨디션이 바닥이었다.

자신의 컨디션을 구별할 수 있었던 마스터도 없고, 계속 주변에서 귀찮게 하는 눈치없는 학생들에 그만...

폭발한 클레아였다.

그래도 아카데미라는 생각은 남아있어서 평소 유지하던 포커페이스를 허물기만 했으나, 클레아에게서는 가까이 가면 물려 죽을 것 같은 분위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컨디션이 안 좋을 때의 클레아는 이렇게 위험했다. 평소의 클레아와 비교한다면. 걔와 왜 이렇게 됐냐고 할 정도로 확 바뀌지만 그건 클레아를 아는 사람에 한정이었고, 모르는 사람은 알아보지를 못해서 클레아가 이 지경이 되기까지 만들어버리는 일이 많았다.

"...졸려. 짜증나."

이렇게 수면부족으로 생긴 컨디션 저하는 정말 오랜만이어서 클레아는 오늘따라 어릴 적 생각이 났다.

어릴 적에도 잠이 많아서 어디서나 잘 수 있게 준비해줬었는데...

마차에서도 잘 자고, 황성에서도 잘 자고, 시장에서도 잠드려는 걸 카이엘이 잡아주기도 하고. 계곡에 놀러갔을 때도 물놀이 하다가 떠내려갈 뻔해서 부모님한테 혼날 뻔한 기억도 있었는데.

심지어 황성에서도 귀빈실에 잠깐 머물다가 황제를 대공인 다엠과 함께 알현할 때면, 황제가 눈 앞에 있는데도 인삿말을 올리고 나면 졸려와서 황제 앞에서 너무 많이 졸아서 황제가 직접 베개를 시녀장을 시켜서 가져오게 해, 황제와 대공이 말하는 사이 자신은 소파로 가서 황제가 안겨 준 베개를 껴안고 자기도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황실 모독이었지만, 그 때는 자신도 어렸고 황제 앞에서 그런 것이 한두번도 아니다보니, 그냥 잘 넘어간 것이라고 생각하는 클레아였다.

그런 클레아를 그 당시에 클레아 때문에 베개를 날랐던 시녀장이 알았다면 뒤로 넘어갈 테지만 말이다.

클레아는 대공가의 공녀였기 때문에 황제가 그냥 넘어간 것이었을 뿐이었다. 게다가 자신이 총애하는, 아카데미의 친우이기도 한 대공이 아끼는 딸이었으니까. 애초에 공녀는 따라오지 않아도 되는데. 자신이 일부러 부른 것 뿐이라는 것을 클레아는 몰랐기에. 다른이가 했다면 넘어가지 않았을 행동도 넘어간 것 뿐이었다.

어차피 인사는 제대로 했고, 그 예법은 문제삼을 것이 전혀 없었기도 했다. 클레아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 당시에 허락받고 잤다. 여러모로 꼼꼼한 성격에 황제가 어색하게 웃기도 했었다.

"사탕...없어? 말도 안돼."

주머니를 뒤져도, 가방을 뒤져도 나오지 않는 사탕의 존재에 침울해진 클레아는 머리를 책상에 박았다. 되는 일이 없었다.

'야, 너가 해봐.'

'아니, 너꺼잖아! 너가 해!'

'으아아!'

클레아의 말을 들은 학생들 중 하나가 자신의 주머니에 있던 사탕을 꺼내 자신의 친구를 시켰고, 그 결과 클레아의 앞에 있는 학생은 희생양이었다.

"......"
뭐야.

고개를 든 클레아의 눈에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남학생보다는 남학생의 손에 쥐여져 있는 사탕이 더 크게 보였다. 클레아는 눈을 반짝였다.

책상에 박았던 머리를 든 클레아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남학생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왜요."

"이거! 먹..을래!?"

남학생이 말하는 것이 뭔지 보려고 시선을 돌리던 클레아는 자신의 눈에 들어오는 사탕의 존재감에 눈을 반짝였다.

벌떡-드르륵-
"어머, 진짜? 이거 나 주는 거예요?"

어느새 눈을 반짝이며 남학생의 손에 있는 사탕을 까 입에 넣은 클레아는 사탕을 우물거리면서 행복한 얼굴로 남학생을 쳐다봤다.

그런 클레아의 앞에 서 있던 남학생은 얼굴이 붉어졌다.

"진짜 고마워!"

너무 귀여웠다. 여신의 어린시절이 이럴까 싶을 정도로 너무 귀여웠다.

하얀 피부에 까맣고 부드러워 보이는 긴 흑발, 그리고 발랄한 하늘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는 미소녀는 소년에게 영향력이 너무 컸다.

"이것도 먹을래?"

"나도 사탕 가지고 있는데!"

"야, 사탕 사와."

"나 우리집 사탕가게 하는데!"

곧, 다른 학생들에 의해 클레아에게서 멀어지게 되었지만, 후회는 없었다.

'자신이 제일 먼저 여신을 접했으니까.'

그렇게 클레아의 책상에는 전리품이 가득했다. 사탕을 먹는 클레아를 본 학생들이 어디서 긁어모아서 준 사탕들이 클레아의 책상을 모두 채우고도 모자라서 남는 책상을 하나 더 사용해야 할 만큼 사탕은 많았다.

그런 사탕산을 보던 클레아는 만족스러워했고, 디오와 함께 없는 사탕을 어떻게 찾아 가지고 돌아온 루드가 그런 클레아를 보고 그래도 다행인게 다행인거라며 혼자 중얼거렸다는 일이 있었지만, 좋은게 좋은거였다.

1
이번 화 신고 2017-10-24 02:11 | 조회 : 1,423 목록
작가의 말
조그마한 시계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