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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는 꼭 비가 올것만 같은 회색구름이 하늘에 큰 덩이가 몇개씩 뭉쳐 뒤덮여있었다.

지금은 3교시가 지나고 있지만 형은 오늘 나를 한번도 부르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등교하자마자 반에 찾아와서 학생회 회의라는 핑계로 나를 데려갔는데 말이다.


"피동은 주어가 남의 행동에 의해서 행해지는 것이고 사동은 남에게 동작을 하도록 시키는 것을 뜻하는데.."


국어 선생님의 약간 높은 목소리가 귓속으로 들어왔지만 다시 빠져나갔다. 나는 먹먹한 하늘을 보며 낮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점심시간 까지는 1시간이 좀 넘게 남았는데 출출해 오는 기분이 들어왔다. 다음시간에 매점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50분이 지났고, 이번 시간이 국어문법이였던 터라 반 애들은 끝나자마자 책상에 누워 10분의 취침을 만끽하고 있었다.

나는 가방안에서 넉넉하게 3000원을 가지고 매점으로 향했다. 3교시 쉬는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북적였다. 나는 가볍게 먹을수 있는 메론빵하나를 집고 아줌마께 1000원을 건냈다.


"형 것도 사줄래?"

목소리가 들려 옆을 보니 캔 콜라를 들고 서 있는 형이 있었다. 오늘 날씨가 우중충해서 그런지 대조적으로 화사해보였다.


"아.. 네."

"농담이야. 이모 여기 후배꺼까지 2000원이요. 수고하세요."


형은 내 메론빵 값까지 계산하더니 내 팔을 잡고는 벤치로 향했다. 나가는 도중에 팔을 비틀어 빼내려고 했지만 빠지지 않았다.



"현서야. 점심시간에 학생회 회의있어."

"네..? 무슨 회의요?"

"우리 학생회 단합캠프 가거든. 장소 정해야 되서."


둘 만이 아니라는 얘기였다. 나는 안도의 한숨이 나올 뻔 했지만 꾹 눌러참았다. 쉬는시간 2분전 종이 들려왔다.

형은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고 나는 고개를 반쯤 숙이고 인사를 한 후 바로 뒤돌아 1학년 건물로 들어왔다.

낮은 선배의 웃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왔다.





점심을 먹고 학생회실로 향했다. 이제 막 모였는지 시끌벅적했다. 나는 형의 바로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형의 보조 역할을 위함이였다.


"모두들 조용히 하세요. 지금부터 17회 학생회 단합 캠프를 위한 장소회의가 있겠습니다."

형의 위압감있는 목소리에 수근대던 목소리들이 잦아들었다. 그리고 학생회 모두가 형을 향해 바로 앉았다.


"지금부터 손을 들고 생각해온 장소를 이야기해 주세요."

차례차례 손을 들고 이름과 반을 말한후 발언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기록을 내가 했다. 다섯번째 제안이 나왔을때 갑자기 허벅지에서 이상한 느낌이 들어왔다.

형의 손이였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무슨 파렴치한 짓인가. 나는 티가 나지 않게 의자를 뒤로 빼 손을 피했다.


"피하면 볼펜 넣어버릴거야."


이번 발언하는 학생의 목소리가 유독커서 형의 목소리는 나한테 밖에 들리지 않았다. 나는 가만히 형의 손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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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5-15 22:07 | 조회 : 9,551 목록
작가의 말
압또

여러분 진짜 오랜만입니다. 얼마만이에요.. 진짜.. 늦어서 죄송합니다.. 오늘 곡성봤는데 넘나 재밌는것.. 꼭보세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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