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드러날 뻔한 덜미

너 검둥이지?




이거 놓세ㅇ!!


조금만 더 성급하지 말았었어야 했는데 각성도 안 하고 오피온에 찾아가고 마스터라고 말하고.
자책해봤자 소용없는 일이였다. 순식간에 멱살이 잡혀버린 나는 발버둥을 힘껏 쳤으나 체격차가 컸다. 그의 얼굴을 정면으로 밀착해서 보는 것은 그리 썩 기분이 아니였고 숨결은 너무 가까워서 흐드러진 호흡에 불규칙적인 호흡이 딸려왔다.

어차피 그래도 내가 완전히 블로우라는 것은 드러나지 않았다. 그냥 의심을 조금 사더라도 무조건 아니라고 하면 상관없을 것이다. 블로우라고 하면 싸울게 뻔하니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작전은 오리발 내놓기이다. 무조건 아니라고 하면 된다 므즈근!! (이를 악물고)
이게 무슨 짓이에요! 이거 놔요!!!


너 검둥이냐

멱살을 풀려고 했지만 이 무식한 작자는 또 힘과 마력만 많아가지고 놓기도 힘들고 지금 이 상태에서는 이동도 힘들고 …. 지금으로써는 딱히 방법이 없다. 다만 평상시보다 낮은 저음이라는게 신경 쓰인다.

아니라고요!!

거.짓.말

“이게 무슨 짓인가요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복장을 보아하니 협회소속이신 것 같은데 함부로 사람을 이동시키고 오피온을 공격하다니 정식으로 협회에게 항의를 넣지 않도록 문제가 될만한 일들은 삼가 주시죠."


좋아, 자연스러웠어 난 한순간이지만 이엘 흉내를 내었고 나름 괜찮은 말투였다.

이제 난 시크무온을 모른 척하면 된다. 외면의 의미란 그를 모른다는 것이오. 그의 지랄 맞은 성격은 쉽게 넘어가지 않을 수는 있지만 헬리오스의 이든인 루드 크리시는 아스젠 발드원의 진짜 모습인 저 폭력적이고 말이 안 통하는 작자인 시크무온을 모른다.

그저 오피온 마스터와 조금 친한 형과 동생 사이고 건물이 폭파하는 것을 보고 놀라 왔더니 이상한 빛나는 빨간 머리를 한 채 각성한 저 시크무온을 보았다고 하면 되겠다.
이렇게 한참 머리를 굴리다가 시크무온이 조용하길래 앞을 보았더니


내 머리 앞에서 거대한 마법진이 소환됨과 동시에 강한 폭발이 일어났다. 아…

콰앙!!

순간적으로 폭발음을 내며 날아온 마력에 본능적으로 몸을 옆으로 날렸다.
덕분에 입술이나 피부는 긁혔지만 그래도 최소한 저 무식한 마력은 피했다
하지만. 마찰된 강한 쓰라림에도 눈치가 보여 힐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모르겠다는 (모르겠다고 잡아떼는) 사람을 이렇게 마구잡이로 마력을 쏟아붓는 게 어딨어!!

당황한 나를 내버려 둔채로 시크무온은 지금 이 상황이 무척 재미있다는 듯이 끊임 없이 소규모의 마력덩어리를 던졌다. 딴에 혹시 정말 아니지만 거이든을 위한 배려랍시고 팔 한 쪽만 날아갈 소규모 아스칼로테식 공격형 마법진을 소환한 것이 눈물나게 고마웠다.
우선 나무 뒤에 숨어 있기로 했다.

야 어디 있냐
제발 그냥 지나쳤으면 하는 나를 몇 걸음 두고 주변을 배회하는 시크무온에게는 빈정대는 듯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정말 그 공포의 숨바꼭질이다.
다만 걸리면…그 뒤는 생각하지 않겠다.
하나 둘 셋 하면 나뭇잎을 날리고 뛰어야겠다.
하나….둘….세에 콰앙!!
순간 뒤에 있는 나무가 폭발함에 동시 당황한 나는 그냥 무작정 마력이 날아온 곳과 반대로 도망갔다. 오 이건 내 이성적인 면모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다.
일단 따돌린 것 같아 주변을 휙휙 둘러보는데 온통 숲이고 저기 어디서인가 계속 숲은 황페해져가는 마력 폭발 소리가 들린다.
시크무온은 따돌렸고 주변에는 마을이 없는 걸 보아 그냥 이동말고 별다른 선택지가 없어 보였다.




너의 이름은 루드
원하는 건 이동
조건은 내가 기억하는 곳

몇초 뒤 눈을 떠보니 헬리오스 주변가의 뒷골목이였다.


시크무온도 지금쯤이면 내가 그쪽 숲을 벗어났다는 걸 알 테니 오피온은 한동안 가면 안 될 것 같다. 점점 갈수록 나의 정체가 위험하긴 하다. 이러다가 언젠간 들킬 것 같다. 어째서 난 조금더 행동을 조심히 하려고 마음 먹을 때 마다 이렇게 들키는 걸까/…..


마력구: 루드!!루드!! 괜찮아? 어떻게 됬어? 시크무온은 ?

마력구에 연결되었다는 보라빛 마력이 들어옴과 동시에 다급한 마스터의 목소리가 속사포처럼 흘러나왔다.


괜찮아요 . (간신히) 도망쳤어요, 그나저나 협회에서는 아무런 사과나 언급이 없나요? 시크무온의 행동과 리더시스와 연관있어 보이는 검은 마력 덩어리나
마력구: (몇분의 침묵을 지킨 후..) 루드 너 그냥 이번 의뢰 포기하고 오는 게 어떨까?
너가 아무리 공작 부인의 의뢰도 맡았고 이번 일은 너도 더 연장하는 걸 허락했지만 아까 게획적으로 오피온을 공격한 시크무온이나 너가 방금 말한 검은 마력 덩어리나 낌새가 좋지 않아

언제는 평화로웠던 적이 있었을까?

아무래도 나의 인생은 항상 무언가 엇나가는 것 같다 특히 최근 들어서 말이다
그래도 어차피 선택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설령이 삶이 꼬여진 매듭과 같다고 해도

난 살아야 한다.


..저 정말 괜찮아요 라고 무한 반복으로 말한 뒤 접속을 강제로 끊고 침대에 누워 뒤척거리다가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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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3-12 22:13 | 조회 : 1,151 목록
작가의 말
붉은 상사화

와.. 진짜 오랜만이네요 이쯤되면 제 뻔뻔함에 놀라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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