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철그럭, 철그럭

어느 덧 10시가 넘어가는 야심한 시각, 술집이 태반인 대학로의 특성상 이 시각의 밤은 아직 거리를 밝히는 네온사인과 빈번하게 돌아다니는 청춘 남녀들로 인해 활기가 넘쳐나고 있었다. 물론 그다지 건전하기만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아직 손님들이 많은 시각임은 분명했다. 그것도 여러 사람들의 만남과 이별이 이루어지는 대학로의 카페의 입장에서는 말이다. 하지만 사장으로 추정되는 한 남자는 묵묵히 가게 문을 닫고서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고가의 땅값과 임대료를 자랑하는 대학로 카페의 사장치고는 상당히 젊은 외관이었다. 동양인의 보편적인 머리색인 검은색의 댄디한 헤어스타일, 짙은 눈썹과 커다란 눈망울, 반듯한 콧날과 날카로운 턱 선에 작고 도톰한 입술. 여자들이 선망하는 180cm 키에는 조금 모자란 듯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꿀리지 않고 오히려 충분히 크다고 느껴질 만한 키에 마르지도, 뚱뚱하지도 않은 적당한 체구의 깔끔한 스타일. 연예인을 연상시킬 정도로 터무니없이 잘생기진 않은 외모였지만, 전체적으로 어디 가서 못생겼다는 말은 듣지 않을 정도로 훈훈한 외모를 가진 부드러운 인상의 사내였다.

“후우.”

얼마동안 불 꺼진 카페의 셔터를 내리고 잠금장치를 몇 번이나 점검하던 남자는 조그맣게 숨을 내쉬었다. 아마도 오늘도 하루가 무사히 지나갔음에 대한 안도의 한숨이리라.

“야야, 저 사람 봐봐.”
“와, 잘생겼다.”
“그치그치? 여친 있으려나.”
“왜 번호라도 따려고?”

무심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사내를 바라본 두 여인들이 키득거리며 사내에 대해 토론을 나누기 시작했다. 이미 얼큰하게 취한 상태인지 그녀들의 목소리는 꽤 큰 편이었지만, 그 근처의 여인들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별다른 자꾸만 사내가 있는 쪽을 힐끔거릴 뿐이었다. 사내 역시 그것을 들은 것일까? 사내의 얼굴이 급속도로 붉어지며 그의 고개가 옷깃 속으로 파묻혔다. 하지만 숙맥과도 같은 그의 반응은 여인들의 마음에 기름을 붓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얼굴 빨개진 것 좀 봐. 귀여워.”
“아우, 대박. 진짜 심쿵이다.”

급기야 붉게 눈을 물들인 채로 마른 침을 꿀꺽 삼키는 여인들. 그런 여인들의 모습에 사내는 황급히 자리를 박차고 발걸음을 옮겼다. 어지간히 부끄러웠던 것인지 그의 발걸음은 종종걸음이나 마찬가지였다. 여자들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네온사인의 불빛이 닿지 않는 캄캄한 곳으로 도착하고 나서야 사내는 속도를 줄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휴, 이젠 안 보이네.”

상당히 소심한 성격인 것인지 자신을 바라보던 여자들이 사라지고 나서야 사내의 얼굴엔 평소와 같은 편안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내가 어디가 귀엽다는 거야?”

귀엽다는 말이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사내는 삐진 듯이 조그맣게 투덜거렸다. 그때였다.

“꺄악!”

고막을 꿰뚫는 여인의 날카로운 비명소리. 밤하늘 아래로 가득히 퍼져나가는 단말마의 비명소리에 사내는 몸을 움찔거렸다.

“뭐, 뭐야?”

갑작스레 울려 퍼지는 낯선 여인의 비명에 화들짝 놀라면서도 사내는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들리는 소리의 크기로 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었다.

“어쩌지......”

다급한 비명소리로 봐서 상당히 위험한 상황인 것임에는 틀림없었지만, 무작정 단신으로 달려가기엔 역시 불안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두 손 들고 구경만 할 수는 없는 일.

“일단 가보자.”

불안감에 짓눌리면서도 결국 사내는 비명의 근원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오, 오지 마요. 소리 지를 거예요!”
“이 년이 자꾸 시끄럽게.”
“소리 질러봐. 아직도 모르냐? 아무리 소릴 질러 봐도 아무도 오지 않는다는 걸.”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당당한 모습을 보이지만, 두려움에 덜덜 떨리는 주먹을 움켜쥐고 있는 여인. 깔끔하게 말아 올린 갈색의 사과머리, 청명한 다갈색의 눈동자에 애교 넘치는 입술과 은은한 분홍빛이 감도는 입술까지. 조금 작은 체구에 나이도 어린 것 같았지만, 전체적으로 미인의 상을 띄는 여인이었다. 그 미모가 화가 된 것일까? 두려움이란 감정이 깃든 그녀의 주위엔 험악한 인상의 4명의 남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짙은 칼자국이나 어지러운 문신들을 보아 전형적인 양아치임이 분명했다. 탐욕에 어린 눈빛으로 거칠게 여인을 몰아세우는 양아치들. 그런 양아치들의 모습에 사내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당황하면 평소 튀어나오는 버릇인 손톱을 물어뜯으면서도 손끝이 파르르 떨리는 것으로 보아 적잖이 당황한 것이 틀림없었다.

“어, 어떡하지......”

차마 양아치들 앞으로 나서지는 못하면서도 여인을 구해야 한다는 정의감에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사내. 한참동안 머리를 쥐어뜯고 손톱을 물어뜯던 사내는 간신히 유일한 타개책을 떠올렸다. 바로 민중의 지팡이, 경찰을 부르는 것이었다.

“꺄악 살려주세요!”

점점 더 커지는 여인의 비명소리, 탐욕에 눈이 먼 채, 여인에게로 손을 가져가는 양아치들의 모습에 사내는 황급히 주머니에 고이 모셔두었던 핸드폰을 꺼내들었따.

“빠, 빨리 경찰에 신고해야......”

떨리는 손가락으로 황급히 핸드폰의 액정을 두드리던 사내. 하지만 너무 과하게 서둘렀던 것일까? 안타깝게도 그의 손은 유일한 타개책이 있던 핸드폰을 떨어뜨리고야 말았다.

콰직!

소리를 보아 액정이 부서진 것이 틀림없었다. 무상 A/S 기간도 지났으니 적잖은 수리비가 나올 것이 분명했지만, 사내의 머릿속은 이미 수리비 따위 안중에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핸드폰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생겨나는 소음 때문에 여인을 희롱하려던 양아치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아......”

순식간에 사내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리며 나직한 당혹성이 그들 사이로 흘러나왔다.

“넌 또 뭐냐?”
“왜 짭새라도 부르시게?”

한참 중요한 순간에 방해받았다는 것 때문인지 양아치들의 얼굴에 짜증이 어렸다. 험악하게 인상을 일그러뜨리며 점점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양아치들의 모습에 사내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고야 말았다. 소심한 그의 성격에 양아치들의 존재는 너무 두려웠던 것이다.

“아, 아니 그게......”
“뒤지려면 뭔 짓을 못하지?”
“죽었다고 복창해라 씹새끼야.”

양손을 가로저으며 애써 변명하려는 사내였지만 양아치들은 그의 말 따위 가볍게 무시할 뿐이었다.

콱!

“컥!”

양아치들 중에서도 가장 큰 남자의 곰 같은 손에 사내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어찌나 힘이 센지 한손으로 멱살을 쥐고 가볍게 사내를 들어 올린 양아치. 우악스런 손에 붙잡힌 채, 사내는 거미줄에 걸린 한 마리의 나비처럼 힘없이 버둥거릴 뿐이었다.

“왜 이제 좀 쫄리냐?”
“그, 그만 둬 주세요.”

간신히 용기를 내어 입술을 달싹이는 사내였지만, 힘없는 그의 반항은 양아치의 불같은 분노에 기름을 들이붓는 꼴이었다.

“오냐, 넌 뒤졌다.”

이마로 튀어나온 굵은 힘줄, 짜증스레 얼굴을 일그러뜨린 양아치는 사내의 멱살을 들어올린 채, 울퉁불퉁한 담벼락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러고도 지껄일 수 있나 한번 보자.”

쾅, 쾅, 쾅!

우악스럽게 사내를 움켜쥔 양아치의 손이 빠르게 움직이며 사내의 몸이 잇달아 담벼락과 부딪혔다. 어찌나 세게 사내를 벽에 찍어댄 것인지 강렬한 충격에 사내는 멱살이 풀리자마자 바닥으로 풀썩 쓰러지고야 말았다. 막혀있는 좁은 골목길 끝에서 그 상황을 지켜보던 여인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양손으로 입을 막고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자신 때문에 사내가 다쳐버렸다는 죄책감이 미안함과 슬픔이 되어 북받쳐 오른 것이다.

“별것도 아닌 것이.”

가볍게 손을 털어내며 후련한 표정을 짓는 양아치의 모습에 다른 양아치들이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야, 저거 진짜 뒈진 거 아니야?”
“우리가 알 바야? 큭큭, 자 그럼 마저 이어서 해보자고.”

비웃음 가득한 모습으로 키득거리며 사내에 대한 조롱을 쏟아내는 양아치들. 드디어 방해꾼을 처리했다는 후련함을 만끽하며 양아치들은 다시금 여인에게로 등을 돌렸다. 그때였다.

뚜그득, 뚜둑

거칠게 뼈마디를 꺾는 소름끼치는 소리가 골목길 가득히 울려 퍼졌다. 한두 번 해본 것이 아닌, 너무나도 익숙하게 흘러나오는 소리였다.

“......뭐야?”

익숙하게 들어왔던 소리에 양아치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의 근원지, 사내가 있던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양아치들의 시선이 향한 곳, 그곳엔 당연하게도 사내가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딱 한 가지만 달라져 있었다. 바로 분위기, 분위기였다. 좀 전의 소심하고 유약한 분위가 아닌, 한 마리 맹수와도 같은 강렬한 살기가 묻어나는 중압감이 흐르는 분위기로 말이다. 잔뜩 일그러진 미간, 날카롭게 치켜 올라간 눈초리에 맹수와도 같은 강렬한 시선까지. 도저히 좀 전과 동일인물이라고 볼 수 없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뒤바뀐 분위기에 양아치들은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아나, 이젠 별 거지 같은 것들이 지랄 염병이네.”

손의 뼈마디를 꺾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사내. 그런 사내의 음성에 양아치들의 표정엔 짜증을 넘어선 살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이 미친!”
“이 새끼가 겁대가리를 상실했나, 우리가 누군 줄 알고!”

주변에 널브러진 벽돌과 각목들을 주워 들며 욕설을 내뱉는 양아치들. 고작 주먹질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암시라도 하듯 자연스럽게 주변에 무기가 될 것들을 주워드는 양아치들의 모습에 겁을 먹을 만도 하건만, 사내는 한층 더 날카롭게 변한 눈초리로 담담하게 입술을 달싹였다.

“꼭 싸움도 못하는 것들이 주둥이만 살아서는. 무슨 잔말이 그리 많아?”
“이 새끼가 진짜!”

비웃음이 가득 어린 사내의 조롱에 사내를 담벼락에 내리 찍었던 가장 덩치 큰 양아치가 달려들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것인지 사내의 손에는 굵직한 쇠파이프가 자리하고 있었다. 양아치에 손에 들린 쇠파이프가 사내의 머리를 내리 치려던 그 순간!

퍼억!

강렬한 타격음과 동시에 양아치의 신형이 바닥으로 처박혔다. 예상과는 정반대의 상황에 양아치들은 입을 쩍 벌린 채로 쉽게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정확한 오른손 스트레이트 한방, 단 한방에 거구의 양아치가 거품을 문 채로 바닥에 쓰러진 것이다. 그것도 이빨이 3개가량 뽑혀나간 채로 말이다. 파들파들 떨리는 모습으로 차디찬 바닥에 뒹굴고 있는 동료의 모습에 동료 양아치들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래도 그들 사이에서는 주먹깨나 쓴다는 놈이었는데 그런 놈이 한방에 뻗었다는 것은 사내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손쉽게 기세를 꺾은 사내의 공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퍽!

“컥!”

깊게 들어가는 훅, 속을 뒤집어엎는 듯한 끔찍한 고통에 한 양아치의 상반신이 그대로 꺾였다.

뻐억!

곧바로 인중으로 이어지는 무릎차기. 한없이 약한 부분인 인중에 단단한 무릎이 꽂히자, 양아치는 한 움큼의 코피를 쏟아내며 그대로 정신을 잃고야 말았다.

“이 새끼가!”

손바닥 크기의 맥가이버 칼날을 꺼내들고 달려든 또 다른 양아치. 자칫하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위협적인 흉기를 들었기 때문일까? 그 대가로 그의 처분은 더 심각했다.

우드득!

가볍게 손목을 내리쳐 칼을 떨어뜨림과 동시에 팔꿈치로 명치를 가격하고 연이어 돌려차기로 관자놀이를 걷어찼던 것이다. 묘기와도 같은 가벼운 몸놀림에 양아치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바닥으로 처박혔다. 순식간에 3명을 처리한 사내. 너무나도 압도적인 사내의 무력에 결국 마지막 남은 양아치는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승산이 보이지 않자, 도망치려던 것이다. 하지만 그를 놓칠 사내가 아니었다.

쾅!

어느 샌가 벽돌을 집어든 사내가 도망치는 양아치에게로 벽돌을 집어던졌던 것이다. 던져진 벽돌로 후두부를 가격당한 사내는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지고야 말았다. 파들파들 떨리는 것이 오히려 불쌍할 지경이었다. 2분, 불과 2분이 채 지나지 않아 모든 양아치들을 쓰러뜨린 사내는 여유롭게 기지개를 켜며 입술을 달싹였다.

“하여간 별것도 아닌 것들이 까불기는. 어이 거기, 괜찮아?”

갑작스레 고개를 돌리며 질문을 툭 던지는 사내. 그런 사내의 모습에 멍하니 지금까지의 상황을 구경하던 여인은 화들짝 놀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네 덕분에 괜찮아요. 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눈으로 계속 지켜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상황이 믿겨지지 않은 것인지 여인은 떨리는 음성으로 간신히 고개를 숙여보였다. 조금 과하게 보복한 것 같기도 했지만, 어쨌든 간에 자신을 구해준 은인이니 말이다.

“괜찮으면 빨리 따른 데로 가라.”
“하, 하지만......”

구해주었다는 고마움과 아무것도 못해주었다는 데에 대한 미안함에 조심스럽게 운을 떼는 여인이었건만, 사내는 살짝 눈살을 찌푸릴 뿐이었다.

“됐으니까 빨리 가.”
“그, 그럼 번호라도 알려주세요.”

완강하게 붙잡고 늘어지는 여인, 번호라도 주지 않는다면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을 듯한 여인의 모습에 사내는 끝내 한숨을 내쉬고 그녀의 핸드폰을 받아들였다.

타타탁!

“자, 이제 빨리 가.”
“나, 나중에 다시 꼭 연락드릴게요. 오늘은 정말 감사했습니다.”

귀찮다는 듯이 핸드폰 번호를 찍어주는 사내의 행동에도 불구하고 여인은 끝까지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보이고는 골목길을 빠져나갔다. 이윽고 그녀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사내는 한쪽 입 꼬리를 끌어올리며 천천히 입술을 달싹였다.

“그러면......”

퍽!

“크악!”

허리를 강하게 짓밟는 사내의 발길질에 쓰러져있던 양아치의 입에서 고통어린 비명이 터져 나왔다. 거의 울부짖다시피 하는 양아치의 비명에 조금 힘이 풀릴 만도 했건만, 사내는 조금도 개의치 않은 채, 머리를 쓸어 넘길 뿐이었다. 분위기가 또 다시 바뀌어 있었다. 방금 전의 신기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양아치들을 쓰러뜨리던 맹수와도 같은 분위기가 아닌, 한 자루의 칼날처럼 날카로우면서도 위험한 느낌을 물씬 풍기는 분위기로 말이다. 한 치의 자비도 느껴지지 않는 섬뜩한 사내의 시선에 양아치의 입에서 소름끼치는 침음이 새어나왔다.

“히익!”
“그러게 가만히 있는 사람을 왜 건드는 건데?”
“자, 잘못했어. 잘못했으니까 한번만, 한번만 용서해줘.”
“내가 왜? 가만히 있는 날 먼저 건든 건 너희들인데 말이야. 내가 왜 너희 같은 쓰레기들을 용서해야하지.”

한 자씩 천천히 끊어서 이야기하는 사내의 말에 끝내 그의 발밑에 있던 양아치는 절망적인 비명을 질러대었지만, 어느 누구도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그들이 자리하고 있는 골목길은 사람이 많이 드나들지 않고 주변에 인가도 그다지 많지 않은 조용한 곳이었으니 말이다. 애초에 그러한 특징들 때문에 그들 스스로가 여인을 이곳으로 끌고 온 것이 아닌가.

“끄아아악!”

무기력한 비명만이 골목길 가득히 울려 퍼질 뿐이었다.

************************

몇 시간 뒤, 양아치들은 미동조차 하지 않은 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말이 쓰러져 있는 것이지 반쯤 시체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처참한 상태. 그러한 상태를 만들어 놓은 사내는 놀이에 질려버린 아이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나직하게 중얼거릴 뿐이었다.

“운 좋은 줄 알아. 그나마 나니까 이 정도지. 아마 사이코 꼬맹이였으면 진짜로 죽었을 테니까.”

이들에겐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채, 사내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다중인격(多重人格), 그 이상으로 사내를 자세히 설명하는 단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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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08-30 19:59 | 조회 : 1,053 목록
작가의 말
류운

처음 뵙겠습니다 많이 부족한 작가입니다만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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