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살인자

"네? 저요..? 전 그 분이랑 친분도 없는걸요..?"

그가 내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제 아내와 그쪽이 전혀 일면식이 없다는 거죠?"
"네, 공작님 아내 분이 왜 절 알고 계시는지, 왜 저에게 찾아오라 하셨는지도 모르겠고요..."

*

(아밀론 시점)

처음 프뢸리히 공녀를 봤을 때, 정말 나탈리가 있는 줄 알았다. 고동색의 곱슬 머리카락, 푸른 눈까지... 나탈리와 정말 똑같이 생겼다. 심지어 그녀의 당돌한 모습까지 나탈리와 똑같았다. 나탈리가 왜 이 여자를 찾아가라 했는지 알 것만 같았다. 그녀는 나탈리가 내게 내려준 선물만 같았다. 하지만 그녀와 나탈리는 정말 달랐다. 겉으로 보이는 외모와 말투는 정말 똑같았지만, 분위기는 정말 달랐다.

그녀의 손을 잡을 때, 가슴이 미친 듯이 떨렸다. 혹시 예의 없이 대하면 떠나지 않을까, 조금이라도 실수 하면 떠나지 않을까 무서웠다. 언젠가 꼭 그녀를 떠나지 못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그녀를 가지고 싶다.

*

(다시 에밀리아 시점)

조금씩 그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카틀로우 공작의 아내가 대체 왜 날 알고 있는 건지... 그러고보니... 내가 아밀론 카틀로우에게 저택 주소를 알려 주었었나..? 분명 아버지와 어머니께선 직접 서신을 써 공작에게 알려주라 했었었다. 공작에게 온 서신도 전혀 없었고, 나도 서신을 아직 보낸 적 없다.

"...공작님, 전 잠시 아버지께 다녀와도 될까요?"
"갑자기 왜 그러시는 거죠?"
"아... 사실 볼 일이 있어서..."
"아, 네. 다녀오십시오."

방에서 나오자마자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다.

"허어... 허... 하아..."

집에는 아무도 없는지 불이 모두 꺼져 있고, 어떤 인기척 또한 들리지 않았다. 공작의 짐이 있는 바로 옆 방에 들어갔다. 그는 알 수 없는 공포감을 풍겼다. 그는 분명... 날 나탈리를 죽인 장본인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그의 짐이 들어있는 작은 가방을 뒤졌다. 몇 가지 옷들과, 날카로운 칼 하나가 들어있었다.

"허! 저 공작이 날 죽이려 한 거야?"

그래, 한 번 해보자 이거지? 칼날을 꾹 쥐자, 손에서 피가 뚝뚝 흘렀다. 피를 얼굴과 머리카락, 드레스에 묻였다.

착한 얼굴로 접근하고 날 죽이려는 게 분명했다. 칼을 드레스 안 쪽에 숨기고 일부러 구두 소리를 크게 내며 티룸으로 달려갔다.

"허어! 하... 카, 카틀로우 공작님!"
"무슨 일이죠? 그 얼굴에 묻은 건 뭡니까? 설마 피입니까?"

계획대로다. 그가 내게 다가왔다. 이제... 칼을 꺼내고 그를 찌르기만 하면...

"에밀리아 프뢸리히, 또 무슨 짓을 하려고?"

어? 그가 내 두 손목을 꽉 잡았다. 제길, 이래선 움직이는 건 물론이고, 칼을 꺼내기도, 그에게 저항하기도 힘들어진다.

"예? 공작님, 왜 그러세요?"
"프뢸리히, 그대가 더 잘 알고 있지 않나?"
"그게 무슨 소리신지... 아! 밖에 강도가 들었습니다! 그 강도가 절 칼로 찌르려 했어요!"
"거짓말 하고 앉았군, 이 저택엔 아무도 없고 문과 창문 또한 모두 잠겨있다. 그런데 강도가 들어오는 게 가능하다 생각하나? 여기 티룸과 나의 방을 제외한 어떤 방도 문이나 창문이 열리지 않아. 그런데 내 방은 그대가 들어가 봤지 않나."
"그걸 어떻게 아는 거... 아악!"

그가 내 손목을 아프도록 꽉 조였다.

"아멜리아 프뢸리히, 그대가 나탈리를 죽인 거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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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2-03-12 10:25 | 조회 : 516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