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아프지만.

3화, 아프지만.




*




침대옆 탁자위에 있는 알람벨이 집이 떠나가라 울리고 있건만 내 눈커풀은 순간접착제로 붙여둔것 마냥 떠지지 않는다. 나는 하는수 없이 손만 움직여 알람을 끄고 핸드폰을 찾았다. 그러다 이내 내 손에 잡히는 네모난 기계의 나는 젖먹던 힘까지 내어 눈커풀을 들어 담임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월이니?]
"네, 선생님..."
[왜 안오니, 어디 아프니?]
"네, 아무래도 오늘 못갈것 같아요..."
[그래, 알았다 오늘 푹쉬고, 내일 보자.]


네-, 내 대답이 끝나자 전화가 끊겼다. 집에 아무도 없으니 내 병간호 해줄 사람도 없었고, 병원에 대신가서 약 처방받아줄 사람도 없었다. 더더욱 죽 쒀줄 사람도 없었다. 새삼 느끼는 부모님의 빈자리에 한숨이 절로 뱉어졌다.


"..."


눈커풀은 자꾸 내리감기려는데 배는 고파 잠도 맘대로 들수 없었다. 하는수 업이 기다시피해 거실로 나온 나는 어제 아무렇게나 던져둔 가방과 교복이 있는곳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가방을 뒤져 어제 이율이가 준 빵과 군것질거리들을 미친듯이 먹어치웠다. 방금자고 일어난대다 열이나 감기가 걸려 목이 턱턱 막혀왔지만, 억지로 꾸역꾸역 먹었다. 그리고 쓰레기들만 남은 내 자리를 벗어나 부엌으로 향했다. 며칠째 집에서 먹은 밥이 없어 부엌은 휑하기만 했다. 냉장고를 열어 생수병을 꺼내 반병을 들이킨뒤 다시 방으로 들어가려던 나는 누군가 급히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방으로 향하려던 발걸음을 인터폰이 있는곳으로 향했다.


"누구세요?"


우리집을 찾아올 사람은 없었다. 나는 괜히 몰려드는 두려움을 억누르며 인터폰을 통해 밖에 상황을 살폈고, 이내 인터폰으로 흐릿하게 보이는 이율의 얼굴에 내 얼굴엔 화색이 돌았다. 나는 현관문으로 쫄래쫄래 나가 문을 열어주었다. 문을 열자마자 훅, 끼치는 이율의 향기에 잠시 정신이 아득해졌지만, 애써 부여잡으며 이율을 바라보았다.


"하아, 하아.. 너, 아프다, 길래.."


대뜸 검은봉지를 내게 내밀며 말하는 이율의 내 눈앞에 내밀어진 검은봉지와 이율을 바라보던 나는 이율이 건낸 봉지를 받아 들었다. 이율의 차림을 보니 학교에 있다가 나온것 같았다. 거실 시계를 보니 시계 큰 바늘은 12시를 향해 있었다. 일단 시간은 넉넉했기에 집으로 이율을 들였다. 이제는 안정되어있는 숨을 내쉬는 이율을 보다 이내 부엌으로 가 이율에게 대접할 음료수를 가져왔다. 내가 준 음료수를 받아든 이율은 음료수를 한번도 쉬지 않고 들이켰다.


"점심시간인데 밥은?"
"밥이 중요해? 내 짝꿍이 아프다는데."
"어? 아.. 고마워."


나의 말의 이율은 나를 빤히 바라보다 이내 푸흐, 하고 웃었다. 괜히 그런 이율의 모습이 귀여워 나도 모르게 이율의 머리에 손을 얹어 헝크러 틀었다. 이런 나의 행동에 이율도, 나도 당황했고, 나는 황급히 손을 치우며 횡성수설하며 이율에게 변명을 내뱉었다.


"그! 그니까! 저, 고, 고마워서!"


잘익은 사과처럼 붉어진 내 얼굴이 느껴졌다. 나의 말에 이율은 또 웃더니 이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분명 히트싸이클 기간은 지났겄만, 왜이리 몸이 흥분에 젖어가는지, 가슴이 미친듯이 두근거리는지 알지 못했다. 그렇게 이율의 손길을 느끼던 나는 문득 본 시계를 보고 놀라고 말았다.


"이율아! 점심시간 얼마 안남았어!"
"헐, 나 이제 가볼게. 약먹고! 내일 보자!"


그렇게 황급히 집을 나서는 이율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아, 이러니까 남편 배웅하는 아내 같잖아. 괜스레 또 붉어지는 두 뺨에 몸을 베베 꼬았다. 거실로 돌아온 나는 이율이 주고간 봉지를 열어보았다. 거기에는 감기약과 죽, 그리고 군것질 거리가 가득 들어있었다. 그런 것들을 보자 울어버리고 말았다.


"..."


소리는 내지 않았다. 커다란 집에 혼자 있는것도 서러운데 거기에 소리까지 내면 더 슬퍼질거 같아서. 울며 이율이가 주고간 죽을 먹었다. 아까 아침에 미친듯이 먹던 빵처럼 목이 턱턱 막혔지만 아까처럼 또 꾸역꾸역 삼켰다. 어느새 그친 눈물과, 다 비운 죽그릇의 나는 약을 먹고 쇼파에 그대로 눕고 말았다. 어쩌면 좋을까, 점점 더 이율이가 좋아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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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2-02 01:09 | 조회 : 6,011 목록
작가의 말
시우미키

2화가 달달하다고 하시더라구요... 앞으로 그런거 많이 보실겁니다... (내 손이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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