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해상이의 첫 만남은 꽤 우스꽝스러웠다. 나는 모두가 알다시피 조용하고 모범생이 형과는 다르게, 학교에서 싸움꾼으로 통하는 나였다. 그리고 그 날도 어느 날과 다름없이 한바탕 싸움을 하고 상처 투성이인 얼굴로 골목길에 어슬렁 거릴때였다. 쭈구리고 앉아 한숨만 푹 내쉬는 내 눈 앞으로 핑크빛 손수건이 내밀어졌다. 그 손수건을 따라 올라가니.
"많이 다쳤네, 이거 써."
아침 햇살 같은 미소를 지은채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너가 서있었다. 그 미소의 한 동안 넋을 놓고 있던 내 손에 억지로 손수건을 쥐어준 너가 말했다.
"난 다해상이라 해."
"어, 어?"
"음, 자기소개 한건데.."
"아, 난 정하별이야."
내 소개를 하자 다해상이라는 애는 굽혔던 허리를 피며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그러더니 이내 내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우리집 가까우니까, 들렸다가 가."
"에? 안 그래도..."
"됐으니까, 어서 가자."
내 말을 자르고 날 일으킨 다해상이 먼저 앞서가며 말했다.
"하별이라고 불러도 되지?"
"응."
이름이 왜 다해상인지 알 것만 같았다. 이렇게 가만히만 있어도 따뜻함이 느껴졌다. 내가 왜 이 애를 몰랐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다해상은 밝고, 눈에 띄였다.
"아.."
"뭐야, 뭐 그리 멍하게 다녀."
잡생각이 많았나 보다. 앞서 가던 다해상이 멈춘건지도 모르고 걷던 나는, 그대로 다해상과 부딪혔다. 뒤를 돌아 나를 본 다해상이 웃어보이며 꾸지람 아닌, 꾸지람을 해보이다 이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내 이름이 왜 해상인줄 알아?"
"어, 아니...?"
"높은 하늘의 뜬 해와 같은 아이가 되라고 지은 이름이야."
다해상의 말에 나는 이름 한 번 잘 지었다고 생각했다. 이름만 말해도 어디서든 너를 찾을 수 있을 것 만 같았다. 그래, 그때 부터일지도 모른다. 너에게 조금씩 신경이 가기 시작한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