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결혼할래?

율의 속도가 점점 붙는다. 여기저기 손으로 훓는 율의 손길에 분위기가 점점 뜨거워질 때즘. 난 지금이 내 히틀사이클 기간이란 걸 깨달았다.


"왜 그래?"


키스하던 율이 입을 떼고 날 보며 물었다. 이 분위기에 그렇게 말하면 진짜 안될텐데... 그렇게 생각할 때 즘 율이 내 위에서 나오며 말했다.


"히싸야?"

"..그런가봐.."

"어쩐지, 호르몬 향 짙더라. 얼렁 약 먹어."

"응.."


뭔가 율에게 미안한 짓을 한거 같아 소심해져 쇼파에서 일어나는 날 갑자기 손목을 잡고 돌려 안더니 율이 특유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경솔한거니까, 혼자 미안해 하지마. 내가 잘못한거잖아."

"...그치만..."

"어, 왜, 왜 울어?!"


네가 그런 말 하니까 그렇잖아. 황급히 율에게서 벗어나 방으로 향했다. 진짜, 이쁜 말만 골라서 하는 율을 어떻게 미워할 수 있을까. 책상 서랍을 열어 작은 약통을 찾아 안에 있는 알약을 물 없이 삼켰다. 그리고 뒤늦게 방문을 열고 들어선 율이 이런 날보며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약을 물없이 먹냐! 저번에도 그러더니. 어여 물 마셔."

"응.."


율의 잔소리를 들으며 물을 마셨다. 뒤늦게 약의 쓴 맛이 올라오는거 같아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그런 내 미간을 꾹 누르며 율이 웃어보였다.


"이래도 이쁘네, 월아."


갑작스런 율의 말에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아니, 갑자기 이쁘다고 하면. 어느새 비어버린 컵을 율에게 내밀며 고개를 딴 곳으로 돌려버렸다. 그러자 옆에서 율의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사라졌다. 방안에 홀로 남겨진 나는 침대에 걸터 앉으며 얼굴을 식히려 애썼다.


"월아, 배 안고파?"


얼굴을 식히며 앉아있을까 방안으로 고개만 내민 율이 어느새 앞치마를 맨 채 물었다. 그러고보니 율이 사온 군것질 거리에 하나도 손대지 않았네. 난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율을 따라 부엌으로 향했다.


"기다려, 금방 해줄게."


나를 식탁에 앉히고 싱크대 앞으로 간 율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자니 뭔가 신혼같은 분위기에 겨우 가라앉았던 열이 다시 높아지기 시작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정하월..! 너무 창피해 엎드려 버리니 율이 이런 날 보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얼굴 붉어, 어디 아파?"

"아, 아니야.."


내 말의 율은 안심한 듯 다시 요리에 집중했고, 난 거실에 널부러져 있는 군것질 거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먹다 남은 음료수병을 냉장고에 넣고, 남은 군것질 거리도 챙겨 한쪽에 두었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있는 빈 컵 두개를 챙겨 설거지 통안에 넣으니 어느새 내 옆으로 온 율이 내 볼에 짧게 키스하고 떨어졌다.


"뭐, 뭐야!"

"왴ㅋㅋㅋ 내 여친 귀여워서 그런건데-"

"..."


붉어진 얼굴을 보며 웃는 율을 노려봐주고 다시 식탁에 앉았다. 그렇게 한 상 가득 밥을 차린 율이 내 맞은편에 앉았다.


"많이 먹어, 월아."

"응, 고마워."


그렇게 식사가 시작되고 거의 다 밥그릇을 비워 갈 때 즘 율이 진지하게 물었다.


"월아."

"응?"

"우리 결혼할래?"


율의 물음에 모든 사고가 정지되는 듯 했다. 뭐, 뭐? 결혼? 얼굴이 또 달아오른다. 오늘 몇 번씩이나 달아오르는지... 진지하게 묻는 율이기에 장난스럽게 넘길 수도 없고. 결혼이 싫은 건 아닌데 너무 갑작스러워 놀랐다. 그렇게 생각한 끝에...


"그럴까? 너만 좋다면 난 상관없어."


라고 말해 버렸다. 내 대답에 율이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내옆에 앉으며 기쁘다는 듯이 말한다.


"월이 네가 그렇게 말할 줄 몰랐어... 완전 감동이야.."


아니, 내가 뭐라 말할거라 생각한거지? 그렇게 오늘도 우리는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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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8-07 13:59 | 조회 : 3,039 목록
작가의 말
시우미키

하하.. 댓글 달아주시는 모든 독자 분들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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