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툭-

음 일단, 대화를 들어 보기나 하자. 지금 주위엔 개미 한 마리도 지나가지 않아서 작은 소리하나하나 다 들을 수 있었다.

"내가 빨리 마음 접고 짜지라고 했지? 너 나 좋아하면 내 말을 잘 들어야 호감을 살 수있지 않겠냐?!"

"헤헤~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내가 너를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난 너의 주위에서 꼬리치고 다니는 년들이 더 꼴보기 싫어."

".....하아...그럼 어떻게 하면 안 그럴 껀데? 원하는게 있을거 아냐."

"우와아~! 내가 원하는거 들어줄꺼얌? ....해외로 단 둘이 사랑의 도피를 하는거야! 어때?"

헐......이라고 하마터면 입밖으로 소리를 내보낼뻔했다. 정말 헐 소리 밖엔 나오지 않는다. 뭔 이제 16살 된 어린애가(아 물론 나도지만) 해외니, 사랑의 도피니 하는게 차암 어이가없고 골때린달까 냉정이도 나처럼 골때리는지 한 참을 아무말도 없다가 갑자기 '...간다'라는 말을 꺼냈다. 이 말은 즉슨, 내 일생일대 최대의 위기의 순간이다. 아니 갑자기 간다고하면 어떡하니!!? 자 잠깐만 생각을 좀 해보자. 아 심부름 간다하면 되겠지. 난 몇걸음 뒤로 간뒤 다시 계단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툭) ....?! 니 왜 여깄냐?"

"으... 부딪혔잖아! 쌤 심부름가는 중이거든?"

이러고는 한 번 째릿- 하고 노려봐주었다. 냉정이는 아 그래? 라는 표정으로 나를 지나가려는 때, 누군가 나를 불렀다. 나와 냉정이는 그 자리에 얼음처럼 멈췄다.

".....야. 설미로. 너 우리가 하는 얘기 다 들은거 아냐?"

아 물론 듣긴들었는데 앞부분은 못 들었고 너의 병신적인 부분은 잘 들었단다^^

"? 무슨 얘기? 너 냉..아니 이강현이랑 같이 있었음??"

"....수상한데 여자의 직감이 니가 뭔가 들었다고 말하고있어"

와우 여자의 직감이 이토록 무서운 것 이였줄이야. 난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선생님의 심부를을 가야한다고 말하고는 빠르게 그 자리를 떠났다. 뒤에서 또 싸우는 소리가 들렸지만 내가 의심당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뒤도 안 돌아보고 뛰었다. 아... 힘들다. 조금 있으면 종 칠텐데. 일단은 심부름 간다고 했으니 2학년 층으로 돌아가볼까.

5교시가 시작 되었다. 하지만 냉정이와 홍연은 오지 않았다. 선생님이 왜 저 두 명이 안왔는지 이유를 아는 사람이 있냐고 물으셨다. 물론 나는 알고있었지만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둘이서 잘 얼버무리겠지. 선생님은 15분 넘으면 무단지각인데..라며 중얼거리고선 수업을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수업 시작을 한 지 대략 10분쯤 넘었을까. 이강현이 뒷 문을 열고 그 뒤를 따라 홍연이 문을 닫고 들어왔다. 내 바로 옆자리에 털썩하고 앉은 이강현에게 선생님이 왜 늦었냐고 물어보았다. 이강현은 '...사춘기 인가보죠'라고 말해서 반 아이들이 키득키득 웃었다. 그러나 이강현은 꽤나 험상궂은 얼굴을 하고있었다. 선생님은 이강현에게 더 묻지않고 이번엔 홍연에게 똑같이 물어보았다. 홍연은 이강현과는 정반대로 미소를 띄며 '데이트요!' 하고 말해서 또 다시 빵 터뜨렸다. 그러자 이강현은 작게 미친년 이라며 욕했다. 그리고 선생님은 혀를 끌끌 차더니 너희는 벌점1점씩 이라고 하며 교사용 교과서에 이강현과 홍연의 이름을 적었다. 그러고는 아무일 없다는 듯이 수업을 재시작하였다.

수업을 하는 내내 냉정이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저 칠판만을 보며 멍때리고 있었다. 그래도 처음에 사람한 명 죽일만한 표정을 짓고있던것 보단 훨씬 나아졌다. 어느새 수업이 5분밖에 남지 않았다. 5교시라서 그런지 이미 반이 넘는 아이들이 엎드려서 자고있었다. 선생은 아이들이 다 엎어져서 자든 말든 수업을 진행하고 계셨다. 뒤를 돌아서 홍연을 보니 홍연도 지쳤는지 자고있었다. 이건 둘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알아내기 좋은 최적의 타이밍인 것이다. 나는 또 다시 쪽지를 썼다.

'둘이 무슨 이야기라도 했어? 무슨일이야?'

쪽지를 받은 냉정이는 멍때리던걸 멈추고 잠시 고민하더니 쪽지보다 더 큰 무지노트를 꺼내어 적어주었다.

'나를 왜 그렇게 좋아하냐고 물었어. 걘 좋아하는게 아냐. 사랑하는거야~ 하고 말하더군. 그래서 당연히 너 진심으로 미친거아니냐? 라고 말했지 하 그러자 웅 '난 너에게 미쳐이썽~' 이러는거있지? 정말. 토 할뻔했어. 잠시 정신차리고 왜냐 물었지. 그런 미친년을 보고 짐작할 수도 있겠지만 이유같은건 없어. 라네? 그냥 처음 보자마자 아 저 애와 나는 운명이다. 라는걸 느꼈다나 뭐라나... 그래서 나는 걔네 엄마한테 말하려고. 그러면 걔네 엄마 성격상 최소 강제전학 보내버리고 최대 유학 보내버릴꺼야. 앞으로는 제발 이런일이 안생겼으면 좋겠다.'

오우 강전이라니 정말 기분좋은 일이군! 그건 그렇고 홍연네 엄마도 성격이 참 극단적이시네. 최대 유학 이라니. 난 언제 말씀드릴 건지 물어보았다. 하지만 그건 자신도 모른다고 하였다. 홍연이 예전에는 자주 만나게 하였지만 사춘기때문에 부모님과 사이가 틀어진건지 점점 부모님과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어 최근 1년 사이에는 얼굴을 보지 못 했다고 한다. 폰 번호는 있지만 이미 번호를 바꾼것 같다고 한다. 일단 방법이 홍연을 속여서 직접 만나는 방법인데 이건 곁에 홍연이 붙어있을 것 이기 때문에 안 될것 같고 다른 방법은 냉정이네 부모님에게 말을해서 번호를 따던 직접만나는 방법이다. 서로의 부모님이 서로 친하시다고 했다. 음 나도 소꿉친구같은거 있으면 재미있을텐데. 문제는 현재 부모님이 해외에 계시고 바쁘셔서 대략 2주정도 뒤에 오신다고 한다. 그때까진 잘 버텨보라는데. 그냥 너가 말을 안걸면 안되냐. 하여튼 도움을 안주는 냉정한녀석.

"딩~동~댕~동~"

드디어 수업종이 쳤다. 사실 조금 더 빨리 쳤어야 하는데 뭔가 오류가 있었던 모양이다. 결국 우리는 영문도 모른채 수업을 3분 더 했다. 아 피로해...하며 책상에 엎드리는데 누군가의 손이 내 머리에 툭- 올려진게 느껴졌다.

"좀만 버텨봐"

내...냉정한 녀석이?! 내 머리 위에 손을 무심한듯 툭 얹고는 좀만 버텨봐 라고 하곤 내가 고개를 들어서 보니까 또 사라져있다. 정말 빨리도 사라진다. 바람이세요?

아 근데 왜 또 설레고 그러냐.... 멍청이.

0
이번 화 신고 2016-03-22 23:58 | 조회 : 788 목록
작가의 말
프렌시

지나갈때 머리에 손 툭하고 얹고 지나가는거 엄청 설레던데 나만 그런가요? 허헣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