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잉여왕자가 용사가 되었다는 모양인데요?

깨끗하고 티없이 맑은 하늘...
햇빛이 비춰보이는 넓은 초원위에 빈둥빈둥 누워있을려니


"여기가 지상천국인가ㅡ"


일하지 않아도 되고, 괜히 학업에 일쓰지 않아도 되고, 나라일같은건 현역이신 왕폐하께 맡기고 자기는 빈둥거리거나 놀러다닌다.


"이거야말로 성공한 인생아닐까..."


우쭐해진 마음으로 따스한 바람을 코끝으로 느껴본다.
인생의 성공자라는 느낌이랄까
이런 금수저로 태어나서 다행이랄까


나, 레오 레옹포트 빌 아샤라크란푸콱
...아 마지막은 혀깨물은거다.


이 이름 쓸데없이 길고 어려워서 마음속으로 말하는것도 말이 꼬인다.
...개명좀 어떻게 안될까,.


아무튼, 다시 진지하게 소개하자면, 난 어디에서나 볼 법한 엄청 큰 국가의 왕자로 태어나서 이제 막 19세를 맞이한, 성년식이 4년이나 지났는데도 왕위를 물려받을 생각을 1도 안하는 잉여왕자다.


【왕자의 호칭이 '잉여왕자'가 되었습니다.】


...음, 아니다. 뒤에 '잉여'는 빼고 '미남'으로 바꿔줘.
【왕자의 호칭이 '잉여왕자'가 되었습니다.】


아니, 잉여말고 미남 왕자로 바꿔달라니깐?


【왕자의 호칭이 '잉여왕자'가 되었습니다.】


개쉑...


아무튼... 그래, 성년식이 지났으니까 어른이기도 하고,
책임감이 생길때 쯔음이라고 주위에서 누누히 말하는데
ㅡ까놓고 말해서 그런건 알빠아니다!


기껏 금수저로 태어났는데 나라일하느라 이 좋은 집안에서 땡강땡강 하지 못한다는게 말이되나 말이...
이럴땐 잠시 집안 덕좀 받으면서 꿀좀 빨아야, 인생을 최대한 즐긴거라고 말할 수 있겠지. 응응






오늘도 그렇게 생각하다 지금막 오전 12시를 알리는 교회의 종소리가 들렸다.


데앵 ㅡ 데앵 ㅡ


'저거 매번 듣기 좀 시끄러운데... '


귀를 막고 옆으로 구르는 레오 왕자.


최대한 소리에서 멀어지게 노력해보지만 목욕시간에 비눗방울 만드는것 만큼이나 헛수고였던 만큼, 어딜 가든 저 종소리가 따라붙을거다.


'교회인간들은 분명, 허구헌날 저 종만 쳐대니까 팔뚝만 오크처럼 비대할게 분명해'


소소하게 뒷담도 늘여놓기도 하면서, 몰래 집에서 빼온 과자를 냠냠 먹으며 여유롭게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저벅저벅


"...."


'잉여왕자'인 레오왕자의 직감이 언제나처럼 소리 소문 없이 옷이 더러워지는걸 고사하고 데굴데굴 굴러 겨우 기둥만한 굵기의 나무뒤로 굴러가 은신해본다.


"뭐하십니까, 왕자님"


...역시나 효과는 0%
나무뒤에 대놓고 튀어나온 왕자의 엉덩이가 그가 여기있음을 외치고 있었다.
그 엉덩이가 씰룩거렸다.
조금 자세를 비틀어서 엉덩이를 나무뒤로 숨겨본다.


"이번엔 머리가 보이십니다 왕자님."


뚱한 표정을 짓고있는 레오왕자의 얼굴이 반듯이 미술관에서 예술품을 전시하듯 대놓고 보여지고 있었다.
레오왕자는 볼을 부풀리며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빨리 발견했네"


"왕자님속은 제가 잘 아니깐요"


그렇게 말한 목소리의 주인이 초원주위에 흩뿌려져있는 과자부스러기에 눈길을 돌렸다.


"야생동물의 먹이도 생각해주시고,.. 참 속도 넓으십니다."


무덤덤하게 왕자를 일갈하며 부스러기를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주워드는 모습을 보고, 왕자는 나무뒤에 누워있는 자세에서 허리를 펴고 뿌듯하다는 듯 당당히 말했다.


"그게 내 장점이기도 하지 엣헴."


목소리의 주인은 하루이틀이냐는 듯이 그저 무덤덤하게 부스러기를 줍고만 있었다.


목소리의 주인이 입을 떼어 뭔가를 말하기도 전에, 레오왕자가 먼저 선수를 쳤다.


"공부라던가 일이라던가... 절대 안할거다!"


"...왕자님은 애입니까?"


그럼그렇지, 하는 반응으로 왕자를 바로보는,
메이드ㅡ 이시스가 에효하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시스는 언제나 왕자가 딴청을 한다 싶으면 바로 달려와서 잔소리를 늘어뜨려주는 '잉여왕자'의 보호자를 자처하고 있는 메이드 이다.
왕자가 태어난 순간부터 함께 해와서 그런지, 왕자에게 가장 익숙하기도 하고, 왕자를 가장 잘알아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아무튼 무슨말해도 안돌아갈꺼다! 여기서 더 빈둥거릴꺼다!!절대로 안갈꺼다!!! 와랄랄랄랄"


이시스의 말처럼 애같이 소리지르며 적극적으로 빈둥거릴거라는 의지를 내뿜는 왕자.
그의 의지는 이번엔 꺾기가 힘들어보인다.


"최고급 로뜨초콜렛."


쫑긋


"항구도시에서 갓 수입해온 유명한 브렌드의 아몽쉴빵."


쫑긋


"전부 마련해두었습니다."


"앞장서겠습니다. 미스 이시스."


...손쉽게 의지가 꺾인 왕자였다.


"우선 옷단장좀 바르게 하시죠"


왕자는 신속하고 빠르게 엉덩이에 붙은 풀떼기를 팡팡 털고, 온몸을 히스테릭하게 흔들어 털고있자니, 그 모습은 행사장에 풍선을 보는것과 같았다.


"이정도면 되겠습니까? 미스 이시스."


괜히 목소리 깔며 멋적게 번쩍 눈을 뜨는 왕자.


"...방금 못볼꼴을 본것 같습니다. 가는길에 약수터에 들러서 눈좀 씻어야겠군요."


"정중히 앞장서겠습니다."


샤샥. 좋아하는 과자들 앞에서는 빈둥거리는거고 나발이고 없이 신속하고 성실하게 움직여야한다.
그래야, 원하는것이 입에 들어오나니...!


"본능의 충실한 모습, 아주 보기 좋아요."


답지않게 입가에 미소를 걸친 이시스가 마지막 과자 부스러기를 줍고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 뒤에서 이시스의 옷을 털면서 아부를 아예 온몸으로 두르고 관계가 역전된 것 같은 착각이 들정도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왕자가 있다.
...다른 이가 왕자의 지금 모습을 봤으면 혀를 끌끌차며 지나갔을 것이다.


"아, 그래도 안타깝게도 이번에 왕자님을 찾아온 이유는 공부나, 일을 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랍니다."


이시스가 방긋 웃었다.


왕자에게 왠지모를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그럼 더 편한..일일까나? ..요."


애써 아하하..하며 웃어보는 왕자의 시야에 사악하면서도 지금까지 본적없는 미소를 짓고 있는 이시스가 보였다.


"글러먹은 왕자님께 그보다 더한 일을 드리려구요"
































'이건아니야'


"..그러므로 레오 레옹포트 빌 아샤.."


'이게 현실일리가..'


"..구의 선택을 받아, 사악한 존재인..."


'꿈일거야'


"마왕의 토벌을 맡길..."


'이건...'


"<용사>로 선택되었습니다."


'이건 아니야아아ㅏ아악!!!'


왕자의 절규가 성밖, 나라밖에까지 들릴정도로 울렸다.




상황이 이렇게되기 30분전,






"왕자님, 우선 알현실에 가기전에 과자나 배터지게 채우고 가시죠."


"오ㅡ 원하던바 이긴한데.. 이렇게 순순히?"


"마지막 아량이라고 보심됩니다."


그후에 말그대로 미리 준비되어있던 로뜨 초콜렛과 아몽쉴빵을 배터지게 먹었다.
...앞으로 3일 정도는 더 먹기 싫을정도로
밥대신 과자로 배를 채운다는게, 영 나쁘진 않은것 같다.


"그럼, 왕자님. 알현실로 가시죠."


"응? 이시스는 같이 안가는거야?"


왕자를 배웅하고 이시스는 뒤에 떨어진 곳에서 왕자를 바로보고 있었다.


"저같은 일개 메이드가 알현실로 들어갈 수 있을리가 없잖아요? 먼저 가세요."


이시스가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어 배웅해주었다.
막 걸음마를 뗀 아기가 엄마품을 벗어나는 심정으로 앞으로 나아가, 알현실로 도착해보니...


레드카펫이 반대편 벽까지 둘러쳐져있는 화려하고 거대한 홀에 끝에, 금색으로 번쩍이는 왕좌에 앉아있는 현왕ㅡ 루먼 레옹포트 빌 자란카, 왕자의 아버지가 있었다.
현자이자 왕이라는 지위에 맞게 모습은 그야말로 판타지 세계에서 나오는 왕 그자체의 모습. 거의 표본급...
목 언저리까지 오는 하얀 수염을 주름진 손으로 쓸어내리며 왕은 왕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으음... 까놓고 말해서, 아버지라고 해도 같이 있긴 거북한데 말입죠...'


왕자가 보기엔 진지충으로 인식되고 있는 왕이 아닌가..., 왕자와 만나는 순간도 그리 많지 않았고, 딱히 추억이라 할만한 것도 없었고...
왕자의 눈이 요리조리 왕의 모습만을 피해 시선을 이곳저곳에 두었다.


"왕자ㅡ"


근엄하고 초저음의 목소리가 왕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후로는... 지금의 딱 상황.


어이없게도...
왕자 본인조차 믿기지 않게도..


"레오왕자가 용사로 선택되었다."


ㅡ레오왕자가 용사로 ...선택되었다..?


【레오왕자의 직급이 변경되었습니다.
직급:왕자에서 → <용사>로 변경됩니다.】


아니.. 확인 사살하지 말라고.!.!!


웃기지마... 내 지금까지 꿀빤 인생은...?


그리고 앞으로도 꿀빨 내 인생은...?


용사라니.... 엄청 귀찮아보이는데...


망했어... 망했다고...




"용사라니.. 개나 줘!!!!"




지금막, '잉여왕자'가 용사로 선택되어 마왕을 무찔러가는 이야기가 막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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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1-02 20:17 | 조회 : 983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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