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얄밉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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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웩-!!"

와. 진짜...뭐지 이 고통은? 누군가 내 장기들을 도려내는 느낌이다. 눈도 제대로 안 떠지고 머리도 지끈거린다.

"형...꽤 고통스러웠나 보네...그치만 인간한테 아무런 부작용이 없을리가 없잖아 하하!"

"허억...허억...미친사람...우윽..."

"형씨, 작작하고 얼른 일어나봐. 그토록 원하던 인생이 코 앞에 있는데, 언제까지 구토만 할래?"

상태가 좋아지자마자 저 꼬맹이를 뭉게버려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난 뒤 힘겹게 일어나서 본 풍경은-
예뻤다. 내 앞에는 끝도 없이 넓고 푸른 초원이 보였고, 그 위에는 쨍한 다홍빛을 뿜어내는 노을이 우리를 내려보고 있었다. 정말...평화로워 보였다.

"허억...허억...뭐야 여기...뭔데 이렇게...예...쁘...우웩ㄱ-"

"아니 형; 나 풍경에 취해있었는데...감성파괴범...야만인...아니 인간들은 원래 이렇게 약골이야???"

"ㄴ...너...이 X끼...죽인다...허억..."

"알겠어 알겠어ㅋㅋㅋ. 아, 이거 비싼 건데...형 너무 힘들어보이니까 내가 큰 마음 먹고 주는 거니까 꼭 기억하슈~"

R이라고 했나. 어쨌든, 이 뱀 같은 놈이 자그만한 이상한 보랏빛 액체가 담겨있는 물병을 건네주었다.

"...뭔데 이거."

"음...형 상태 낫게 해주는 맛 없는 주스?"

뭐가 들어있을지는 모르지만, 이 보다 더 상태가 나빠질 순 없었다고 생각했다. 속는 셈치고 나는 빠르게 그 액체를 마셨다. R은 맛 없다고 했지만 꽤 맛있었다. 술맛 나는 거 같기도...

"엥...맛있다...?"

"뭐? 그게? 하여간 인간들 입맛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네. 그나저나 몸 상태는 어때?"

거짓말처럼 R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내 뱃속을 죄어오던 그 고통이 사라져버렸다.

"...너 이 X끼...은근 쓸모있네..."

"풉! 하하! 자, 이제 써스트 (THIRST)에도 왔고, 몸도 이제 좋고, 중요한 걸 해볼까요 형?"

"써 뭐?"

"말 안 해줬었나?"

"너 여기 와서 한 게 나 약 오르게 한 거 말고 더 있나요..."

"그래? 그럼 지금 간단한 설명을 해주지 뭐 하하!"

"뻔뻔해..."

R은 내 말을 무시하고 말을 이어갔다. 정말 한 대 칠까?

"아까도 말했듯이, 우리가 지금 서 있는 이 곳은, 써스트 (THIRST) 라는 곳이야. 내 거지같은 회사 이름이 여기서 따온 셈이지.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될까나...-아! 인간들이 하는 게임이랑 비유를 해보자면 여기는 홈이야. 형은 플레이어인 셈이지. 형은 지금 여기서 형이 원하는 '세계'를 만들 거야. 설정을 하는 거지. 그 세계에는 어떤 생명체가 사느냐, 어떤 형태의 나라가 있느냐, 뭐 그런 것들. 그리고 중요한 거는 형은 그 세계에서 '어떤' 역할을 맡느냐. 형은 지금 베이스로 판타지를 골랐으니까! 뭐...그 세계에 사는 생명체들이 마법같은 걸 쓸 수 있나 마느냐, 뭐 이런 것들을 고르는 거야."

"진짜 게임 같네..."

"참! 그리고 몇 가지 결정 못 하는 설정이 있는데...거기서 한 가지는 형은 미래를 몰라."

"엉?"

"비록 형이 만든 세계라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면 재미가 없어지잖아~! 보는 나도 재미없고 (중얼)...
-따라서! 형이 죽을 수도 있다는 말씀^^. 나는 그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개입할 수가 없어. 그러니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머리 좀 굴려서 설정 하는 게 좋을 거야. 거기서 일어나는 일의 책임은 형의 것이니까."

"거지같은 인생에서 달아나자마자 걱정거리 하나 추가네...하하..."

"뭐 시간은 많으니까! 천천히 잘 생각하면서 설정 하라구~물어볼 거 있으면 내 이름 부르구~ 다 하면 부르구~"

이 미친사람은 지금 자기 할 말만 하고 가려고 한다. 나는 여기서 어딜 가야되는지 모르고, 설정은 어떻게 해야되는지도 모르는데, 어딜. 나는 이를 악물고 R의 어깨를 붙잡았다.

"아니; 어디가세요. 아직 반의 반의 반도 설명 안 해준 거 같은데;;"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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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6-27 15:53 | 조회 : 1,040 목록
작가의 말
힐링투데이

정말 오글거려서 미칠 지경이다...하지만 그래도 꿋꿋이 쓰는 ㄴ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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