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반가워요, 우리의 첫 번째 손님.

끼익-



''뭐야, 열려있네...?"



큰 마음 먹고 찾아온 이 곳은 내 예상과는 달리 아주 화려했다. 눈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넓었고, 아주 깨끗했다. 정말 근사한 내부라고 생각했다, 한 가지 이상한 점 빼고. 이렇게 큰 건물에 왜 그 흔한 사람 하나 안 보이는 걸까? 인기척 하나 안 들렸고, 조용하다 못해 고요했다.



"계, 계시나요?"



"........"



젠장, 아무도 없잖아. 그건 그냥 근거 없는 헛소리였나? 나름 큰 마음 먹고 왔으나 허탕이었다. 이보다 내 인생에 잘 어울리는 결말은 없다.



"아. 집에 가기 싫은데."



씁쓸한 기분에 나지막이 나온 말. 기대가 크면 실망도 그 만큼 크는 법.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지만 아직도 유치한 상상을 하며 근거 없는 헛소리를 믿는 인생이다.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아무 전단지나 줍지 말아야한다는 걸 배웠으니 만족...할 거다.



남은 미련에 몇 번 더 둘러보고 난 후 금으로 만들어진 것 같아보이는 문 손잡이에 손을 뻗었다. 다시 돌아갈 생각에 벌써부터 한숨이 나온다. 또 우울에 빠지긴 싫어 상상력을 발휘해 전단지를 만든 놈을 추리하기 시작했다.

'뭐, 재벌집 도련님이 너무 따분해서 이런 장난이라도 치는 걸까. 남의 기대감 갉아먹으면 재밌나? 어떤 놈인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한 건 그 놈은 미친 게 분명하다. 내가 여기서 뭘 훔칠지 알고 이런 곳ㅇ-'



"어디 가?"



'뭘까. 문 손잡이를 다 돌리기도 전에 뒤에서 선명하게 들리는 이 목소리는.'

왠지 모를 오싹함에 나는 환청까지 들릴 정도로 정말 아쉬웠나 보다 합리화하며 뚜렷하게 들렸던 소리를 못 들은 척 재빨리 손잡이를 마저 돌렸다.



"무시하네? 어이, 거기 지금 나가려는 형씨! 어디가시냐고요."



등골이 싸 할 정도로 오싹해져, 결국 나는 흘끔 뒤를 돌아 보고 말았다. 그리고 분명히 아무도 안 앉고 있던 소파 위엔 어느새 정체 모를 주황머리 녀석이 히죽 거리면서 나를 보고 있었다.



'대체 언제부터 있었던 거지? 내가 못 봤을리가 없는데? 누군가 다가오는 인기척도 없었다고. 나가려는 그 순간까지 발소리 하나 들리지 않던 곳이었다.'



"아. 재미없어. 뭐라고 말 좀 해보지? 나 혼자 말하고 있으니까 민망하잖아."



"...누구시죠? 언제부터 거기에-"



침묵 끝에 내뱉은 질문을 듣자마자 주황머리는 비웃으며 이 기이한 상황에 대해 더 이상 추궁하지말라는 듯 내 말을 끊었다.



"누구긴 누구야. 너의 계약을 도와주러 온 정확히 1431일째 매일같이 야근 중인 이 회사의 노예이지 쿡..."



? 뭐야, 이 또라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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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0-23 11:42 | 조회 : 1,655 목록
작가의 말
힐링투데이

오래 전부터 생각해온 소재인데 잘 풀어나갈 수 있을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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